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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이 바라본 인도…10년 단위로 인식 달라
朝鮮이 바라본 인도…10년 단위로 인식 달라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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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식민지 조선의 희망과 절망 인도』(이옥순 지음|푸른역사|249쪽|2006)

서구에게 인도는 늘 오리엔탈리즘의 대상이었다. 인도는 신비의 대상이자 ‘동양적’ 정체의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제국의 시대, 식민지 조선인에게 인도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이 동시대 인도에 대해 가진 지식과 인식의 보고서다. 1920년부터 1940년까지 일제 식민지 시기 한글로 간행된 신문과 잡지에 실린 인도와 관련된 기사와 사설, 다양한 형태의 글을 분석해가며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의 인도象을 소묘했다.

필자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의 지식인들에게 인도는 조선과 동의어였다. 직접적 선동과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는 신문과 잡지는 인도를 조선과 동일시하며 일제에 저항했다. 하지만 인도 민족운동에 대한 조선인의 시선은 일관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숨쉴 공간’이 있었던 1920년대와 탄압이 극심했던 1930년대의 시각이 달랐고, 조선의 좌파와 우파의 인도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차이가 나타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시각에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가 훈습됐다는 점이다. 영국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 지배를 받는 인도를 반문명적이고 전근대적으로 여기는 차별적인 인식이 섞여 있었다.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에게 그려진 간디가 모순적인 것은 당연했다. 독립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인도의 지도자를 존경했지만, 소위 ‘모던보이’들은 간디의 전통 복장과 영웅답지 못한 풍모, 비폭력이라는 낯선 전략, 서구 문명에 대한 의도적인 무시를 간파하지 못했다. 타고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은 그를 동양의 현자라고 칭송했지만, 타고르의 비세속적 동양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결국 1920~1940년 조선 지식인에게 인도라는 나라는, 피지배자이지만 강한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식민지인의 분열된 자아인 셈이었다.

말머리에서 이 책이 식민지 조선인의 인도의 시각을 다루었다고 언급했지만, 실상 이 책은 21세기 한국인에게 여전히 살아 숨쉬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 창끝을 겨누고 있다. 인도로서의 인도와 인도인, 인도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민선 기자 dreame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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