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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그냥 성격 차이야’…편견과 오해는 그대로 남았다
‘모르겠어, 그냥 성격 차이야’…편견과 오해는 그대로 남았다
  • 현주석
  • 승인 2022.11.10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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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두 번째 주제 MBTI ① 합리적 회피의 유혹, MBTI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주제 ‘몸’에 이어 이번 호부터는 두 번째 주제 ‘MBTI’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시각을 4회에 걸쳐 싣는다. 

 

MBTI 열풍이 불어 닥쳤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약식 성격 검사가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언론과 방송에서도 드물지 않게 MBTI가 언급되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드물지 않게 내 성격 유형을 물어보는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지곤 한다.

심리학 전공 학생들은 물론이고 심리학 비전공자들에게도 MBTI 이야기를 무심코 꺼내 놓으면 눈이 반짝반짝하는 것이 금방 보인다. 심지어 기업 인사에도 이를 참고한다는 소식조차 들린다. 그만큼 자신과 타인의 성격에 대한 이해에 관심이 지대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최근 심리학자들의 활발한 대외 활동도 그러한 관심의 증가에 한몫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간단한 성격 검사에 왜 열광하는 것일까? 먼저 나는 현대 사회 그리고 그 사회에 속한 개인의 행동이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에서 출발하고 싶다. 매일 같이 뉴스 지면을 장식하는 황당한 사건과 사고들을 들여다보면 나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현대 사회 그리고 그에 속한 개인의 행동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설명 불가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왼쪽 그림은 유럽에서 유명한 외교관이기도 했던 사교성 좋고 외향적 성격의 화가 피터 폴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시스의 초상화를 보고 반하는 앙리 4세」, 오른쪽 그림은 극도로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서 은둔자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폴 세잔의 「병과 사과바구니가 있는 정물」이다. MBTI식으로 말하자면 루벤스는 E형 화가, 세잔은 I형 화가일 것이다. 두 그림은 그 화가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을까?

개인을 설명하는 치트키, 성격

이런 사회 속 개인의 다양한 행동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성격(personality)이다. 과거로부터 심리학자들은 별의별 현학적 수사구로 개인의 성격이란 것을 정의했지만, 내 기준에서 성격을 이해하기 좋고 간단하게 가장 잘 풀어쓴 경우는 Pervin과 John(1997)의 정의로, “성격이란 감정과 사고 및 행동의 일관된 패턴을 설명해 주는 한 개인의 특징”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단어는 ‘일관’과 ‘설명’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나를 포함한 개인들이 늘 반복하는 행동의 배경을 이해하길 간절히 원한다. 이해 가능하다는 것은 원인을 설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설명을 바탕으로 나와 타인의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예측은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의 예방 및 조화로운 삶의 가능성을 의미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득을 도모할 기회 역시 제공한다.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MBTI 괜찮은 걸까?

자 그렇다면 나는 성격 검사의 유용함을 인정하기에 앞서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장점만이 현재 시점에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격은 일단 MBTI가 분류한 16가지 범주보다는 복잡한 것이 사실이고 특히 정해진 설문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답한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믿고 있는 자신의 성향에 대한 주관적 보고에 기초한 것일 뿐, 실제 사회적 맥락에서 개인의 행동은 MBTI 유형과는 매번 다른 형태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MBTI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개인의 능력이나 가능성에 대한 최종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내 믿음이다.

물론 MBTI에 대해 일말의 심리학적 상식이 있는 일반인들조차도 MBTI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상식에 의해 검사 결과가 크게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에서 관심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는 천차만별인 사람들의 성격이 그만큼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워, 이걸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게으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MBTI가 제공하는 16개 성격 유형의 단순함은 마치 지름길처럼 이 게으름을 충족시키기에 아주 적합하다.

뇌의 게으름에 굴복하면 문제가 생긴다

인지심리학자인 나로서는 이러한 편리주의가 인간의 사고 및 의사결정(thinking,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과정에 초래하는 여러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염려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성격 범주에 대한 단순화 및 획일화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포함하는 인지적 오류(cognitive fallacies)들과 결합해 사회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및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범죄자들의 대표적 성격 유형을 특정해 부지불식간에 해당 성격 유형으로 구분된 사람들이 큰 오해를 사거나 혹은 사회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성격 유형이 아닌 사람들이 특정 직업을 가질 기회를 박탈당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특정 성별, 계층, 지역 및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과 오해 등으로 그 문제점을 만천하에 드러낸 상태이고 여기에 특정 성격 유형까지 더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질 필요가 없다.

우리는 MBTI를 통해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펙셀

사람을 이해하기 귀찮아하는 합리적 회피의 유혹

특히 타인의 성격을 대략 짐작하고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성격 차이에 따른 개인 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거나 해결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의 성격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 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뭐 성격 차이니 어쩔 수 없지, 그저 안 보는 게 답이야’라고 방어적으로 합리화하고 회피(avoidance)하는 가장 저차원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고착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전문가의 개입을 동반하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지만, 후자는 그저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대개 후자를 선택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 내에서 영원한 회피는 불가능한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된다. 

물론 나는 내 MBTI 유형을 알고 있지만 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알려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금방 “그러실 줄 알았어요, 예상한 게 딱 맞다니까” 아니면, “그래요? 전혀 그렇게 안 봤는데” 등의 반응이 돌아올 수 있고 솔직히 나는 그 반응이 두렵다. 그 ‘예상한 것’의 근거가 결국 나와는 분명히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의 주관적 신념과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MBTI 성격 유형을 알려주고 나면 나는 그런 유형의 사람으로 그 순간 손쉽게 정의될 테고, 그 이후 나에 대한 그 사람들의 편견이나 오해를 푸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나는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닌 이상 재미 삼아서라도 타인에게 내 성격 유형을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지금도 그 조심성에는 변함이 없다.

현주석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학의 주제 중 시각작업기억과 주의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공부를 기초로 인간의 장·단기 기억과 사고 및 선택적 주의 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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