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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의 시대는 갔다…대화·타협은 훈련이 필요하다
투사의 시대는 갔다…대화·타협은 훈련이 필요하다
  • 김선진
  • 승인 2021.11.05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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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상식의 재구성』 | 조선희 지음 | 한빛비즈 | 560쪽

복합적이고 다층적 양상 보이는 한국사회 갈등 양상
잘못된 정보·틀린 지식을 바로잡는 것에서 해결 가능

지금의 한국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여러 가지 키워드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갈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백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제국주의 일제 식민지로 나라를 잃었다가 극적으로 해방되었는데 곧바로 이어진 좌우 이념대립으로 동족상잔의 전쟁과 남북 분단을 경험한 나라.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군부독재와 무고한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광주학살이라는 국가폭력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나라. 625전쟁이 종전이 아니라 정전인 상태로 전쟁의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는 나라. 이런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갈등은 일상이 되고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낀다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 내부를 들여다 보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는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무색할 만큼 계층 사다리도 무너져 계층 이동의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은 해방 직후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서로 친일적폐니 종북좌파니 하며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세대간 갈등에 더해 페미니즘 논쟁에 남녀갈등까지 겹쳐 서로를 김치녀와 한남충으로 싸잡아 비난하며 갈등을 넘어 서로를 혐오하는 단계로 치닫고 있다. 이제 사회 계층별, 연령별, 남녀별로 갈등은 복합적, 다층적 양상을 보이며 확대, 증폭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 갈등은 어디에서도 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낀다.

 

갈등 해결의 내공을 가진 사회로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갈등은 과연 해결가능한 것일까. 해결할 수 있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상식의 재구성’이라는 책 제목에서 압축하고 있듯이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을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오해와 불신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정보, 틀린 지식을 바로잡고 ‘팩트’와 ‘역사적 맥락’을 공유하고 이해함으로써 ‘상식의 중간지대’를 넓힐 수 있다면 소통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요컨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우리 개개인들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들이 판을 치는 미디어 혼돈 속에서 ‘사실’을 분별함으로써 문제를 좀 더 넓은 시야로 들여다보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안목과 비판적 문해력을 갖추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대안은 그의 언론인, 공직자, 작가라는 다양한 이력을 고려하면 자연스런 사고의 결과다. 연합통신, 한겨레신문 기자, 씨네21 편집장 출신으로 한국영상자료원장, 서울문화재단 대표, 장편소설 ‘세 여자’의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지난 2019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체류한 경험을 살려 56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사회 비평서를 썼다. 

책은 민주주의 사회를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팩트’들을 체크하는 차원에서 크게 ‘불평등’, ‘미디어’, ‘민주주의’, ‘이념’, ‘일본’, ‘한국인’ 등의 상식적 주제를 다룬다. 중간에 삽입된 ‘독일’ 관련 챕터는 우리와 비슷한 분단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 사회가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모범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주제들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 사회의 갈등과 해법을 다룬 저자의 저서는 남편이기도 한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저서 『눈떠보니 선진국』과 묘하게 짝을 이룬다. 선진국의 대열에 섰지만 아직은 선진국답지 못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논지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박 의장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한국 사회를 조명하고 진단한 유사한 주제의 저술을 내는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도 공유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진단과 해법을 비교해가며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갈등을 여하히 다룰 수 있느냐가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아래의 글을 인용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투사의 시대는 갔다. 스크럼 짜고 하나의 적을 향해 일사분란하게 돌격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엔 대화나 타협이 비겁과 비굴의 딱지였지만 이제 그것은 미덕이고 실력이다. 대화와 타협은 훈련이 필요하다. 그것이 한국 사회가 민주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 갈등해결의 내공을 가진 사회로 진화하느냐의 관건이다.”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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