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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갈등·혼란 부추기는 획일적 대학정책, 경쟁력은 멀어진다
대학 갈등·혼란 부추기는 획일적 대학정책, 경쟁력은 멀어진다
  • 황인성
  • 승인 2024.02.2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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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21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③ 교육부 대학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는가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세 번째 소주제는 ‘교육부 대학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는가‘이다.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크게 재정지원사업, 입시제도, 학사운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의 핵심은 재정지원사업이다. 이를 통해 대학교육의 방향성이 규정돼 왔다. 대학의 자율성과 관련 있는 학생 선발과 학사운영이 여전히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부 대학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 이후, 우리나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200위권 내 대학 수나 순위에서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 SCI 논문수 순위와 SCI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 등의 연구실적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2022년 스위스 IMD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46위라는 처참한 결과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오히려 낮아져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에 16조 2천563억 원으로 2012년 9조 9천523억 원 대비 약 1.6배 증가했으나,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와 정부 재정지원은 OECD 국가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세계 10위의 경제국가 지위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2023)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67.5% 수준이며, 대다수 OECD 국가와는 달리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가 초·중등 공교육비보다 낮다. 

국회예산정책처(2023)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2011년 9천927달러에서 2020년 1만2천225달러로 규모는 증가했으나, OECD 평균 대비 비중은 2011년 71.1%에서 2020년 67.5% 수준으로 오히려 낮아져 OECD 국가 평균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초·중등 공교육비보다 낮은 OECD 국가는 한국과 그리스밖에 없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사업 유형은 일반지원사업, 학자금 지원사업, 국‧공립대 경상비 지원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지원사업은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등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계획‧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6조 9천844억 원이 배분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44.8%로 사업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학자금 지원사업은 대학생(대학원생)에게 장학금 지급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4조 180억 원이 배분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25.8%에 해당한다. 국‧공립대 경상운영비 지원사업은 국‧공립대 와 정부부처 책임운영 교육기관의 운영비 지원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으로, 2021년 4조 5천943억 원이 배분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29.5%를 차지한다. 학자금 지원사업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개별 대학에는 도움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또한, 국‧공립대 경상운영비 지원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액됐지만, 이는 사립대와의 지원액에서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고 있다. 또한, 일반지원사업에 국·공립대가 참여하는 관계로 사립대와의 경쟁과 사립대 간에 경쟁도 유발하고 있다. 

15년 지속된 등록금 규제, ’교육의 질‘은 나몰라라

일반지원사업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관련 배분 현황을 설립유형별로 살펴보면, 2021년에는 국·공립대(57교)에 7조 5천820억 원이 배부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48.6%를 차지했다. 사립대(356교)에는 8조 146억 원이 배부돼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51.4%로 사립대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국·공립대의 지원 비중은 2017년 46.2%에서 2021년 48.6%로 증가한 반면에, 사립대는 2017년 53.8%에서 2021년 51.4%로 오히려 비중이 감소했다.

또한, 설립유형별 학교당·학생 1인당 고등교육 재정지원 배분 내역을 살펴보면, 2021년에 국·공립대 1교당 1천330억 원, 학생 1인당 1천407만 원이 지원된 반면, 사립대는 1교당 225억 원, 학생 1인당 438만 원이 지원됐다.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사립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공재라고 하는 사립대와의 차별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2023)의 사립대 교비회계 수입·지출 결산 현황을 살펴보면, 국고보조금은 규모와 비중이 최근 10년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국고보조금 중 교육부로부터의 수입이 2011년 4천551억 원(2.6%)에서 2022년 3조 1천498억 원(18.3%)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등록금 수입은 2011년 11조 881억 원(62.8%)에서 2022년 10조 2천241억 원(53.5%)으로 감소했다. 대학등록금 규제와 연계한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은 평균 등록금 수준을 낮추는 성과를 이미 거두었다. 한편으로는 2012년 이후 계속된 등록금 규제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재정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대학교육의 질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사립대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획일적인 ’무전공 입학‘ 구성원 갈등 부추겨

대학 자율화의 핵심은 개별대학의 설립목적과 특성화 계획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학사운영을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대전환(DX), 빅블러(Big Blur)시대를 맞아 지난해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학과·학부 칸막이를 없애고 전면 자율화했으며, 학생 전공선택권을 확대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맞는 창의·융합전공 개설과 무전공 입학이 대학정책으로 곧바로 반영되면서 대학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2025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정원의 약 25%를 ‘자유전공학부’나 학부‧단과대 단위의 ‘광역선발’로 선발해야 국고 인센티브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고 밝히면서, 획일적인 교육부의 대학정책에 대해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개별 대학들은 그들이 처한 입장이 다르고, 대학의 특성과 대학 내 사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책 적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돌이켜 보면, 대학을 획일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4~5년 단기적인 기간동안 운용돼온 까닭에 구성원들 간에 논의를 통해 의견이 수렴된 합의보다는 사업 선정이 우선이라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과거에 교육부가 추진해왔던 많은 재정지원사업들이 지속적이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추진돼 내부 구성원 간에 갈등과 혼란을 겪었던 사례가 많았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자율화의 시작

급변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대학 자율화의 시작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재정 확보의 문제를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정부와 지자체, 기업체 등과 상생할 수 있는 생존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고등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율적인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의 샌드박스를 적용해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국공립대의 경쟁자는 사립대가 아니며, 지역을 살리려는 거점국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은 거점 주변의 중소사립대의 소멸을 앞당길 뿐이다. 그러므로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지원 정책은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이 국·공립대의 대학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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