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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아시아와 아랍을 연결해주는 문화 메신저 '미이라'
[글로컬 오디세이] 아시아와 아랍을 연결해주는 문화 메신저 '미이라'
  • 김수정
  • 승인 2022.12.3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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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김수정 부산외대 아랍학과 강사
람세스 1세의 미이라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고 및 신앙 체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사진=위키백과

인류 최초의 문명 중의 하나인 파라오 문명을 일궈낸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공포가 컸던 것 같다.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소멸해 가는 주변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보호 본능과 함께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 및 공포심을 느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의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과 공포심은 신앙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됐고, 이러한 사고 체계는 궁극적으로 종교로 발전했다.

이집트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 학문, 지식, 사상 등을 포함한 무형의 유산과 건축, 피라미드, 신전과 미이라 등의 유형 유산을 통해 볼 때 이들의 자연 숭배 사상이나 내세관 및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고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삶에 직접적이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태양, 달, 강, 바다, 바람 등의 자연적 요소들이 신앙의 대상이 돼 우상화되고, 신격화 돼갔다.

특히, 이집트인들의 사고와 신앙 체계를 지배한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신의 작품이자 선물’이라 불리는 나일강, 절대적 경배와 숭배의 대상인 태양(RA)과 함께 태양신의 후손으로 인식된 파라오일 것이다.

나일강과 태양과는 달리 유한한 생명체인 파라오는 자신들을 태양신과 동격화하거나 태양신의 아들로 묘사했다. 현세는 물론 사후에도 파라오로 환생하기 위해 미이라를 제작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삶과 죽음은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삶의 끝에 있는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이해했다.

오히려 그들은 현세는 내세로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고, 진정한 삶은 사후에 심판을 거쳐 가게 될 내세가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믿었다.

그들은 생명체의 삶을 육체는 사후에 사라지지만, 육체와 함께 했던 영은 사라지지 않으며 심판을 거쳐 다시 육체로 돌아오는 부활과 윤회의 구조로 이해했다. 따라서 영의 귀환을 위해 육체는 보존돼야 하며, 그 보존된 육체가 미이라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이라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몸 안의 모든 장기를 적출해 별도의 항아리에 보관했고, 특히 심장은 부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어 별도로 보관했으며 고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 사용했던 여러 가지 물건들은 부장품으로 피라미드에 함께 보관됐다.

따라서 미이라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고 및 신앙 체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의학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파라오의 무덤에서 황금으로 된 혀를 가진 미이라가 발견돼 세간의 화제다. 이집트 고대유물위원회는 카이로 북쪽 56킬로미터에 위치한 퀘스나 근처에서 목걸이, 도자기, 금 공예품 등과 함께 황금으로 만든 혀를 가진 미이라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신체의 일부를 황금으로 제작하는 것은 신들의 육체는 황금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은 이집트인들의 사고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즉, 고인과 신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혀를 황금으로 만들어 부장한 것 같다. 

황금 혀를 가진 미이라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서쪽의 타포시리스 마그나 사원에서도 황금 혀를 가진 미이라가 발견됐다.

타포시리스 마그나사원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왕조(기원전 323~30) 시대에 건축된 사원이다. 따라서 타포시리스 마그나사원에서 황금 혀를 가진 미이라가 발견됐다는 것은 이 풍습은 이집트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도 상류층 사회에서는 일반적인 관습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이집트인들의 황금 혀(또는 눈)를 가진 미이라 제작 관습은 이집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중해 전체에 확산됐고, 이는 고대 지중해 지역 문명교류와 확산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집트는 물론 지중해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미이라가 한국에 왔다(예술의 전당 전시 중). 한국에서 미이라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에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아랍 주요 국가들과의 경제·군사·문화적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미이라 전시회가 열려 일반인들의 주목을 더욱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2020년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으로서, 5천년 전의 미이라가 여전히 살아서 세계를 순회하며 아시아와 아랍을 연결해주는 문화 메신저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듯해서 흥미롭다. 

 

김수정 부산외대 아랍학과 강사

부산외대에서 아랍지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랍 지역을 기반으로 지중해 문명교류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7인의 전문가가 본 시칠리아의 문명교류』(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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