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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립화
한반도 중립화
  • 최승우
  • 승인 2023.03.28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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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일 외 6인 지음 | 들녘 | 342쪽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엄중한 현실감으로 다가온다. 이 전쟁은 나토(미국)와 러시아의 대척점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전쟁이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과 러시아의 대륙세력과 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이 맞부딪치는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가 양 강대 진영의 전쟁터가 되어 참화를 겪고 있듯이 한반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빌미는 한반도였고, 그 전쟁의 무대 역시 우리 땅이요 바다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열강들의 야욕에 대처하여 영세중립 주장이 거론된 것은 대한제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외교관 허만 부들러가 “조선이 차제에 영세중립을 선언하면 인접한 강대국과의 갈등을 방지하면서 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있어 국가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건의한 이래, 유길준 등 국내외 여러 인물들이 중립화를 모색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1904년 1월 20일 고종황제는 “조선은 영세중립국이다.”라고 선포했으나 그해 2월 10일에 발발한 러일전쟁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이후 한반도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민족 최악의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을 위해 영구중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 중, 러, 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있는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통일 한반도는 영구적인 중립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 시기에 중립 운운이 설득력이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그동안 중립국으로 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선언함으로써 스스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사실상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기존 일반 중립국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든 상관없이 우리의 상황에 맞춰 영구중립국의 길로 들어서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대리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전혀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과 군사동맹으로 묶여 있다.

만일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무기 제공이나, 더 극단적인 경우 파병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만 문제로 중국과 미국이 군사적 충돌을 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남북은 원치 않게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즉, 남의 나라 전쟁에 끼여 우리 영토가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것이나 이라크전쟁에 끼여든 사례도 있지 않은가.

미국(일본)과 관련된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충돌로 우리가 입게 될 피해는 그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한 상황이 닥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군사외교정책이 바로 영구중립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남북은 통일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남북이 통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영구분단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통일이 되지 않고서는 항구적인 평화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그 시작은 한반도의 영구중립 추진이 될 것이다.

영구중립이야말로 분단 100년을 넘기지 않고 통일대업을 이루기 위한 위력적인 기제임을 확신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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