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진단할 때 검사자도 언제나 높은 감염 위험에 시달린다. 의료 전문가는 장갑,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해 검사 대상자로부터 시료를 채취한다. 문제는 그 이후 바이러스 핵산(RNA)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의료 전문가는 원심분리기, 열 순환기 등을 활용해 검사하는데 이때 불가피하게 기계를 만지게 돼,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가 기계에서 사람으로, 또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돼 감염될 수 있다. 기계와 사람 접촉이 줄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경희대학교 (총장 한균태)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는 스마트폰 앱에서 음성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작동되는 휴대용 시료 전처리 마이크로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 시스템은 음성명령을 통해 인간의 간섭 없이도 핵산 추출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sensors (IF=9.618)>에 2월 1일자 게시됐다. 서태석 교수는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하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코로나19와 같은 세균성 질병 검사에서 활용할 수 있어 높은 범용성을 지닌다”며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바이러스 핵산 추출은 마이크로리터 규모의 여러 시약을 정밀하게 조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복잡한 튜빙 및 펌핑 시스템이 필요해 수율과 재현성이 낮아 어려운 작업 중 하나다. 서 교수는 “수율과 재현성이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피가 큰 장비와 전문가가 항상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교수가 개발한 휴대용 시료 전처리 마이크로시스템은 음성인식 앱을 활용하면 핵산 추출 과정에서 사람 접촉 과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서 교수는 “시료 전처리 시스템에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하면 환자 시료의 유출이나 오염된 장갑 등 예상하지 못했던 잠재적 감염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한 휴대용 시료 전처리 마이크로시스템은 손바닥
그림 설명 : 음성으로 작동하는 휴대용 시료 전처리 시스템.
크기로 개발했다. 시스템 내부에는 핵산 추출 칩, 공기 라우터, 공기 펌프 모터로 압력 및 진공 라인을 제작해 소형화한 형태로 마이크로 컨트롤러와 조립했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명령하면 스마트폰이 이를 수신해 블루투스로 마이크로 컨트롤러에 전달한다. 서 교수는 “통합 마이크로 디바이스 기능이 시작되면 시료 용액, 세척, 용액 유체 조작 등이 수행돼 1분 이내로 핵산 추출 과정이 완료된다. 휴대용 배터리나 기존 스마트폰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어 낮은 전력 소비만 요구한다”며 강점을 소개했다.
논문을 심사한 심사자도 다양한 호평을 제시했다. 한 심사자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감염 위험에 놓여있는 과학자와 질병 발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진단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복잡한 기기를 쉽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었다.
서태석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료 전처리 과정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 증폭과 검출 등 분자 진단 전 과정을 단순한 스마트폰 음성명령으로 수행되는 통합형 미세 유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는 질병통제센터뿐만 아니라 노인, 장애인도 손쉽게 자가 진단하는 플랫폼이 될 것”라며 후속 연구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보건의료 R&D사업(감염병 예방·치료 기술개발)을 통해 수행됐다. 논문은 ACS Editors’ Choice에 선정돼 PressPacs 사이트를 통해 소개됐다.
(https://www.acs.org/pressroom/presspacs/2023.html)
- 저자정보 : (제1저자) Hoang Khang Bui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신저자) 서태석 교수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