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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 균’ 치료제 개발로 만성 지방간 잡는다
‘유익 균’ 치료제 개발로 만성 지방간 잡는다
  • 양영
  • 승인 2023.09.26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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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② 비알콜성 간질환

이번 과제를 통해 균(菌),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지방간을 치료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최종적으로 대사성지방간 신약을 개발하고자 한다.

만성 지방간 예방 혹은 치료효과를 갖는 유익 균을 선별하고, 생물학적 작용기전을 규명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도 있다. 만성 지방간은 현재까지 마땅한 표적 치료제가 부재해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것이 연구결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지방간은 대다수의 국민에게 꽤 친숙한 질병이다. 특히 과체중·고혈압·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을 이미 앓고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에 잦은 과음을 하는 사람이라면 건강검진 항목에 간 초음파 항목은 꼭 포함시키곤 한다. 

지방간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염려만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의 지방간 유병률은 39.3%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지방간은 명실상부한 ‘국민 만성질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양영 숙명여대 교수(생명시스템학부·여성건강연구원 원장)는 장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간을 치료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기반은 마이크로바이옴, 즉 장내 미생물이다. 사진=양영

간에 축적된 중성지방의 무게가 전체 간 무게의 5% 이상이 되면 지방간으로 분류한다. 5%라고 얕보면 안 된다.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은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과학기술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정도로 경이롭고 복잡한 대사기능을 수행하는 쉴 틈이 없는 장기이다. 간의 유기적인 시스템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질을 합성·공급하는 동시에 알코올과 같은 독성물질은 분해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간에 지방이 5%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지방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염증성 물질이 공장 가동을 방해하기 시작하며 질병을 일으킨다. 단, 간도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경미한 지방간은 생활습관 변화나 약물 투여를 통해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간이 ‘침묵의 장기’인 만큼, 지방간으로 되어도 통증과 같은 자각증상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간이 지방 간염을 거쳐, 결국 간경화증(간병변, 간섬유증), 간암과 같이 비(非)가역적인 상태에 이르면, 결국 사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방간에서부터 치료를 하여 진행을 막아야 한다. 즉, 지방간이 만성 간 질환 치료의 골든타임이다. 지방간 발병 원인이 음주에 의존적인 경우를 ‘알코올성 지방간(ALD: alcohol-associated liver disease)’이라고 하며, 이 경우에는 금주와 식생활 개선이 살찐 간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된다. 

오히려 문제는 술이 원인이 아닌 경우이다. 흔히 ‘비알콜성 지방간(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이라고 명명했으나, 그 병인이 물질대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에 따른 올바른 치료와 연구진행을 위해 이 분야의 저명한 학회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사성지방간(MAF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있다. 이름만큼 병인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심지어 마른 비만, 마른 고혈압처럼 마른 대사성지방간 환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화된 치료법만으로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사실 정확하게는 지방간 적중 치료제는 없다. 환자는 늘어가는데 치료제는 없다. 이 분야의 예방약 혹은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서 나타나는 지방간(대소포성 지방증)을 보여주는 현미경 이미지. 이미지=위키피디아

이번 과제를 통해 균(菌),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해 지방간을 치료하는 전략을 제시하여, 최종적으로 대사성지방간 신약을 개발하고자 한다. 지방간 치료에 효과가 있는 장내 유익균을 선별하고, 지방간 세포모델과 동물모델에 적용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비임상수준에서 검증하고 그 생물학적 작용기전을 규명할 예정이다. 

지방간 치료제로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제시하는 것이 아이러니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장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간을 치료하는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두 가지 임상실험 결과를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첫째, 실험동물에 마이크로바이옴 투여를 통해 지방간 완화 효과를 확인한 연구결과다. 둘째,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지방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대변이식술을 하면 지방간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간과 장은 간문맥이라는 큰 혈관을 통해 물리적으로 이어져 있어 ‘장 건강=간 건강’은 구조적으로도 성립하는 공식임에 틀림이 없다. 최근 호주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FDA에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허가한 첫 사례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안정성 또한 입증됐다. 

다만, 아직 지방간을 적중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여전히 없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한림대 의대(석기태 교수), 서울대(이도엽 교수), 연세대 의대(이혜원 교수), 가천대(박태식 교수), 종근당바이오, 비티시너지, 헥토헬스케어와 함께하는 8인 9각 연구를 지난해부터 시작해 가시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동향을 살펴보았을 때, 지금이 바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적기이다. 2025년 IND(임상시험용 신약) 승인을 위한 서류 제출을 최종 목표로 했고, 그 이후에는 임상실험을 위한 연구비 투자 유치 또한 관건이다. 세계 최초의 장-간축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해 오늘도 연구실 조명은 꺼지지 않는다.

양영 숙명여대 교수(생명시스템학부·여성건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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