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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비리 재단은 퇴출…대학은 지역경제·문화의 중심으로 
부실·비리 재단은 퇴출…대학은 지역경제·문화의 중심으로 
  • 황인성
  • 승인 2023.08.1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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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⑪ 지역에서 대학의 존재 의미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세 번째 주제인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의 두 번째 소주제는 ‘지역에서 대학의 존재 의미’를 다룬다. 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살펴보면서 대학의 존재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진주에 있는 사립대학인 한국국제대가 지난 7월 13일 재정난으로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오는 8월 31일 폐교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앞으로도 이런 부실대학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되는 대학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미 폐교된 대학에서 보았듯이 중소도시에 소재한 지역 사립대학의 폐교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 최근에 폐교한 대학 현황과 사례를 통해 지역에 소재한 사립대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 본다.  

2000년 이후 19개 대학 폐교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2022년 현재 4년제 일반대학 38개와 전문대학 18개 등 총 56개 대학이 설립됐으며, 2000년 이후 폐쇄 명령을 받거나 자진 폐교를 결정한 대학은 총 19개교이다. 재단비리나 부실운영 등으로 교육부로부터 강제로 폐쇄 명령을 받은 대학은 총 14개교로, 일반대학 8개교, 전문대학 4개교, 기타(대학원대학 및 각종학교) 2개교다. 그리고 대학경영이 어려워 자진 폐교한 대학은 총 5개교로 일반대학 2개교, 전문대학 1개교, 기타 2개교다.

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대학 폐교와 지역경제의 관계를 살펴보면, 지역(중소도시)에 소재한 지방 사립대학이 폐교 되면 대학 인근 원룸과 상가가 동시에 문을 닫고, 이로 인한 지가 하락과 고용감소 등으로 지역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경영부실로 인한 임금체불로 교직원은 수백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용해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폐교가 되면 학생들은 주변에 있는 대학의 관련학과로 편입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대학 폐교에 따른 학생들의 특별 편입학 비율은 60.4%에 불과하다. 대학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은 모두 실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

그러나 교수도 폐교 출신이라는 멍에로 취업이 어렵다. 대학의 재단비리로 인한 문제를 학생·교수·직원이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대책이 폐교 이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황폐화를 막기 위한 지역상생 방안도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대학 폐교 이후 벌어지는 일들

지역대학은 지역의 경제·문화·산업·인구 등 지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서,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져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즉, 지역경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학생수 감소는 곧바로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대학이 퇴출되면 학생들로 북적이던 대학가는 폐허로 변한다.

대학 건물의 재활용도 어려워서 애물단지가 되거나 흉물스러운 폐허로 남게 된다. 대학 폐교 이후에는 대학 폐교 → 유동인구 감소 → 주변 상권 고사 → 주민 이주 → 지역민 이주 → 지역 소멸의 순서로 상황이 진행된다.

대학은 지역상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대기업이다. 지역대학은 지역문화와 교육·경제의 중심이다. 부실대학과 비리대학을 운영하는 재단은 퇴출돼야 마땅하지만, 지역대학은 공영형대학 등으로 전환해 지역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죄는 비리재단이 짓고, 피해는 학생·교직원·지역주민이 본다’는 의미를 되새겨서 폐교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시각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즉,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감소나 부실대학에 대해서는 대학 구조조정을 하되, 일방적이고 섣부른 퇴출보다는 지역현실을 고려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19개 폐교대학 중 1곳만 청산 완료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부실운영으로 사립대학이 문을 닫으면 대학이 속한 지역사회도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폐교 대학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출구전략도 없어서 청산절차가 늦어진다. 학교 구성원들이 생계유지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폐교대학의 청산절차가 늦어지는 이유는 법원이 대학이나 학교법인의 운영 등에 관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나 학교법인의 관계자를 청산인으로 지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총 19개 폐교대학 학교법인 중 10개 법인이 해산(파산)했으며, 이중 1개 법인이 청산 완료된 상태로 해산(파산) 비율 55.6%, 해산(파산)법인 중 청산 완료 비율은 10.0%로 매우 저조한 상태이다.

폐교대학 지역주민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현재 폐교로 해산된 학교법인의 청산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한국사학진흥재단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이 발의돼 있다. 또한 사립대학구조개선특별법도 심사 중이므로 조속한 입법을 기대한다.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제도와 교육재정 및 교원지위 법정주의에 따라 국가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한 감독·통제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가는 폐교로 인해 발생한 대학 구성원에 대한 보호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국가가 공교육 실현을 위해 마련한 교육제도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립대학과 그 학교법인을 폐쇄하거나 해산하는 경우, 그 구성원인 교직원(학문의 자유와 교육권)과 학생(교육권)의 기본권은 별도의 헌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대학 뿐만 아니라, 대학 통폐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지역 사립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으로 폐교하는데, 대통령 공약으로 급조된 한전공대는 부실운영 문제가 나타났다.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면서 혁신이 부재한 인위적 통합의 글로컬대학30은 지역대학의 위기를 더 가속화시키는 이율배반적인 지역대학 정책이 될 것이다.

폐교된 지역 주민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지역대학과 지역소멸을 지체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도시는 변변한 기업이나 공장이 없고, 대학이 지역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으로 대학 덕분에 젊은이와 외지인이 모이고, 이들이 지역에서 쓰는 돈이 지역경제를 돌게 했다는 것이다.

지역대학은 지역문화와 교육은 물론이고 경제의 중심이고, 지역대학은 그들에게 삼성이나 현대와 다름없는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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