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25 (금)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
  • 최승우
  • 승인 2023.02.07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르크 블로크 지음 | 이기영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580쪽

20세기 아날학파의 창시자 마르크 블로크의 대표작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의 번역 개정판이
새롭게 출간되다!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1886∼1944)는 20세기의 가장 걸출한 역사가 중 한 명으로, 프랑스 아날학파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그는 19세기 이래 역사학계를 지배해 온 정치사 위주의 랑케 사학을 전면 비판하고 새로운 역사학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학사적으로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마르크 블로크는 인간은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존재인 동시에 집단적 연관성과 장기 지속적인 거대 구조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역사는 전체사적이고 사회구조사적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의 이런 역사인식은 그가 창시한 아날학파를 통해 지금까지도 세계 역사학계를 풍미하고 있다. 공화주의자이자 실천적 역사가였던 블로크는 제1, 2차 세계대전에 자원해서 참전했으며,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에 대한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다가 1944년 58세의 나이에 독일군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은 1931년 노르웨이 오슬로 소재 비교문명연구소에 의해 처음 출간된 책을 번역한 것으로, 동일한 역자의 2007년도 번역본의 개정판이다.

이번 번역 개정판에는 이 저서의 의미와 성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르크 블로크와 더불어 아날학파의 공동 창시자인 뤼시앵 페브르가 1952년 파리의 아르망 콜랭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도서에 실은 머리말을 새롭게 덧붙였다.

또한 이번 번역 개정판은 용어, 역자주석, “옮긴이 해제” 등의 일부를 수정 및 보완했으며, 특히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우리말 번역이 되도록 많이 다듬었다. 독자들은 이번 번역 개정판을 통해 마르크 블로크의 대표작을 온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적도와 관습집, 법률서적과 문학작품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프랑스 농촌사회의 역사를 만나다!
- 참신하고 독창적인 역사인식과 연구방법론으로 유명한 모든 역사 탐구자의 필독서

마르크 블로크의 획기적인 역사인식과 이에 따른 독창적인 연구방법론이 가장 잘 표현된 저서가 바로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Les caracteres originaux de l’histoire rurale francaise)』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농촌사 개설서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블로크는 프랑스 농촌사를 종합적으로 개관하되, 그가 살던 20세기 초엽 당시의 프랑스 농촌사회의 주요 구조적 특징인 중소 규모의 농민적 토지소유와 대토지소유의 병존, 지역별 몇 가지 상이한 경지제도의 분포 등의 현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농촌사는 농업기술과 경제적 측면을 도외시한 채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평면적으로 서술한 종래의 농촌사 개설서와는 전혀 다른 문제 중심의 전체사이고 사회구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연구방법과 사료는 매우 혁신적이다. 이를테면, 블로크는 문헌기록이 드문 농촌사 연구에서는 문헌 사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구체적인 과거 사회의 제도적·물질적 흔적의 관찰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해야 한다면서, 시간의 역방향으로 추적하는 소급적 연구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또, 프랑스 농촌의 역사에서 일어난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유럽적 차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교사적 연구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료에 있어서도 전통적 농업사 연구자들이 특허장과 같은 증서류를 주로 사용한 데 비해, 그는 지적부와 지적도, 관습집과 법률서적, 수많은 진정서, 칙령, 포고문, 각종 단체의 결의사항과 문학작품 등 그전에는 이용하지 않은 자료를 개발하여 사용한다.

블로크가 이 책에서 제시한 연구지침과 연구방법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생산적이다. 그가 밝힌 견해 또한 세부적인 면에서는 부분적으로 수정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농촌사 연구자들에게는 연구의 길잡이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에도 농촌사와 사회경제사 연구자들을 비롯해 모든 역사학자의 필독서가 되고 있으며, 블로크는 그들 사이에서 학문적 ‘아버지’ 또는 ‘스승’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