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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성 ‘바이오필름’ 오염을 막아라
세균성 ‘바이오필름’ 오염을 막아라
  • 김재호
  • 승인 2023.10.2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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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⑤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다섯 번째는 심바이오틱 융복합의료소재에 대해 최성환 연세대 교수(치과대학 교정과학교실)·㈜그래피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최성환 연세대 교수(치과대학 교정과학교실)는 세균성 바이오필름의 오염에 
저항할 수 있는 담도 스텐트와 치아 교정장치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최근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치아 교정치료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치과교정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이상 교정치료 환자 수의 비율은 2010년 전체 환자 수 대비 4.8%에서 2017년 6.1%로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구강 건강 관심도의 증가와 더불어 ‘투명 교정치료’가 널리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 나이에 어떻게 교정치료받아? 남사스럽게!” 이렇게 얘기하던 65세 이상의 노년층도 용기를 갖고 치과교정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투명 교정장치’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글리콜(PETG: Polyethylene terephthalate glycol)’과 같은 플라스틱 고분자로 제작된 탁찰식 교정장치를 뜻한다. 위턱과 아래턱 치열에 딱 맞는 투명하게 생긴 틀을 하루 20시간 이상, 1∼2주 간격으로 교체해가면서 2년 정도 착용하는 장치로서 음식을 먹을 때, 뜨거운 차를 마실 때 등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착용할 것을 권장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장치를 뺼 수 있고, 겉으로 보기에 장치 착용을 안한 것 같이 보이기에 연령과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상당하다. 전 세계 투명 교정장치 시장 규모는 2022년 39억6천만 달러(약 5조3천600억 원)에서 2032년 570억5천만 달러(약 77조2천100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교정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육박한다. 

왼쪽은 권재성 연세대 치과생체재료공학 교실 교수, 오른쪽은 최성환 연세대 교수(치과대학 교정과학교실)다. 최 교수는 그동안 세균막 부착 을 억제하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최 교수는 앞으로 인체에 무해하고 더욱 신속한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소재를 개발하고 자 한다. 사진=최성환

 

치태·치석 침착으로 인한 교정장치 오염

그러나 거의 하루 종일 입안에 장치를 착용하다 보니 장치 표면이 세균성 바이오필름, 다시 말해 치태·치석에 쉽게 오염될 수 있다. 매일같이 치아에 잇솔질을 해야 하는 것처럼 투명 교정장치도 주기적으로 닦아줘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장치 표면에 스크래치·미세 균열·마모·주름 등이 생길 경우 유해 세균에 오염되기 쉽다. 그 결과 치태·치석 침착(밑으로 가라앉아 들러붙음)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투명 교정장치를 착용하면 모든 치아면이 덮이기 때문에 타액의 세정 작용도 저하돼 충치와 치주질환 또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세균성 바이오필름의 존재는 병인학적으로 치아우식(충치)과 치주염과 같은 구강 내 국소적 질환뿐만 아니라 소화기질환·심혈관질환·당뇨병 등을 포함한 감염성 전신질환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런 투명 교정장치와 거의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의료기기 중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담도 스텐트’이다. 담도 스텐트는 췌장암·담도암·담석증의 합병증으로 인한 담도 폐쇄의 치료 시 주로 사용된다. 담도 폐쇄는 황달과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담도 폐쇄가 발생한 경우 췌담도 내시경을 통한 담도 스텐트의 삽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담도 스텐트는 3개월 이상 체내에 삽입될 경우 자연적인 폐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주기적인 스텐트 교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술 후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스텐트 주위에 담즙 찌꺼기와 각종 장내 세균들이 엉겨 붙어 바이오필름이 생성돼 담도 재협착이 발생하기 쉽고, 스텐트를 여러 번 교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스텐트 교체 과정에서 담도염·췌장염 등의 합병증에 노출되기도 쉽다. 

 

3D 프린팅 활용해 생체적합성 소재 개발

형상기억능력을 가진 3D 프린팅 심바이오머 소재 개발은 중요하다. 사진=최성환

따라서 최성환 교수 연구팀은 세균성 바이오필름의 오염에 저항할 수 있는 담도 스텐트와 치아 교정장치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3D 프린팅이 가능한 심바이오틱 생체적합성 소재’를 개발해 담도 스텐트와 투명 교정장치를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성과물로서 구강-소화기(oralgut axis) 미생물 불균형에 의한 세균성 바이오필름의 생성과 부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에 집중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최 교수가 연구 및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 생체적합성 고분자 기반으로 제작된 담도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투명 교정장치를 착용한 환자의 미생물 데이터 기반 질병 특이적 바이오마커의 규명 △미생물 불균형 최소화 3D 프린팅 신소재인 ‘심바이오머(SYMBIOMER)’ 소재의 개발 △심바이오머로 제작된 담도 스텐트와 투명 교정장치 시제품의 유효성·안정성 및 전임상 평가 등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보유하고 있는 △충전제-생체재료 결합력 조절 기술 △고분자와 소분자 결합과 재조립을 통한 고분자 수준 개질 기술 △고효율 표면 개질 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미생물 균형을 유지시킬 수 있는 심바이오머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담도 스텐트를 시술받거나 투명 교정장치를 착용한 환자의 장치 표면·침·체액 미생물 데이터는 최 교수와 함께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연구팀이 이원의료재단읕 통해 분석하고, 관련 바이오마커를 확정한다. 형상기억능력을 가진 3D 프린팅 심바이오머 소재 개발은 최 교수 연구팀과 ㈜그래피·서울대·카이스트·미국 미시건대 연구팀이 공동 개발하게 된다. 심바이오머로 제작된 담도 스텐트의 경우 ㈜태웅메디컬의 기술 자문을 받아 진행되고, 상용화 시제품의 해외 사용자 적합성 평가는 미시건대가 맡게 된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치과 의료기기 소재 표면의 세균막 부착을 억제하는 연구를 지속해왔다”라며 “이번 산업부 국책과제를 통해 치과뿐만 아니라 내과 수술에서도 인체에 무해하고 더 빠른 치료와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의료기기 소재를 개발해 국민 보건 증진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는 연세대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 권재성·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고홍 교수와 함께 연세대 다학제 융합 연구 프로젝트인 2023년 IPY 지식융합 ‘Seed Grant’ 사업을 연구책임자로 수행 중이다. 

이를 통해 연세대 중장기 발전계획인 ‘지구와 인류가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도전적 연구와 지식 추구’를 달성해 도전과 선도(Excellence)·창의와 혁신(Innovation)·공존과 헌신(Engagement)의 가치를 지향하는 ‘VISION YONSEI 150’를 실현하고자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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