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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 물리학과, 첫 여성 학과장이 되다
시카고대 물리학과, 첫 여성 학과장이 되다
  • 김재호
  • 승인 2022.01.1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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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⑧ 김영기 시카고대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여덟 번째는 김영기 시카고대 교수이다.

올해부터 미국 물리학회 회장단에 합류, 2024년에 회장직 수행
연구자로서 발견·성취는 드문 일이기에 작은 배움에 기쁨 느껴야

시카고대 물리학과 홈페이지에 가면 첫 화면에 김영기 교수가 나온다.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8일 미국물리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자리는 122년 역사의 미국물리학회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입법 활동 지원과 행정부의 과학정책 자문, 과학 대중화 등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선발 기준과 과정 역시 까다롭고 엄정하다.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는 고려대 물리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시카고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2016년부터 시카고대 물리학과장을 맡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 물리학회 회장단으로 활동하며 2024년에는 미국 물리학회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2023년 차기 회장 자리를 거쳐 2024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물리학회를 이끄는 중책을 맡아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테지만,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차기 회장으로도 선출된 만큼, 한국 과학자들과의 교류도 더 활발히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물리학회에서 최초의 한국인 회장이 탄생한다는 것은 개인의 성취가 아닌, 한국인 여성 과학자가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수학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대학 진학 후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물리학자의 길, 김 교수는 그 길을 30년 넘게 걷고 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지는, 이 끝없는 모험이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있어서다.

김 교수는 “입자물리학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궁극적인 물질과 법칙을 찾아가는 학문”이라면서 “쿼크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을 찾아내려면 ‘입자가속기’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데, 더 작은 물질을 보기 위해 더 성능이 뛰어난 입자가속기를 개발하면서 우주 초기에 존재했던 알맹이를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00년 1월 과학 저널 디스커버에 ‘주목할 젊은 과학자 20인’에 선정돼 ‘실험입자물리학의 세계적 리더’로 소개됐고,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연구소인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페르미랩) 부소장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2003년 시카고대학 교수로 임명된 후, 물리학자로서의 실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6년에는 시카고대 최초의 여성 물리학과장이 되었다. 

다양한 인재들이 더 자주 모이고, 마음을 나누고, 더 나아가 생각을 교류하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김영기 교수의 선택은 ‘한국의 정서’였다. 물리학과 교수나 학생의 아이가 태어나면 첫 번째 생일에 학과에서 돌잔치를 열어주었는데, 이날은 시카고대 물리학과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이다. 미국에서도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돌잡이. 아이의 손끝에 모든 이의 시선이 모이고, 아이의 선택에 따라 한마음으로 앞날을 축복해주는 모습은 나라가 달라도 그대로다.

김 교수는 “과학자를 꿈꾸는 한국의 학생들을 위해 언제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줄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또한 한국의 연구소에서 자문위원으로 함께 해주기를 요청한다면 저의 대답은 망설임 없이 ‘예스’이다”라고 말했다. 김영기 교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아직 배우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가 걸어가는 길은 또 다른 여성 과학자의 꿈이 되고, 이정표가 될 것이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오랫동안 연구를 해왔지만, 무언가를 발견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하루하루 작은 성취와 배움에도 충분히 기뻐하고 자신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것, 그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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