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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의 위해성 평가하는 ‘생태독성학자’
화학물질의 위해성 평가하는 ‘생태독성학자’
  • 김재호
  • 승인 2023.10.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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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㉘ 건국대 곽진일 연구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WISET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 사회에 진심을 담아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여덟 번째는 곽진일 건국대 연구교수이다.

환경과학에 입문하도록 해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경력단절 없도록 지원해준 복귀지원 프로그램

화학이 일상에 접목돼 있지만 혐오도 동시에 나타나는 ‘케모포비아(chemophobia)’ 시대이다. 그렇다면 환경독성학이 더욱 중요해진다. 곽진일 건국대 휴먼앤에코케어센터 연구교수는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화학물질의 생태독성과 환경위해성평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태독성학자(Ecotoxicologist)’다. 

곽 교수는 최근 5년간 발표한 SCI 논문 37편 중 22편에 제1저자로 등재돼 있다. 그중 20편의 논문은 상위 10% 저널에 발표했다. 논문의 내용은 대부분 화학물질에 대한 생태독성을 평가하고, 화학물질의 노출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수준을 예측하는 연구이다. 플라스틱은 고독성 물질은 아니지만 사용량과 폐기량이 많아 지구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 습관화된 편의성을 포기하고 플라스틱의 사용량 줄이기를 실천한다면 지속가능한 환경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생필품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화학물질의 장점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사용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위해성(危害性)이 관심의 초점이다. ‘케모포비아’라는 단어가 대중에 퍼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생태서식종이 영향을 받는다면 인체에 미칠 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곽 교수는 “환경독성학은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그것이 인간과 생태계가 살아가는 환경에 끼칠 위해성을 규명하는 학문”이라며 “수없이 많은 화학물질 중 지속가능한 환경보전을 위해 화학물질 관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환경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환경독성과 생태위해성평가 기법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 같은 환경선진국에서 정책 마련 및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국대 환경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환경보건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십에 선정되어 미세플라스틱 생태독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환경독성보건학회 홍보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WISET

 

미세플라스틱의 생태독성과 악영향

​곽 교수는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화학물질이 물 또는 토양으로 유출됐을 때 생태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환경독성·위해성연구실에서 주도적으로 수행 중인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생태독성에 관련된 연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회용 포장용기나 마스크·장갑 등 폴리머 소재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곽 교수는 “적절히 폐기 또는 재활용되지 않고 함부로 버려진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이 생태수용체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분석하고, 생물의 활동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은 크기로 파편화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토양오염이 지렁이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렁이의 활동에 의해 더 작은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한 논문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초기 연구와 다수의 연구에서 형광을 가진 구(sphere)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을 이용한 고농도 노출시나리오 상태에서 생태독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환경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의 형태와 성질에 더 집중해, 장기간의 노출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다생물종 생태독성평가 기술의 전문화

곽 교수에 따르면, 환경위해성 평가는 화학물질에 대한 영양단계를 고려해 생물종에 따라 다른 민감도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수서 및 토양 생태계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종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다생물종(multi-species) 생태독성평가 기술을 전문화했다. “살아있는 생물을 이용한 실험연구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이 제 가설과 다르게 확인될 때가 많다. 가설이 기각되면 실망감을 느끼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은 리서치다’라는 말을 되새긴다. 사실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다시 찾는 과정인 ‘Re+Search’를 하는 것이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슬럼프도 극복하는 것 같다.”

곽 교수가 환경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수업 ‘환경과학개론’에서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특히 곽 교수가 경력단절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WISET의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 복귀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 “아울러 여성들의 사고전환도 필요하다. 출산과 육아 등 마주한 현실에 순응하지만 말고 가정에서의 성 역할을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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