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20:4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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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㉛ 이찬웅 이화여대 교수(인문과학원)] 애초 제안받았던 강연의 주제는 ‘21세기 예술의 사조와 경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 강연의 주제를 삼기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어렵다고 생각됐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예술의 수없이 많은 장르를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미술과 음악, 무용과 영화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다룬다 해도 너무 추상적인 얘기가 돼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발표의 범위를 현대 미술 중에서 주목할 만한 몇몇 작품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거리의 부재와 양식의 다양화에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이 강연 제목의 ‘21세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산술적인 표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분기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이를테면, 역사학자들이 흔히 말하듯이, 2001년에 있었던 9·11 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삼든지, 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을 기점으로 삼는 일 등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미술의 경우, 사정은 어떠하며, 어디를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가? 다르게 표현하자면,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단절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가?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14 08:57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㉚ 신형철 서울대 교수(영어영문학과)] 간토대지진(1923) 당시 한 기쿠치 간(菊池寛)은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들 문예가에게 있어서 제일의 타격은 문예라고 하는 것이 생사존망의 갈림길에서는 골동 서화 따위와 마찬가지로 무용의 사치품임을 똑똑히 알았다는 점이다.” 재난은 반복되고 탄식도 그렇다. 동일본 대지진(2011) 당시 다카하시 가쓰히코(高橋克彦)의 고백은 한 세기 전 선배 작가의 목소리를 닮았다. “예술이니 뭐니 말할 상황이 아니다. 그것보다 우유와 가솔린의 확보가 소중하다. 이러한 사실에, 문예에 관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 내가 해 왔던 일은 결국 무의미한 것이었을까?”이처럼 현실의 그라운드 제로는 그대로 문학의 그라운드 제로가 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문학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아니었던) 것이 되고 만다. 지금껏 사회적으로 받아온 대접이 근거 있는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문학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라운드 제로’가 ‘출발점’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문학의 그라운드 제로는 문학이 “골동 서화”가 아니라 “우유와 가솔린”일 수도 있음을 새삼스럽게 입증하는 반론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3-08 10:00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㉙ 이수영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 SNS·메타버스 등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양방향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기존의 수용자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송신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받는 존재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 모델의 관심은 프로페셔널 생산자가 어떻게 메시지를 만들고 어떤 매체를 선택해서 그들이 소구하고자 하는 수용자들은 설득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의 수용자는 설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매스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송신자의 통제에 기반한 생산자 또는 송신자 중심의 모델이라고 한다면,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환경에서는 수용자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수용자 중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웹 2.0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미디어 환경은 기존의 프로페셔널 생산자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전문 콘텐츠 생산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생산 활동을 하는 이용자는 인플루언서로 지칭되는데, 이용자들은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SNS 환경에서 이용자는 참여자로서의 자아와 그들의 잠재적 대상이 이용할 텍스트의 제작자로서의 또 다른 자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와 같은 전문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생산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산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선택되고, 공유되는지가 중요하며, 따라서 구독자 수가 중요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미디어 조직의 프로페셔널 생산자와 같이 그들의 독자에 기반한 생산, 즉 자신의 독자를 상상하고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독자 의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그들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이에 기반해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 최승우 | 2024-02-28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