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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협의체는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니다…자율성 회복 시급하다
대학협의체는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니다…자율성 회복 시급하다
  • 황인성
  • 승인 2024.01.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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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20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② 대학협의체와 교육부의 규제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두 번째 소주제는 ‘대학협의체와 교육부의 규제’이다.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의 핵심은 대학과 전문대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고등교육기관의 다수가 사립대학이며, 국·공립대학과 함께 대학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 소주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사립학교법 및 시행령 등을 통해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대학, 특히 사립대학을 관리하고 규제하며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공식적인 규제에 대해 사립대학은 많은 반발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학생증원, 학과신설, 재정지원, 각종 평가에 대한 전권을 교육부가 쥐고 있다보니,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교육부가 관련 협의체를 통해 사립대학을 어떻게 규제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자율협의체를 통한 교육부의 규제

우리나라의 대학 관련 자율협의체는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2·3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가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법은 전두환 정권시절에 의원입법으로 제정됐으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도 문민정부시절에 의원입법으로 제정됐다.

이들 협의체는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이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까닭에 오히려 회원대학의 이익보다는 교육부의 정책을 대리 수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 협의체는 정부기관도 산하기관도 유관기관도 아니면서도 정부 위탁사업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매년 국정감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 위탁사업으로 인한 방대한 국고지원액으로 인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 지정을 받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이들 협의체는 교육부의 간접 지배하에서 정부정책과 맞물려 회원대학에 대한 규제를 관례적으로 해오는 까닭에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교육부 2중대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으면서 회원대학을 규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자율협의체 임원을 왜 교육부장관이 승인하는가?

이들 협의체에 대한 교육부의 간접 지배는 설립 초기부터 나타났으며, 특히 최근에는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제6조(임원) 2항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8조(사무총장) 2항 ’사무총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회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자율성에 근거해 이익단체의 회장을 비롯한 임원을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상근인 임원과는 달리 상근하여 실질적으로 협의회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도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 까닭에 이익단체인 대학협의체가 대학 자율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대학협의체 뿐만 아니라, 소속 대학조차 자율성은 이미 없다고 봐야 한다. 

대교협의 경우, 최근에 임용된 교육부 출신 사무총장 4명 이전에는 대학교수 출신 3명이 연이어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협의회 운영의 자율성 문제는 현 사무총장 이전에 임용된 3명의 사무총장은 모두 교육부 출신으로 연임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임으로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회장을 비롯한 대교협 이사회에서 이들의 연임을 의결해서 교육부에 승인요청을 했음에도 시간을 끌면서 이를 승인하지 않아 자진사퇴토록 했다는 것이다.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공모방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육부에서 선정한 퇴직관료(최종적으로는 국립대 사무국장이나 교육청 부교육감 역임)가 선임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절차가 관례화되는 관계로 우수한 사무총장 역량을 갖춘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교육부 퇴직관료들에게는 이직하기 위한 디딤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대교협은 협의회 설립 이후, 전원이 교육부 출신 사무총장이다. 최근에 전문대교협에서 오래 근무한 기조실장 출신의 직원이 업무역량이 뛰어나서 이사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승인요청을 하였는데, 승인을 하지 않아 결국에는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것이 대학의 자율성을 막고, 대학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교육부 카르텔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국립대 사무국장을 교육부 출신이 임용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매우 잘한 정책이다. 특히, 교육부 본부에서 국장이나 실장직을 수행하다가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자리하고, 다시 되돌아가서 교육부 국장이나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선수가 심판이 되고, 심판이 다시 선수가 되는 회전문 인사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립대학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총장의 자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각종 평가 및 재정지원에서 사립대에 비해 국립대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한 불합리한 처사이다. 그리고 이들이 산하기관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의 모든 부처에서 발생하는 관피아 문제로 그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직무연수가 아닌 학위연수를 국내외로 가서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의 교수 등으로 전직하여 정부정책 과제를 수주하고, 정부의 대변인으로 정책을 제시하는 수많은 관료들이 있으며, 국립대 초빙교수, 석좌교수 등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립대학도 다르지 않다. 정부의 각종 평가나 재정지원사업 선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자 이들 관료를 유치하는 사례는 종종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고 있지 않은가? 

대학자율성 회복 위해 대교협법 개정해야

지난 2022년 6월 20일 대교협 회장 앞으로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장‘ 명의로 부울경제 총장협의회(2022.06.16.)는 6월 정기총회 의결사항을 공문으로 제출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개정을 요구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협의회’)는 4년제 대학의 자율협의체로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장·이사·사무총장에 대해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도록 되어 있어, 협의회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있음(※최근에는 이사회에서 의결된 이사 승인의 거부, 이사회에서 연임을 의결한 사무총장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여 협의회의 자율성이 침해됨), △대학 자율성 강화를 국정과제(국정과제 83 :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로 선정 추진하는 마당에 가장 자율적이어야 할 대학교육협의회부터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의 주요 내용으로, 제6조(임원) 2항, 제8조(사무총장) 2항, 제14조(사업계획서 등), 제15조(결산보고)에 대해 개정 방향으로 △임원 및 사무총장 선임 시 교육부 장관의 승인 제도 폐지 △교육부 위탁사업비의 사업계획서 및 결산서만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 등을 제안하고 정기총회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서동영 의원 외 12명이 대표 발의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429, 2023. 4. 18.)’에 제시된 제안 이유처럼, “대교협의 사업 범위가 확대되고 국비 보조사업이나 교육부 사무의 위탁이 증가함에 따라 당초의 설립목적인 대학 운영의 자주성 확보를 위한 대학 간의 협조라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의견과 함께, 고등교육기관 간의 협의체로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타 법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음” 도 대학 자율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율협의체인 대교협의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법 제정 40년이 되는 올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개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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