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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후보자 탈락시키고 법령까지 바꿨던 교육부, 배후 있었다”
“1순위 후보자 탈락시키고 법령까지 바꿨던 교육부, 배후 있었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7.01.1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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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후보자들, 김기춘·우병우 등 ‘직권남용’ 특검에 고발

국립대 총장후보자 ‘1순위’ 8명 공동명의로 고발장 제출
위원회 꾸려 ‘무순위 추천’ 법령 만들고 사업 페널티 엄포
“청와대 비선, 국립대 총장에 자기사람 앉히려 국정농단”

대학구성원들로부터 총장후보 추천 1순위에 올랐지만, 교육부의 최종 심사에서 번번이 낙마했던 국립대 총장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특별검사팀(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특검)에 고발했다. 이번 정부 들어 총 12건에 달하는 국립대 총장임용 1순위 후보자 탈락, 임명 지연 등이 발생했는데, 여기에 청와대 비서실장·수석 등이 불법·직권남용·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의심된다는 것. 

국립대 총장 1순위자 8명은 최근 ‘국립대자율성확립대책위원회(국립대위원회)’를 구성하고,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으로 특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김기춘·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국립대 총장인사에 개입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1순위 후보자를 제쳐두고 2순위자를 총장에 최종 임명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총장 임명을 수년간 지연시킨 7개 국립대에 대해서도 청와대 비선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국립대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직접 찾아 제출했다. 국립대 총장임명과 관련,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보된 의혹사항을 포함해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날 공동명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8명의 1순위 후보자는 △경북대 김사열 교수 △경상대 권순기 교수 △공주대 김현규 교수 △순천대 정순관 교수 △전주교대 이용주 교수 △충남대 김영상 교수 △한국방송통신대 류수노 교수 △한국해양대 방광현 교수다.

이들은 “지난 박근혜 정권 3년여 기간 동안 11개 대학에 발생한 총장 공석상태와 2순위 후보자 총장임명(12건) 파행에 대해 비선실세 개입에 의한 국정농단의 결과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8개 국립대 총장추천 1순위 후보자들은 대학의 비정상적 상태를 특검에 고발한다”고 말했다. 

국립대위원회가 제기한 고발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와 청와대가 11개 국립대의 총장 후보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총장임용을 거부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대학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 1순위 후보자들에 대해 임용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아 당사자들은 소송(5건)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는 11개 국립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의 임용 거부에 최순실 등 비선실세와 청와대 비선라인(비서실장, 수석 등)이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정부 들어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이 순탄치 않게 진행돼 온 대학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뉜다. 경북대, 경상대, 순천대, 충남대, 한국해양대 ‘5개 대학’은 1순위 후보자 탈락에 대한 사유 없이 2순위 후보자를 총장에 임명했고,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경북대 ‘5개 대학’은 교육부가 임명제청을 거부함에 따라 장기간 총장 공석기간을 보내야 했다. 한국체대는 총장 선거를 다섯 차례나 진행했고, 부산대는 교육부 입장과 반대되는 ‘직선제’로 총장을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최종임용해 ‘역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국립대 총장 임명은 대학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교육부장관 임명제청을 거친 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그간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추천 1순위 후보자의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 사유가 없을 경우 최종 임명해온 관행을 깨고,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하거나 총장후보자를 재추천하라고 반려하는 등 이전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학과 언론 등으로부터 줄기차게 비판과 해명 요구를 받자, 2015년 12월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 자문위원회(위원장 백성기)를 통해 ‘대학자율 대학구성원참여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교수·직원·학생·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총장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토록 했고, 총장임용 최종후보자(2인 이상)는 ‘무순위’로 올리라는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은 그러나 이를 ‘간선제’로 받아들이는 한편, 정부가 대학구성원참여제를 통해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당시 교육부는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구성원참여제를 운영하는 대학에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 ‘가점’을 부여하고, 반대로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대학이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될 경우 사업비 일부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과정에서 불법·부정선거 등 잡음이 발생하면 ‘부정·비리 대학’과 동등하게 처분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18일 공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매뉴얼’에 따르면, ‘부정·비리 대학’의 경우 평가점수(총점)의 최대 8%를 감점하고, 사업비의 30%(대학 단위)까지 삭감할 수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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