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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과학기술인과 소통…과학기술 ‘젠더격차’를 넘어
전 세계 여성과학기술인과 소통…과학기술 ‘젠더격차’를 넘어
  • 김재호
  • 승인 2022.05.1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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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⑫ 김정선 동서대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열두 번째는 김정선 동서대 교수다.

 

한국 여성과학기술인은 15.1%에 불과해 열악한 상황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이끌며 문화·인식 변화 시도

과학은 남성 분야라는 인식이 강해 과학계에서 여성은 아직 소수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닌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여성 연구자 비율은 15.1%에 불과하다.

세계 과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여성과학기술인들의 권익 옹호와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김정선 동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다. 김 교수는 동서대 총괄부총장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좀 더 많은 여성들이 과학기술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여성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고, 정책의 기반이 되는 기초자료가 모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를 회장으로서 이끌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다. 국가 경쟁력은 과학기술 수준에 비례하고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달성을 위해서도 여성과학기술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선 동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는 총괄부총장을 맡으며 세계여성과학기술인들과 네트워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저지주립대학교인 럿거스대에서 의약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 회장을 맡고 있다.

이화여대 약대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뉴저지주립대학교인 럿거스대에서 의약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고학력 여성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3년간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원과 시간강사를 했고, 다른 전공학과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4년의 시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사회 현실을 몸소 체험하는 기간이었다.

 

국제 학술대회 통역 맡으며 네트워크

​그러다가 2001년 동서대에 자리를 잡았다. 어려서 외국생활을 한 덕분에 영어를 잘해 영어 강의가 가능했던 것이 임용 배경이었다. 동서대는 1997년부터 독일 베를린공대와 생명공학 분야 국제공동석사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교육과정을 영어로 진행했던 것이다. ​“후배들은 저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2003년부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KWSE) 회원이 되어 본격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 단체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계기는 BIEN학술대회 통역이었다. BIEN은 KWSE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중심이 된 융합기술 학술대회로 2003년 처음 개최되었다. 여기에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이사들도 초청되었는데 그 회의의 통역을 맡았다. “지난 18년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회원으로, 또한 동서대의 대표로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활동을 계속해 왔다.”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여성 단체,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단체의 단체’ 개념 비영리법인으로 60개 국 25만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와 동서대가 회원인데, 김 교수는 동서대의 대표로 참여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여성과학기술인으로서 국제적 위상과 리더십을 끌어올린 공로로 2019년 정부로부터 과학기술훈장(웅비장)을 받았다.

 

60개 국가 25만 명 참여하는 세계여성단체

전 세계가 STEM 분야 여성의 진입과 잔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 인재의 균형개발은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방향과 지원도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단기적인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문화를 바꾸는 정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인식이 바뀌지 않고,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젠더 장벽은 더 견고해질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젠더격차 해소는 기회의 평등이나 인권문제 이상으로 중요하다.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여성들이 과학기술인이 되지 못했을 때 본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겪게 될 큰 손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의 비전은 과학기술 전 분야에 여학생과 여성들의 효율적이고 전면적인 참여를 통해 더 나은 미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과학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여성과 남성을 포괄한다. 여성과 남성이 대등한 관계에서 함께 과학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사회로의 진화, 김 교수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의 청사진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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