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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세균이 천식에 영향을 끼친다?…“염증반응 조절하는 장”
장내세균이 천식에 영향을 끼친다?…“염증반응 조절하는 장”
  • 박한기
  • 승인 2023.10.1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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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③ 천식·알레르기

장관면역을 조절해 만성 염증 질환을 치료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장내세균을 비롯한 장내 환경과 장관면역과의 
관계를 조절해 기도의 염증에 대응하는 것을 연구의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필자는 알레르기내과를 전공했다. 특히 천식·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임상의이지만, 현재는 장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도를 치료하는 사람이 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장관(腸管: 대장·소장)면역이 환경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많이 축적되고 있다. 장관면역을 조절해 장이 아닌 다른 원격 기관의 질환을 조절하려는 연구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 몸이 외부 환경과 닿아있는 경계는 위장관·피부·호흡기·비뇨생식기까지 다양한 경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계에서 외부 환경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은 환경에 따라 사람의 건강에 차이를 이루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외부와 경계를 짓는 우리 몸의 다양한 기관 중에서도 기능적으로 외부의 물질을 받아들이는 것이 주 목적인 장벽이 바로 장(腸)이다. 

박한기 경북대 의과대학(칠곡경북대학교병원) 교수(알레르기내과) 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관면역을 조절해 만성 염증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사진=박한기

 

외부 항원이 흡수되는 경계로서 ‘장’

장은 우리 몸이 이용하는 영양소와 같은 외부 항원이 지속적으로 흡수되는 경계다. 또한 우리 몸에 공존하는 공생세균 역시 장에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면서 우리 몸이 활용할 항원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은 합목적적으로 끊임없이 외부 항원이 들어오는 통로이고, 따라서 장관면역세포는 외부 항원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에 면역세포가 생성되는 곳이 골수·흉선 등이라면, 장은 우리 몸에 면역세포가 교육을 받고 공부하는 학교와 같은 장기인 것이다. 

이렇게 장에서 교육받고 성숙한 면역세포들은 다양한 장기로 이동해 우리 몸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엔 그런 면역세포가 천식과 같은 기도 질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신생 감염병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코로나19, 즉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을 들 수 있다. 주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코로나19는 유행 초기부터 어떠한 사람에게 더 중증감염으로 이행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수행됐다. 

다양한 연구가 있었지만, 중증 코로나19 감염으로 이행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장내세균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감염은 호흡기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감염에 대한 우리 몸의 처리능력과 방법에 의한 염증의 정도는 장에서 면역세포들이 어떻게 교육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장관면역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과 장내세균이다. 그래서 요즘은 간헐적 단식·칼로리 제한·저탄고지(低炭高脂)와 같이 음식으로 균형을 잡는 방법, 그리고 유산균과 같은 장내세균을 조절하는 방법 등의 여러 가지 연구가 미래 의학을 바꿀 수 있는 기술 중에 하나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필자는 2015년 ㈜MD헬스케어에 몸담던 시절 김윤근 대표로부터 장내세균이 배출하는 세포밖소포체에 대한 연구를 접하면서 장내세균과 장관면역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개인적인 통찰과 가설을 가지고 주로 천식에서 장내세균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천식, 특히 호산구성 천식 환자에서 장내세균이 정상인과 비교해 상당히 변화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항생제와 같은 장내세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면 천식에서 기도 염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중증 코로나19 감염으로 이행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장내세균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지=픽사베이

 

장내 환경 정상화시키는 대변이식 기법

장관면역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개별 유익균을 보충해 주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장내세균의 다양한 유래 물질, 또는 물리적인 성상의 변화 등과 장관면역의 관계를 밝힘으로써 장관면역을 조절할 수 있는 더욱 다양한 방법을 찾고자 한다. 변화된 장내 환경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에 가장 직접적·대표적인 방법이 대변이식 기법이다. 정상 대변을 이식해 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하게 장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대변이식이 장내세균을 이용한 우리 몸의 치료에 가장 먼저 승인된 방법이기도 하다. 

대변이식과 항생제 등의 장내세균의 변화를 이용해 장내 환경을 변화시켜서 기도 염증을 조절하고자 하는 연구를 부산대 생명자원과학대학 동물생명자원과학과의 김명후 교수·구본희 연구교수 등과 직접적으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아울러,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의 장윤석 교수·최준표 연구교수와 ㈜비티시너지, ㈜헥토헬스케어의 도움을 받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장내 환경을 정상화시키는 효율적인 실용화 방안을 찾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장관면역을 조절해 기도 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인 기전에 대한 기초연구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사체·장관면역세포분석 등과 같은 많은 기초연구 역량에 도움을 받고, 같이 생각을 발전시키고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과학자로서 김명후 교수·구본희 연구교수 등과 함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볼 때 장관면역을 조절하여 기도 염증을 조절하고자 하는 목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장관면역을 조절하기 위해 대변이식이나 장내세균의 제공의 방식을 넘어서 대사체 등의 유래 물질이나, 장내세균 유래 물질이 조절하던 선택적인 물질이나 수용체의 제어, 다른 다른 개념의 장관면역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장관면역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 기대감을 동력 삼아 끊임없이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

박한기 
경북대 의과대학(칠곡경북대학교병원) 교수
(알레르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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