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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률 73.3%, 미충원·재수생 함께 늘고 있다
대학 진학률 73.3%, 미충원·재수생 함께 늘고 있다
  • 황인성
  • 승인 2023.05.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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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⑥ 대학의 팽창과 미충원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두 번째 주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재학생 미충원 증가와 지역대학의 위기에 대한 것이다. 지역소멸 위기와 관련된 학령인구 감소는 사립대가 당면한 직접적인 문제이자 지역대학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정원 미충원과 관련해 4회에 걸쳐 다룰 내용의 첫 번째 소주제는 ‘대학의 팽창과미충원’ 문제다. 두 번째는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활용되는 신입생(재학생) 미충원률 지표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분석이다. 세 번째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분석한다. 네 번째는 대학교육의 게임체인저가 될 성인학습자 교육 확대 방안을 다룬다. 

고등교육의 팽창과 대학 진학률 

40년 전에는 재수생과 과열 과외가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대학정원의 미충원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학생 자원이 넘쳐났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두 가지 정책이 있다. 하나는 전두환 정권이 도입한 ‘대학졸업정원제’와 김영삼 정부가 도입한 ‘대학설립준칙주의’이다. 1981년 과열 과외와 재수생 문제의 해소 대책으로 도입된 대학졸업정원제를 계기로 대학정원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1995년에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제정하여 대학설립기준을 완화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40여개 대학이 신설되었다. 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 4가지의 기본 요건만 갖추면 비수도권 지역에서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는 정원 자율화정책이 도입되어 대학정원이 양적으로 확대됐다.

이런 과정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엘리트교육에서 대중·보편교육으로 바뀌었다.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25세~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3%로 OECD국가 38개국 중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일반대·교육대·산업대·전문대를 비롯한 대학의 수는 1980년 224개에서 1995년 304개, 2000년 349개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2022년 현재 대학원대학 3개교를 제외한 대학은 336개교에 이른다. 그동안 52개 대학이 통·폐합되었으며, 13개 대학이 폐교됐다.

대학 진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1980년 46만 7천388명에서 1985년 64만 2천354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2000년 76만 4천71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에 2003년에는 59만 413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2011년 64만 8천468명으로 다시 증가한 후에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7년 58만 3천608명, 2022년에는 44만 5천815명까지 급격하게 줄었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 23.7%에서 1985년 36.4%, 1995년 51.4%, 2000년 68.0%, 2005년 82.1%로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2008년 83.5%로 역대 최고의 진학률을 보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7년에는 68.9%로 낮아졌다. 2022년 현재는 73.3%의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종로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시도별 진학률은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 최근 20년 동안 전국 평균과 비교하여 최대 16% 정도 낮았다. 일반계고(일반고·자율고·특목고) 학생 중, 특정 지역에 소재한 일반고·자사고·외고 등의 대학 진학률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시 강남·서초·양천·송파·노원구 소재 일부 자사고와 일반고의 진학률은 40~50%로 나타났다. 그 외 지역별로는 경기지역 신도시(분당·일산·평촌), 부산(해운대구), 대구(수성구) 등 광역시에 소재한 전통적인 교육특구에 소재한 고등학교의 진학률이 낮았다. 일반계고 학생들의 30~40%가 의대나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재수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최근 수능지원자의 수를 살펴보면, 학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지만 재수생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미충원율 증가

통계청 기준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 9천 명으로 전년(26만 6백 명)보다 1만 1천 5백 명(-4.4%) 감소하였다.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에서도 0.78명으로 전년(0.81명)보다 0.03명 감소하여 인구절벽 문제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에 발표된 OECD 국가의 합계출산율 평균 1.59명의 50% 수준이며, 가장 높은 이스라엘 2.90명의 27%에 불과했다. 

18세 이상 학령인구는 2000년 82만 6천889명에서 2021년 47만 6천259명으로 최근 20년간 35만 630명으로 42.4% 감소하였다. 이 기간 대학 입학정원은 2000년 64만 6천215명에서 2021년 47만 4천180명으로 최근 20년간 17만 2천35명으로 26.6%나 급격하게 줄었다. 대학 입학생은 2000년 67만 7천783명에서 2021년 43만 2천603명으로 20년간 36.2% 감소했다.

미충원율은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1년 전체 대학 충원율은 91.4%로, 총 4만 586명(8.6%)이 미충원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일반대보다는 전문대에 미충원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존립 위기에 놓인 지방대의 수가 크게 늘었다. 2023학년도 입시에서 4년제 지방대 214곳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원 주요 기준인 신입생 충원율 80%를 못 채운 대학이 44곳이나 됐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14개 지방대 26개 학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대학 입학 가능 자원이 28만 명으로 대학정원의 57%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 수는 39만 8천27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학년도 대학(일반대·전문대 포함) 모집인원인 51만 884명보다 11만 2천613명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수험생은 재수생 등 'N수생'을 합해도 47만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해가 갈수록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참여한 포럼에서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에 관해 ‘국가 소멸’이라고 진단했다. 이대로라면 2750년엔 한국이란 나라가 소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도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지적이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에 의한 미충원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도 아니고, 개별대학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입생 미충원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미충원 지역대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지역소멸을 지체시켜야 할 것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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