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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내외부 위기 봉착한 중국, 독재체제로 가닥잡다
[글로컬 오디세이] 내외부 위기 봉착한 중국, 독재체제로 가닥잡다
  • 서상민
  • 승인 2023.04.14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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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체제 경쟁은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더 폭발적인 양상을 보인다. 중국적 사회주의는 시진핑 1인체제와 궤를 같이한다. 사진=위키백과

시진핑의 ‘대관식’은 끝났다. 향후 중국은 어디로 가려 하는가? 시진핑은 제일 먼저 법을 바꿨고, 다음으로 사람을 바
꿨으며, 마지막으로 조직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 지난 10년 간 공공연하게 기획해 왔던 연임을 완성했다.

양회 이후 3월 16일에 발표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을 보면 시진핑 정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당 중심 통치 강화’다. 물론 당의 최고정점에는 시진핑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한다면 시진핑 자신을 중심으로 한 ‘1인 통치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중국 정치체제를 ‘분절적 권위주의’라고 평가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당국가체제라 할지라도 개혁개방 이후에는 당의 권한이 행정부처로 이양됨에 따라 정책 관료들의 상대적 자율성이 보장됐고, 관료들 사이에는 부처 이익을 위해 부처 간 상호 정책경
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당에 의한 국무원 지배의 완화와 ‘당과 국무부의 권한 분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시진핑 정권 아래 중국 관료체제를 ‘분절적’이라고 평가를 하는 중국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당정 기구개편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안보’와 관련된 부처의 업무를 중국공산당이 직접 지도 감독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권이 말하는 ‘안보’는 곧 정권의 안정이다.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 정권을 지켜내는 것이 곧 ‘안보’다. 안보 중에서도 중국공산당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정치안보’야말로 시진핑 안보관의 핵심이다.

이번 개편안은 대체로 안보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금융·사회치안 등 3대 분야에서 당의 직접 통치를 강화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역사적 퇴행이라는 국내외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세 번째 연임을 밀어붙이
고 1인 중심의 통치체제를 확립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제 위기감’에 기인한다 할 수 있겠다.

시진핑 지도부는 현재의 중국 사회주의 체제가 내외부로부터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봤다. 그동안 경제발전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중국공산당은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해 왔던 수준에서의 탈피를 시도했다. 부정부패의 만연과 성장률의 둔화로 인해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했기에 더 이상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통치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민족주의 정서와 함께 이를 가능하게 할 체제로서의 ‘중국적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강화함으로써 더 직접적 수단을 통한 통치 정당성 확보로 대체하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20차 당대회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역사적 대전환을 최종 선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발전이 아닌 사회주의 체제 유지가 이제 유일한 중심이 됐다. 그렇다면 향후 중국이 당면할 많은 도전 중 대표적인 국내문제와 국제문제 2개만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이념과 민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민생은 늘 국내 위기와 직결된다. 이번 양회는 이를 해결하
기 위해 사회보장 및 주민소득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사회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써 국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둘째, 이미 국제화된 대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중국이 강하게 부정하고 거부하고 있지만, 대만 문제
는 이제 더 이상 양안 문제가 아니다. 중국 국내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진핑 정권 하 미중 관계는 강대국 간 힘의 경쟁을 넘어선 체제를 대표하는 강대국 간의 경쟁이 됐고, 이는 곧 체제 경쟁 그리고 가치와 이념 경쟁이 된 지 오래됐다.

그렇기에 복잡한 국제적 환경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진핑 정권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며, 이 문제가 앞으로국내적 위기와 국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할 중대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이들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해 동대학원에서 중국정치를 전공했다. 최근에는 사회연결망분석을 활용해 중국 정치의 정책 네트워크를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시진핑 1기 중국인민해방군 상장 네트워크」(2018), 『현대중국정치와 경제계획관료』(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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