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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UAE 대 이란, 데탕트 시대 도래하나? 
[글로컬 오디세이] UAE 대 이란, 데탕트 시대 도래하나? 
  • 성일광
  • 승인 2022.09.2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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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란과 아랍 에미리트 지도. 사진=위키피디아

아랍 에미리트(UAE)가 이란과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2016년 이란과 외교 관계를 격하시킨 지 6년 만이다. 왜 갑자기 지금 관계를 복원하는 것일까? 이란과 미국이 EU의 중재로 핵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 때문일까? 아니면 이란의 막강한 군사력에 외교적 해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일까? 원인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UAE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은 역내 정세 변화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5차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무려 4년 동안의 마라톤협상의 결과이다. 양국 간 고위급 대화는 2019년 초에 시작됐으며 당시 이란 핵협상은 마지막 단계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전이다. 핵협상과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UAE-이란 고위급 대화는 UAE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이란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좋은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고위급 대화의 목적은 두 국가 간 긴장감은 물론 역내 긴장감을 줄이는 것이었다. 협상은 미국 주도가 아니라 UAE가 주도했으며 이란 핵협상의 진전이나 교착상태와 별개로 진행됐다. 

이란과 걸프국가 간 위기는 2016년 주테헤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과 마슈하드의 영사관이 성난 군중의 공격을 받아 강탈당하면서 악화했다. 당시 거의 모든 걸프국가가 이란과 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UAE는 유일하게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았다. UAE의 외교 기조는 다른 걸프국가와 달리 팔레스타인 문제나 이란 핵문제에 함몰되지 않고 매우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 

외교 관계 악화 이후 2019년 리야드와 걸프국가들이 이란과 대화를 시작했고 특히 작년 여름 에브라힘 라이시가 이란 대통령에 오르자 대화 기조는 더 강해졌다.  현재 이란과의 대화 기조는 사우디와 UAE 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6개 GCC 국가 간 넓은 합의가 존재하고 있다. 걸프국가는 핵협상을 긴장감을 줄이는 한 방편으로여겼지, 최종목표로 보지 않았다. 협상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의 정교한 미사일과 드론은 언제든지 자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긴장감을 줄이는 두 번째 방편은 이란과 대결 관계를 피하고 우호 관계를 위한 공통점을 찾고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쿠웨이트 역시 지난달 6년 만에 다시 테헤란에 파견할 자국 대사를 지명했다. 바데르 압둘라 알무나이크 대사는 신임장을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에게 제출했다. 

사우디는 올해 4월 이라크의 중재로 이란과 5번째 고위급 대화를 이어갔다. 양국 간 대화의 현 목표는 외무장관이 직접 만나 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다. 상황과 조건이 허락한다면 6차 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 

걸프국가들이 이란과 적대관계를 피하고 화해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걸프국가의 대오각성은 2019년 이란이 사우디 최대 정유시설 아람코를 공격한 이후이다. 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이란과 후시 반군의 아람코 공격은 사우디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기술이 발달한 것은 놀랍지 않았다. 미국이 설치한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아브까이끄(Abqaiq)와 쿠라이스(Khurais) 두 곳을 정밀 공격하는 운용 능력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걸프국가와 이스라엘이 얻은 교훈은 이란의 적대국은 모두 이란 미사일과 드론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교훈은 자국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결국 걸프국가는 점증하는 이란의 위협에 대화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이란도 주변국과의 화해를 통한 경제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EU를 중재로 한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타결된다면 역내 안정화는 가속화 될 것이다. 핵문제, 순니-시아 대결과 역내 이란의 대리조직까지 다양한 분쟁 요인이 잠복해 있는 걸프 지역이 데탕트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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