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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피하는 ‘자율운항선박’이 뜬다
암초 피하는 ‘자율운항선박’이 뜬다
  • 조준태
  • 승인 2023.03.2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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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㉒ 김지혜 창원대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물두 번째는 김지혜 창원대 교수다.

 

짓고 건조하는 거대한 구조물 ‘선박’

 

선박해양유체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 직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을 역임하고 재작년 4월 창원대에 임용된 김지혜 교수(조선해양공학과). ‘창원 공과대학 최초의 여성 교원’이란 이력이 더해졌다. “특정 성별을 대표하게 된 것 같은 상황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저의 존재가 다음 누군가에게 디딤돌이 되길 바라며 제 일을 해나가고 있다.” 담담한 그의 말이다.

“우리는 배를 ‘만든다’거나 ‘제조한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짓는다’, ‘건조한다’라고 한다. 표현에서부터 조선해양공학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짓는 대형 상선의 크기는 264미터의 높이를 가진 63빌딩의 1.5배이다.”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물에 띄워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운항하게 하는 학문이 조선해양공학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학부 시절, 항공기 엔지니어를 꿈꿨지만 우연히 같은 학부에 묶여 있던 조선 분야를 공부하며 그 매력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지혜 창원대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쳤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선박해양유체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한 바 있다. 사진=WISET

김 교수의 전공 분야는 ‘프로펠러’이다. 현대중공업 재직 당시, 그는 대형 상선의 추진기를 직접 설계했다. 또한 관련 캐비테이션과 유동 소음을 해석하고, 초월공동 수중운동체의 설계, 유체-구조 연성 해석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 모든 연구의 중심에 선박의 대표적인 추진장치인 프로펠러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유체역학적 현상에 관한 연구가 있다. 

프로펠러는 선체를 원하는 속도로 나아가게 해주는 중요한 부품이지만 동시에 진동과 소음 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프로펠러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유체역학 문제를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하는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친환경 연료·추진 시스템 개발이 핵심

 

미래의 배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형 선박은 스마트와 친환경,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 기상 상황과 주변 선박, 암초 같은 해상 장애물을 파악해 스스로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프로펠러의 문제점으로 진동과 소음뿐 아니라 내연기관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을 지적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라 친환경 연료와 하이브리드, 전기와 같은 친환경 추진 시스템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현대중공업에서 수행한 현장 업무와 연구를 꼽았다. 조선소에 근무하면서 실무 수행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논문과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조선해양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한조선학회가 주관하는 ‘선박설계 콘테스트’와 ‘자율운항선박 경진대회’를 강하게 추천했다. 선박설계 콘테스트는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선박을 설계해볼 수 있는 대회다. 자율운항선박 경진대회는 무인 선박 기술을 탑재한 100킬로그램 이하 자율운항보트를 제작해 성능을 겨루는 대회다. 그는 “조선해양공학 분야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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