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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믿음을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인간에 대한 믿음을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 김선진
  • 승인 2021.04.2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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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휴먼 카인드』 |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 | 588쪽

학문적 근거와 적극적 현장탐사가 만나
인간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다

요즘 뉴스를 접하면 세계는 온통 집단적 무기력에 빠져있는 듯 하다. 전지구적 코로나 전염병은 일년이 지난 지금 무려 3백만명이 감염됐고 20만명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코로나 유행은 여러 차례 반복되며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속되고 있다. 

와중에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혐오범죄가 확산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웃 일본은 엊그제 이웃 국민들의 안전 우려에도 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인간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이런 전지구적 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이 있을까.

이런 질문에 과감하고 확신에 찬 긍정적 대답을 제시한 책이 바로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 카인드』이다. 그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다보스포럼의 명연설, TED 명강연으로 알려진 유명인사로 인류의 장구한 문명을 지탱해온 힘은 바로 인간의 선한 본성이었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근거없는 희망을 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물학, 진화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적 근거와 역사적 사료, 적극적 현장탐사를 통해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인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그것은 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대변되는 인간의 이기성에 대한 보편적 믿음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진리인가

저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런 비관적 인식이 오늘날 세계가 처한 불평등과 혐오, 불신과 같은 모든 비극의 기원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불신은 엘리트 권력과 언론이 자신의 통제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실제로 정치와 언론은 생리상 갈등과 사회 불안을 먹고 산다. 미담과 동화는 정치와 뉴스의 소재가 되지 못하고 뉴스는 현실 세계의 실제보다 갈등을 더 증폭한다. 결국 미디어가 재구성한 인간의 본성은 사실보다 더 이기적이고 악하다고 인식된다.

안타깝게도 현대인은 뉴스에 중독되었다. 현실보다 과장된 위험, 존재하지 않는 가짜 뉴스에 현혹돼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인간과 이웃에 대한 불신을 누적한다. 각자도생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어디에도 연대와 협력의 희망은 실마리조차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저자는 그럼에도 인류의 역사적 증거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을 긍정하는 사례들로 넘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플라시보, 노시보 효과에서 입증하듯 믿는대로 이뤄진다는 사실에 있다. 그가 예시한 우화처럼 우리 안에 있는 선한 늑대와 악한 늑대의 싸움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는 내가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인류의 역사를 위해 우린 어떤 믿음을 견지해야 할까.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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