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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한국 출산율, 로컬리즘이 답
세계 최저 한국 출산율, 로컬리즘이 답
  • 최승우
  • 승인 2023.12.07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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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㉓ 전영수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1일 전영수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가 「인구와 출산 문제」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4강은 김재희 을지대 교수(교양학부)의 「메타버스와 자아 동일성」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비유는 유명하다. 
MZ 세대의 먹먹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이는 저출산발 인구 감소의 수많은 원인 중 꽤 강력한 설명력을 지닌다. 먹이(고용)를 찾아 떠난 지역 청년이 둥지(주거)가 없어 알(출산)을 낳지 못해서다.

인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첩첩산중에 점입가경이다. ‘설마’하는 수준까지 떨어진지 오래지만, 상황인지와 대중 반향은 부족하고 빈약하다. 반대로 상황 대응·관련 대책의 임무를 맡은 정부·정치권은 연기와 방치로 일관한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데다 저항을 부르는 인기 없는 영역인지라 그때그때 군불만 땔 뿐 의지와 진정성은 찾기 어렵다. 

불편한 개혁이 동반될 수밖에 없어 기득권의 불만·반발도 회피하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회피·무시의 대가는 값비싸고 처절하다. 날 선 부메랑처럼 한국 사회로 되돌아와 곳곳의 불협화음과 미스매칭을 조장하며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 

일본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이다. 이대로면 되돌리기 힘든 확정적인 미래다. 낡고 철 지난 사회 구조가 시대 변화와 충돌하는 반면교사를 배울 때다. 좇아선 안 될 전형적인 제도 실패기에 구조 개혁의 연기와 방치를 반복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더 시급·절실한 건 한국 사정이다. 일본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하물며 일본은 여전히 강력하다. 무능 정부와 소극 국민이 빚어낸 불협화음만 주목하면 일본 파워는 가려진다. 당장 대외 순자산이 세계 1위다. 출산율도 한국보다 낫다. 한국이 0.70명(올해 2분기)인데 일본은 1.29명(지난해)이다.

출생자는 ‘25만 명 vs. 80만 명’으로 더 비교된다. 엔저라지만, ‘엔화=안전 자산’도 굳건하다. 이런 일본이 인구 변화로 몸살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한층 명확해진다. 치료보다 예방이나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한국이 채택할 최후 카드는 넓고 깊은 이(異)차원의 구조 개혁뿐이다.

뒤늦게 성장 경로에 진입한 한국은 먼저 경험하고 관련 체계를 만든 선행적인 해외 사례에서 많은 걸 배웠다. 이런 점에서 선진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시찰은 유의미했다. 최소한 값비싼 수업료를 낮추거나 비용 대비 편익 창출을 도모하는 모범적인 방법론 중 하나였다.

선험 경로를 좇는 추격자의 상대적 우위를 잘 활용해온 것이다. 다만 인구 변화에 한정한다면 한국은 더 이상 추격하고 학습할 선행 국가를 찾기 힘들다. 인구 변화를 뜻하는 관련 통계의 최극단치에 한국 지표가 위치한 지 오래인 까닭이다. 

실제 한국의 급격해진 인구 변화는 국내 이슈를 넘어 해외의 관심거리로 부각된다. 차라리 나라 밖의 주목과 걱정이 더 크고 많다. 각국 외신의 특집 보도는 최근 2~3년 새 급증했다. 유럽·미국은 물론 인구병의 상징 사회인 일본조차 한국의 인구 변화를 염려한다. 외부 관심의 배경은 간단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세계 신기록을 스스로 연일 갈아치우는 충격적인 인구 변화가 반복된 탓이다.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놀랄 만한 인구 변화가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진 까닭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강조한 인구 감소의 역사적 조절 변수인 전쟁·질병·기아의 3대 덫(Malthusian Traps) 조차 없음에도 불구, 인구 폭락이 반복되는 한국적 기현상(?)은 낯설고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인구 유지선(2.1명)과 인구위기선(1.3명) 등 특정 출산율을 토대로 본 저항선조차 쉽게 깬 유일무이한 국가라 외신 주목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급격한 인구 변화의 원인은 뭘까? 감각적으로 떠오르는 원인은 많다. ‘먹고사니즘’으로 통하는 청년 실업·주거 불안이 후속 세대의 가족 분화를 막는다는 가설이 설득적이다. 

혼자 살기도 빠듯한데 부양 부담이 전제된 가족 결성은 힘들 수밖에 없다. 이를 방치한 정치·정부 역할도 크다. 청년 불안을 경감·상쇄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은 정치권의 방치·무능이 후속 세대의 반발·포기를 낳았다는 시나리오다. 고작해야 관성적인 푼돈 살포형의 재정 카드만으로 대응하니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고학력에 힘입은 가치관의 변화로 전통적인 생애 모델보다 본인다움이 먼저라는 인식도 결혼·출산의 거부 트렌드와 연결된다. 호구지책의 곤란을 넘어 가족 의미의 재검토가 저출산을 심화시켰다는 논리다. 실제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비유도 유명하다. MZ 세대의 먹먹한 현실을 빗댄 문구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는 “‘저밀도·고출산(지방 권역)→고밀도·저출산(서울·경기)’로의 급격한 사회 이동이나마 줄여내는 게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다”라며“고정관념의 파괴와 상상력의 확대다. 즉 정부를 분해해 역할을 쪼개는 식이다. 수백 년간의 상식이던 중앙 집권적 정부 역할에서 벗어나 지방 정부가 사회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이는 저출산발 인구 감소의 수많은 원인 중 꽤 강력한 설명력을 지닌다. 먹이(고용)를 찾아 떠난 지역 청년이 둥지(주거)가 없어 알(출산)을 낳지 못해서다. 먹이와 둥지가 단일 공간에서 해결되지 않는 직주 분리를 뜻한다.

결과는 매섭다. 탈(脫)지역·향(向)서울의 사회 이동은 ‘저밀도·고출산→고밀도·저출산’을 뜻한다. 지역에 살면 출산할 이들도 서울에 오면 포기해서다. 실제 2021년 평균 출산율 0.81명은 1위 전남(1.02명)과 꼴찌 서울(0.63명)의 합계다. 저출산지로 향하는 후속 세대의 사회 이동이 인구 감소를 재촉한 결과다. 

또 다른 비유로 유일무이한 승자 도시 서울을 빗댄 ‘빗장 도시(Gated city)’가 있다. 직업과 주거의 분리를 뜻하는 빗장이 서울 외곽에 설치·운영된다는 의미다. 주간 근로는 서울 회사로, 야간 거주는 경기 자택으로 나뉘는 직주 분리를 고발한(?) 비유다.

‘서울=거주’의 직주 동일은 부유함이 전제될 때만 허용된다. 즉전(卽戰)적인 대응 논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농 격차→인구 변화’의 연결에 주목하는 게 시급하다. ‘저밀도·고출산(지방 권역)→고밀도·저출산(서울·경기)’로의 급격한 사회 이동이나마 줄여내는 게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다. 고정관념의 파괴와 상상력의 확대다. 즉 정부를 분해해 역할을 쪼개는 식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그렇다.

수백 년간의 상식이던 중앙 집권적 정부 역할에서 벗어나 지방 정부가 사회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설 수 있다. 오래된 미래가 보내는 간절한 신호에 주목할 때다. 비켜섰기에 아직은 버티는 서울·수도권의 집중 이슈에 매몰돼 지방 소멸의 SOS를 방치하면 곤란하다. 톱니바퀴처럼 고도화된 역내 분업을 보건대 한쪽이 삐걱대면 전체는 멈춰 선다. 

그나마 여유로울 때 취약한 연결 고리를 손봐야 균형 회복도 달성된다. 오래된 미래의 숨죽인 풍경은 매섭게 확산된다. 

‘인구 문제=도농 격차’라면 당면 해법 중 우선순위는 자연스레 정리된다. 먹이·둥지의 공간 격차를 해소해 주는 책략이 시급하다. 위험 수위를 넘긴 불균형의 지역 격차에 주목하는 것이다. 방치·외면이 빚어낸 값비싼 결과는 초저출산의 매서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원인·이유는 많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사회 구조 모두가 인구 변화에 한몫했다. 경직적인 제도·정책이 시대 변화를 못 따르니 엇박자·부작용이 뒤틀린 인구 수급의 저출산·고령화를 낳았다. 더는 곤란한 상황이다. ‘지방 전출→도시 전입’으로의 공간 이동을 줄여줄 안전장치가 없다면 교육·취업부터 산업·문화·주거까지 서울 수도권의 경쟁 우위·일극 집중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분산과 완화가 시대 의제일 수밖에 없다. 로컬리즘은 그래서 실험해 봄직한 아이디어다. 지역 재생·지역 활성화 등 키워드가 뭣이든 자생·순환적인 직주락(職住樂)의 로컬 기반을 튼실하게 구축하는 접근법이다. 

지역을 되살릴 복원 환경은 무르익었다. 도농 격차의 불행 파장에 맞서 정상 회복을 위한 로컬리즘의 필요와 욕구가 커진 덕이다. 복원 자원과 실행 루트는 강화됐다. 수동적이던 중앙 정부도 시점 변경에 적극적이다. 아직은 아쉽지만, ‘중앙 파워→지역 하방’의 물꼬 확장을 위해 제도 지원에 돌입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지난해 개정),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올해 시행) 등으로 농산어촌의 복원 토대를 구축했다. 재정 지원의 새 피 수혈도 보강된다. 

세상은 변화하나, 한국은 급변한다. 어느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범위·깊이가 파격적이다. 잠깐만 놓치면 순식간의 변화에 아연실색한다. 원류에는 인구 변화가 있다. 즉 한국 특유의 역동성은 인구 변화까지 포섭했다. 세계 최저치·한국 신기록인 0.78명(2022년)의 충격적인 출산율은 사회 급변의 상징 지표다(확정치, 잠정치로는 올해 2분기 0.70명). 

인구학에선 가정조차 못한 표준편차 밖의 수치로 인류 역사상 최초·최저 통계다. 늦게나마 관련 대응의 방치·연기 동기로 작용한 ‘인구 변화→생활 체감’이 하나둘 확인되며 사태 공감·정책 논의가 시작된 건 다행스럽다. 다만 아쉽게도 뾰족한 카드는 없다. 벌써 나섰어도 이미 뒤늦은 형국이라 출산 반전의 역전 기대보다 인구 감소의 완화·적응 전략이 고작일 정도다. 

지향점은 로컬리즘이다. 인구 유출의 로컬 공간을 건강·지속적인 생활 단위로 재구성하는 귀환 과제로 수렴된다. 쏠림은 결국 무너짐을 뜻한다. 인구·고용·산업·금융 등 독과점·블랙홀의 서울 구심력에 맞설 대체 공간·분업 역할로서 지방 원심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관건은 다른 접근·방식에 있다. 지금처럼 중앙 기획·예산 의존의 도농 균형책은 곤란하다. 로컬리즘은 숨죽였던 지역 주체가 새롭고 강력하게 순환 생태의 복원 주체로 부각됨을 뜻한다. 정책·예산 자원을 쥔 중앙·지역의 행정 조직은 물론 로컬 기반의 토착 회사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영리 자본·공공·공익으로 뭉쳐진 기관·학교·종교·시설 주체·사회 변혁의 DNA로 지역 사회에 착근한 시민 조직, 공공과 영리의 중간·공통 지대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경제 조직 등 로컬리즘을 빛내줄 협력 주체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이 로컬에서 튼튼한 혈관(지역 기반)과 건강한 새 피(신형 주체)를 구성할 때 보물 찾기(지역 자산)와 구슬 꿰기(혁신 모델)가 비로소 시작된다. 강점·약점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한 후 복원 보물을 찾아내 매력적인 구슬로 엮어내는 지역만의 ‘온리 원’이 권유된다. 아니면 지역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 새는 바가지에 계속해 물을 집어넣을 중앙은 없다. 침몰이냐 부활이냐의 방향 타진은 올곧이 지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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