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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현대판 고리대금업, 중국의 핀테크 기업
[글로컬 오디세이] 현대판 고리대금업, 중국의 핀테크 기업
  • 박철현
  • 승인 2022.12.22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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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의 핀테크 기업 앤트 그룹은 자회사로 알리페이, 앤트체인, 월드퍼스트를 갖고 있다.(왼쪽), 핀테크 기업은 이미 중국 깊숙히 자리 잡았다.(오른쪽) 사진=위키백과, 픽사베이

‘포용적 금융’이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전후해 등장한 담론으로 대학생, 노인, 장애인, 빈곤층, 소상공인, 노동자, 농민 등 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서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후 2015년 유엔 총회에서 2016~2030년 시기 추진할 ‘지속 가능 발전목표(SDGs)’ 중 하나로 확정되면서 각국 정책 담론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포용적 금융’은 정상적인 금융서비스 접근권을 갖추지 못한 금융서비스 소외계층에게 기존보다 탄력적이고 손쉬운 금융서비스 접근권을 제공함으로써 저소득층 개인과 빈곤 지역에게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중국에서도 ‘포용적 금융’을 도입했다. 중국 정부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小康社會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사회) 건설”을 내세우면서 특히 중소기업, 농민, 도시저소득층, 빈곤층,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 금융’ 정책을 도입했다. 2016년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 포용적 금융의 발전상황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포용적 금융’은 공식화됐다.

중국의 ‘포용적 금융’도 앞서 지적한 ‘포용적 금융’ 일반의 성격, 즉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개인의 금융접근권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보다 사회구조적 권력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포용적 금융’은 다음과 같은 특징도 가지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정보통신기술(IT)에 기초한 ‘핀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통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중국 정부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TMD(터우탸오, 메이투안, 디디추싱) 등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을 경제적·기술적으로 지원했고, 중국 경제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가속화됐다.

문제는 2014년 무렵부터 중국 정부는 중소기업 금융서비스 확대를 명분으로 비(非)금융업 분야 민영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규제보다는 업계의 자율경영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후 알리바바의 신용평가 플랫폼 ‘즈마신용’이 중국 정부의 공식허가를 취득한다.

특히 알리바바의 금융부문인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 담론에 힘입어 중소기업, 농민, 도시 저소득층, 빈곤층, 장애인, 노인 등에게 소액대출상품을 판매해왔다.

이들 서민층은 문턱이 높은 국유은행에서는 대출이 힘들었지만, ‘포용적 금융’ 정책 담론이 확산되고 중국 정부의 핀테크 기업 활성화 방침이 실현되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이들 핀테크 기업의 소액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포용적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 기업의 소액대출상품은 사실상 ‘인터넷 고리대금업’이었다는 점이다. 어차피 소액이기 때문에 대출금액은 많지 않지만, 이자가 매우 높다.

앤트파이낸셜의 대표적인 소액대출상품 ‘제베이’의 대출금액은 1천~5만 위안이며, 대출기한은 12개월 미만, 이자율은 최고 16.4%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핀테크 기업의 소액대출상품의 주요 이용자는 중소기업, 농민, 도시 저소득층, 빈곤층, 장애인,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아울러 이들 핀테크 기업은 소규모 자본금이지만, 소액대출 채권을 ‘자산유동화 증권’으로 만든 후 이 증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 이 돈으로 다시 소액대출을 시행해 그 채권으로 다시 자산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고 또 다시 소액대출을 실시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앤트파이낸셜은 30억 위안에 불과한 자본금으로 그 100배가 넘는 3천600억 위안의 소액대출을 시행하고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비록 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앤트파이낸셜의 본질은 ‘자산유동화 증권’을 활용해 확보한 금융기관의 돈으로 중소기업, 농민, 도시 저소득층, 빈곤층,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큰 수익을 거두는 인터넷 고리대금업체였던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포용적 금융’ 정책 담론을 배경으로 급성장한 인터넷 고리대금업 업체는 ‘P2P대출업체’라고 불렸다. 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수익을 창출하면서 급성장해 한때 5천 개가 넘었지만,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소액을 무기로 큰 수익을 거뒀다. 각종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자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2020년 11월 앤트파이낸셜을 비롯한 빅테크 3개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결국, 중국의 ‘포용적 금융’은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 담론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 런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 분야는 중국 동북지역의 공간생산, 국유기업 노동자, 동북지역의 ‘역사적 사회주의’ 등이다. 주요 저작으로 『다롄연구: 초국적 이동과 지배, 교류의 유산을 찾아서(진인진, 2016)』(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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