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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강의 '실험'기
좌충우돌 강의 '실험'기
  • 박경로 경북대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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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박경로/경북대·경제통상학부

 

나의 전공인 서양경제사와 관련하여 1학기에 경제사를, 2학기에 근대경제사를 강의하고 있다. ‘경제사’에서는 고대부터 19세기 공업화까지, ‘근대경제사’의 전반부에서는 19세기 말의 대기업화부터 시작하여 현재진행형인 정보통신혁명 이후의 기업의 변화에 이르는 기업사를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대공황과 같은 20세기의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거시경제와 경제제도의 변화를 강의하는 체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제사는 인류의 물질생활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이해하는 과목이라는 점에서 역사학이기도 하고 경제학이기도 하다. 그런데 역사를 더욱 강조할 것인지, 경제학을 더욱 강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경제사를 강의할 때마다 늘 고민이다. 역사 속에서 경제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음미함과 동시에 지금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이론의 부족함도 깨닫는 계기로서 경제사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한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어차피 경제학과에서 개설한 과목이니 나 또한 이런 방향으로 강의를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경제학 전공의 고학년 학생들은 그동안 학습한 경제학의 다양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목으로서 경제사 강의가 유익하다는 평가를 한다.

하지만 경제사가 역사과목이라 쉬울 것이라고 짐작하고 수강 신청을 한 학생들이나 타 전공의 학생들에게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경제이론을 병행하여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강할 때에 4백명 가까운 학생이 수강신청을 했다가 종강 때에는 수 십명의 학생들이 수강취소를 하고 또 수 십명의 학생들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럴 때마다 친절하게 가르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 안타깝다.

경제사는 다양한 시각을 소개해야 하는 과목이다. 그래서 여러 학파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학기를 시작한다. 은사이신 김종현 선생님께서 정년퇴임하실 때에 우리에게 들려주신 ‘경제사는 어떠한 학문인가’라는 제목의 고별강연을 텍스트로 삼는다. 독일 역사학파의 경제발전 단계론과 마르크스주의 사학, 실증주의적 사회경제사학, 그리고 현대경제이론과 수량적 방법을 이용하는 신경제사를 중심으로 역사학과 경제학의 다양한 흐름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 학기동안 다양한 시각과 접근방식을 접할 것임을 미리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설명을 소개하여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강의 평가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래서 나는 첫 시간에 늘 강의의 특성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논리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한 답안지를 채점할 때에는 큰 보람을 느끼면서 혼자 흐뭇해하기도 한다.

2학기에 개설하는 근대경제사에서 기업사 내지 경영사를 다루는 부분은 다소 과감한 시도이다. 경영사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기존의 강의를 잘 보지 못해 참고할 만한 것이 드물고 나 자신이 경영학에 대해 밝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내 수업의 수강생 가운데 경제학 전공과 경영학 전공이 비슷한 숫자로 대다수를 이룬다는 점과 기업조직의 변천에 대한 내 자신의 관심이 크다는 점, 그리고 졸업 후에 취직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조직과 경영전략을 접할 때에 학생들에게 역사적 식견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면서 기업사를 강의하고 있다. 4년째로 접어드는 다음 학기에는 더욱 체계가 잡히기를 바란다.

토요일 오후를 잡아 대형 강의실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일도 이제는 정례화된 행사이다. 1학기에는 1870년대 프랑스 탄광의 파업을 배경으로 근대적 노동운동의 태동을 그린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2학기에는 1980년대 미국의 인수합병 붐을 다룬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를 감상한다. 기업 사냥꾼인 게코(Gekko)가 “탐욕은 좋은 것이다(Greed is good)”고 강변하는 주주총회 장면의 대본과 1970년대 이후 현대산업혁명과 기업조직의 변화에 대한 젠슨의 논문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숙제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영어논문이라 부담을 많이 느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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