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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남자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성숙한 남자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 김정규
  • 승인 2021.09.1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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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_『왕, 전사, 마법사, 연인』 로버트 무어 , 더글러스 질레트 지음 | 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48쪽

소년 심리에 머물러 있는 미성숙한 남성들
명상·기도 등 적극적 상상으로 남성성 경험

책임회피와 편가르기에 능한 정치꾼, 폭력적인 남편, 짜증투성이 직장상사, 초고속으로 승진한 젊은 간부, 바람둥이 남편, 조직의 예스맨, 학생에 무관심한 교수, 고결한 척하는 목사, 딸의 학교 행사에 절대 참석하지 않는 아빠, 팀 소속의 스타 선수를 조롱하는 코치.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남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신분석학자로 시카고 신학대 종신교수를 지낸 로버트 무어는, 이들을 모두 ‘어른’인 척하는 ‘소년’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성인 남성들이 ‘성숙한 남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아직 ‘소년 심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무어는 『왕, 전사, 마법사, 연인』(D. 질레트 공저, 이선화 옮김, 파람북, 2021)에서 칼 융의 원형(元型)이론을 심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미성숙 단계의 남성 심리(소년 심리)를 성장단계에 따라 신성한 아이, 조숙한 아이, 오이디푸스적 아이, 영웅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각각의 ‘그림자(부정적) 원형’으로 아기 의자 폭군·겁쟁이 왕자, 잘난 척하는 사기꾼·바보, 마마보이·몽상가, 과시형 협박꾼·비겁자로 나눠서 상호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성한 아이’의 그림자 원형인 ‘아기 의자 폭군’은 아기가 식탁의자에 앉아 숟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리며 엄마에게 밥 먹여 달라, 뽀뽀해 달라, 뭐뭐 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이미지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욕구는 다 충족되기는 불가능하므로 허세가 생기고 폭력적이 된다.

이 원형은 숙주를 공격하기도 한다. 바로 완벽주의자다. 자신에게 불가능한 것을 기대하고 잘하도록 몰아세우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소리치는 아기 폭군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위궤양이 생기고, 끝내는 심장마비라도 일으켜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허세나 자신의 마음속에 ‘끝도 없이 욕을 해대는 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회사가 망하는 것을 택하는 CEO가 되거나 작은 히틀러가 되어 나라를 망치고 만다. 

끝없는 욕구 충족되지 못하면 폭력 드러나

그렇다면 성숙단계에서는 어떤 원형들이 작용할까? 로버트 무어는 위의 책에서, 다음의 네 가지 원형이 마음에서 발현되고 조화를 이룰 때, 남성은 성숙함에 다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왕'은 질서와 생성의 원형이다. 다른 원형들의 바탕이 되므로 가장 중요하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 패턴이 특징이다. 고대 신화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목자’가 왕 에너지를 가진 사람의 사례다. 둘째, ‘전사’는 용기와 절제의 원형이다. 삶의 주어진 과제나 위기를 대함에 있어 공격적 자세를 취하게 하며 앞으로 전진하게 한다. 셋째, ‘마법사’는 지혜와 통찰의 원형이다. 한발 물러나서 관찰하고, 또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내부정보를 종합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마법사 원형을 가진 사람들은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연인’은 관계와 감각의 원형이다. 성관계나 음식, 인간의 삶을 지속하는 의미를 알고자 하는 인류의 갈망을 통해 이 원형이 지속돼 왔다. 

로버트 무어는 남자들이 명상이나 기도, 혹은 ‘적극적 상상’을 통해 남성성을 경험하며 차츰 내면에 있는 성숙한 남성성의 원형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가부장적인 면과 자신과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생각이나 감정, 행동패턴을 고쳐나갈 수 있고, 차츰 타인들에게 더 강하고 관대하며 성숙한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선 정국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분들이 여럿이다. 경선이나 선거운동, 언론의 검증과정에서 노출되는 그들의 행동 패턴에다 로버트 무어의 원형이론의 틀을 대보면 어떨까? 누가 아직도 소녀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기 의자 폭군인지, 겁쟁이 왕자인지, 잘난 척하는 사기꾼인지, 과시형 협박꾼인지. 단점 많은 후보부터 하나씩 배제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성숙한 정치인이 누군지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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