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화가들의 작업실에 가보면 그리고 있는 작품들보다는 지난 번 전시회 때 걸렸던 작품들을 방 한쪽에 쌓아 두고 있다. 김선두 화백의 화실도 그랬다. 100호에 가까운 커다란 그림이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지 콜라주 위에 수묵과 분채, 연필로 그린 작품들이다.
시적인 사설이 담긴, 그의 고향 남도의 생동감있는 흥취가 듬뿍 담긴 삽화(?)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1843~1897)의 대역을 맡아 화선지에 지필묵으로 오원의 필력을 재연하기도 했던 그를 보자마자 마루에 세워둔 그의 그림들 속에 들어 앉히고 싶었다.
필름 카메라든 디지털 카메라든 요즈음 모든 카메라들은 사진 찍기 쉽게 매뉴얼 모드, 조리개 우선 모드, 셔터 우선 모드, 프로그램 모드, 완전 자동인 오토 모드 등 5가지 모드(Mode)를 설정해 놓고 찍는 이가 이들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해서 사진찍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
그림 앞에 앉아 있는 김선두 화백의 모습은 카메라가 정해주는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에 맡겨 찍어도 심도(Depth of Field)에 문제가 없기에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을 해서 얼른 찍었다. 마침 거실의 큰 창으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와 노출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중앙대 한국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제7회 중앙미술대상, 제12회 석남미술상, 제3회 부일미술대상을 받았다. 최근 ‘취화선-그림으로 만나다’와 박성태, 박유아와 함께 ‘鐵筆의 韻香’이라는 전시회를 가졌다.
검은 먹의 배경 위에 장지를 콜라주하고 그것을 필획의 형상대로 칼로 오려내며 작업을 하기도 했던 그는 요즈음 종이가 아닌 공간 위에 붓쓰기와 전각의 칼쓰기와 일맥상통하는 작업으로 알루미늄으로 된 입체 작품들을 만든다. 대표작으로 작년 고향인 전남 장흥 정남진 바닷가에 전시된 ‘둥근바다’라는 직경·두께 5미터의 입체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