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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카사바 맥주와 수평적 사고
위기를 기회로…카사바 맥주와 수평적 사고
  • 김정규
  • 승인 2020.11.1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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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

멀리 보기와 다양하게 보기
재앙을 변화로 만드는 법
노년층과 여성 및 이민자로부터 기회 있다

 

한 노인에게 많은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가 노인의 아름다운 딸에게 눈독을 들였다. 노인이 빚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주머니 하나를 내밀며 빚을 갚지 않아도 될 방법을 제안했다. “여기에 흰 돌과 검은 돌을 넣어두었소. 이 중에 흰 돌을 골라내면 빚을 없애줄 것이지만, 검은 돌을 고르면 딸을 내게 줘야 하오.” 야비한 사채업자가 주머니에 검은 돌만 넣어둔 것이 분명했지만, 노인은 그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때 노인의 딸이 앞으로 나서더니 사채업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 하나를 골라잡아 바로 연못에다 던져버리고 말했다. “이런 어쩌죠. 제가 돌을 확인도 못 했는데 연못에 빠져 버렸군요. 아까 흰 돌과 검은 돌을 넣어 두었다고 하셨으니 남아 있는 돌을 보면 되겠네요.” 


창의적 사고 분야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드 보노가 쓴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에드워드 드 보노 지음, 정대서 옮김, 한언, 2001)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인은 돌을 꺼내야 한다는 사고에 지배받았지만 현명한 딸은 달랐다. 딸은 ‘자신이 가지게 될 돌’이 아니라 ‘사채업자가 가지게 될 돌’을 생각한 것이다. 노인은 수직적 사고를 했고, 딸은 수평적 사고를 한 것이다. 

 

마우로 기옌 교수는 사막에서도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고 진단한다. 재앙을 기회로 만드는 법은 멀리 보기이다. 사진 = 픽사베이 

 

 

재앙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는 신기술의 개발, 고령화,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 신흥국 시장 성장 등 격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러한 수평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근작 『2030 축의 전환』(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리더스북, 2020)에서 10년 후인 2030년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멀리 보기, 다양한 길 모색하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막다른 상황 피하기,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라는 수평적 사고 기법을 동원해서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의 거대한 물결을 조망해 간다.


기옌 교수가 주목한 곳 중의 하나가 사하라 사막 이남이다. 그는 유럽과 아메리카, 동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산업혁명이 이 지역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전 세계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곳에 멕시코 면적만 한 6,000억 평의 비옥한 토지가 아직 농경지로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를 ‘재앙’이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방법 중 하나로 카사바라는 작물의 재배․가공업을 든다. 사하라 이남에서 3억 명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카사바는 가뭄에 강하고 한 번 심으면 18개월 동안 언제든 수확이 가능하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심어야 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중요한 일거리, 즉 수입원이 된다. 


또한 카사바는 개도국에서 쌀과 옥수수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탄수화물 공급원이다. 유해성분으로 알려진 글루텐이 없으며 당분이 밀보다 적어서 당뇨병 환자들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현재 몇몇 기업과 비영리 재단들이 재배 기술 교육과 가공 설비들을 확대하고 있다. 디아지오나 SAB밀러 같은 주류회사는 카사바 맥주를 만들고 있다. 그러니까 인구 증가를 식량 혁명과 경제성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년층, 여성, 이민자 활용하면 한국 미래 밝아

 

마우로 기옌 교수는 다음 세 가지의 중요한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한국의 미래도 밝다고 전망한다. 첫째, 노년층을 시간제 근로자로, 환경문제를 의식하는 소비자로 활용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촉매제로 삼을 것. 둘째,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특히 여성의 창의력을 적극 활용할 것. 셋째, 세계화, 국제무역, 이민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변화에 뒤떨어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할 것. 


1968년에 미국의 포크 듀오 제이거&에번스가 의미 있는 노래 한 곡을 발표했다. “서기 3535년엔 진실과 거짓을 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생각과 행동과 말이 그날 먹는 알약에 들어 있다. 5555년엔 다리품을 팔 필요도 없다. 기계들이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 6565년엔 남편도 아내도 필요 없고 아이는 사오면 된다. 서기 10,000년 되었을 때 인간은 깨닫지 못한 걸 후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거다. 인간의 지배는 끝났지만 그 장대한 세월 속에서도 저 멀리 별들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그때도 반짝일 거다.”


비록 노래 가사에 불과하지만, 50년 전 예측이 얼마나 앞당겨졌는지 실감이 난다. 우리가 열린 사고, 수평적 사고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제목은 「2525년에(In The Year 2525)」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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