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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포스트 아베, 기시다의 '조율의 리더십' 성공할까
[글로컬 오디세이] 포스트 아베, 기시다의 '조율의 리더십' 성공할까
  • 오승희
  • 승인 2022.08.01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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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오승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젊은시절 기시다 총리(왼쪽)와 아베신조 전 총리 모습. 사진=기시다 후미오 공식 웹사이트

‘아베 없는 기시다 정권’이 시작됐다. 일본 자민당은 2022년 7월 10일 치러진 제26회 참의원 선거에서 125석 중 63석을 획득하였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13석을 합쳐 76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큰 차이로 승리하였고,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 단독 과반을 이끌어내었으며,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기시다 내각의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였다. 참의원 선거 후 기시다 총리는 ‘듣는 힘(聞く力)’과 ‘결단과 실행(決断と実行)’을 정권운영의 양륜(両輪)으로 삼아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NHK에서 조사하는 내각지지율은 참의원 선거 직후 59%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이미 여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이틀 전, 상상도 하지 못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선거 유세 중 사망으로 애도표가 더해져 여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기시다의 공로가 될 수 있었던 참의원 선거 결과가 아베의 영향력에 가리워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시다 내각이 자민당 내에서 보다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와 방법이 다시 확인된 계기이기도 하다. 기시다 단독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아베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적절히 확대해나가는 것이 기시다 내각의 생존과 수명을 연장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베 없는 일본에서 아베의 유산과 기시다 내각의 입지를 조율시켜나가는 것이 기시다 내각의 기회와 과제라고 하겠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생각/뜻(思い)을 계승하여, 특히 열정을 기울여 온 납치 문제와 헌법 개정 등 자신의 손으로 이루지 못한 난제들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아베의 유산을 안고 정치적 충격을 완화해가며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의 가장 큰 강점은 아베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아베와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는 점이다. 자민당 내 보수 온건파로 분류되는 고치카이(宏池会)의 회장이기도 한 기시다는 아베 내각 당시 최장 재임 외무상으로 아베의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를 함께 하면서도, 극우로 평가되는 아베와는 달리 리버럴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보수와 리버럴 모두를 완전하게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보수도 리버럴도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는 절충적인 리더십이 가능하다. 아베 없는 아베파의 세력 다툼으로 혼란이 지속되겠지만, 아베를 대신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나오기까지는 기시다가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를 추도하는 목소리도, 아베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베 스캔들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고, 아베 국장(國葬)에 반대하는 성명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베의 유지(遺志)를 받들 필요가 있는 기시다는 국장 추진에 적극적이었고 9월 27일 개최하는 것으로 각의 결정되었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응이 필요하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내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이 합계 177석을 확보하여 참의원 전체 의석수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66석을 넘어섰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 3분의 2이상 찬성, 참의원 3분의 2이상 찬성, 국민 투표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단계로 넘어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논의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개헌 내용의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논의와 조율이 필요한 바, 기시다 내각의 조율하는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베 내각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일본은 국내외 정책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해오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민주주의, 법의 지배, 인권 등 가치외교를 강조하며 민주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을 비롯한 국제 규범과 규칙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아베 총리의 사망을 둘러싸고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의 퇴보, 민주주의의 실패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할 수 있고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일본 민주주의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기시다는 당분간 아베의 유지를 살려나가면서도 동시에 존재하는 아베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고려하며 일본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과제를 대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내각이 아베가 구축한 국제적 연대와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위상을 더욱 높여가면서 아베가 취약했던 일본의 민주주의를 심화시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향후 기시다 내각의 행보를 통해 기시다 리더십의 의미와 일본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논점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승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이화여대에서 정치학과 동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와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방문연구를 수행하였다. 전공분야는 중일관계, 일본 외교정책이며, 주요 연구로 「일본의 가치지향 외교 네트워크」(2022), 「한일국교정상화와 중일국교정상화의 외교전략」(2022), 「과거사를 둘러싼 인정투쟁」(2021), 『전후 중일관계 70년』(공저, 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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