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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 심층 탐구 … 노동력 低활용 심각
비정규노동 심층 탐구 … 노동력 低활용 심각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7.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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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논문_신은종 교수의 ‘비정규노동의 자발성에 관한 경험적 연구’

‘인사·조직연구’ 제13권 3호에 실린 신은종 단국대 교수(경영학)의 ‘비정규노동의 자발성에 관한 경험적 연구’는 비정규노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그간 비정규노동에 대한 연구는 주로 개념과 규모논쟁, 임금격차 등 근로조건 분석, 확산원인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뤄왔다. 그런데 저자는 “자발적 비정규근로자는 얼마나 되는가”라는 다소 낯선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야말로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비정규직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제제기라고 말이다. 

저자는 통계청이 2004년에 실시한 경제활동조사가 비정규직의 자발성 여부를 조사했지만,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이는 조사가 근로자의 선택여부에 기초하여 자발성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데,  가령 육아·가사·학업 등을 이유로 비정규노동을 선택한 경우엔 자발적 선택으로 보기 힘들다. 또한 “만족스러운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답변도 정규직 선호와 등치될 수 없으며, 복수응답의 경우 통계에는 잡히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신 교수는 “정규직에 대한 선호여부를 종속변수로 하고 정규직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독립변수로 하는 근로자의 정규직 선호함수를 구성해, 이를 프로빗 모형으로 검증한 후, 비정규노동자의 정규직 선호에 대한 기대확률값”을 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발성/비자발성의 정확한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 전체 비정규 근로자 중 49.7%가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설문조사의 40%보다 무려 10% 가까이 높다. 세부적으로 보면 업무방식이 정규직과 같은 계약직 근로자의 비자발성 정도가 53.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특수고용형태근로(52.7%), 단시간근로(50%), 파견 및 용역근로(34.3%)로 나왔다.

파견·용역 근로의 경우 자발성이 70% 가까이 된다는 것인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인적자본이 낮아 일자리 탐색비용이 덜 드는 파견형태의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그리고 특수고용형태의 비자발성이 높은 이유는 이 유형에 속하는 보험모집인·학습지교사 등이 사용자에 의해 특수고용형태로 전환된 이후에도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근로자성은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신 교수는 이 가운데서 경쟁적 비정규부문에 대한 조사를 별도로 했는데, 이는 정규직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축적된 인적자본(역량)을 보유한 이들로 전체 비정규직의 36.8%에 해당한다. 그 결과 이들 중 전체 비정규직보다 13.1%가 높은 62.8%의 사람들이 비자발적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보다 무려 22.8%나 높다.

이를 통해 신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력 저활용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근로자 직무만족도와 직무몰입을 저하시켜 생산성 하락을 야기”한다고 결론에서 지적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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