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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간과 코딩을 경쟁하다
인공지능, 인간과 코딩을 경쟁하다
  • 유만선
  • 승인 2022.03.0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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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⑪

인간 평균적 수준의 결과로 프로그램한 ‘알파코드’
정보 저장·전달로 문명화, 최초 인간 이름은 ‘쿠심’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을 겨루는 ‘코드포스’라는 대회가 주기적으로 열리는데 예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경기로 유명해진 회사 ‘딥마인드’가 이 대회에 참여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대회 참여는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이 한 것이 아닌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코드’라는 AI 프로그램이었고, 심지어 경진대회 참가결과 알파코드는 상위 54.3%로 평균적인 참가자 수준의 결과를 내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알파코드가 대회에 나가 작성한 코드. 이미지=딥마인드 블로그

이와 관련해서 딥마인드가 제출한 논문에서는 “단순한 지시문의 (코드)번역을 넘어 복잡하고 보이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 기술이 적용된 알파코드를 개발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코드포스’에서 제시된 코딩문제 중에는 영문 타이핑 중에 직전 문자를 삭제해 주는 백스페이스(Backspace) 버튼을 잘못 눌렀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자열을 찾아내는 문제가 제시되었는데 알파코드는 해당 문제를 훌륭하게 풀어냈다. 이쯤에서 정보를 다루는 기술이 인간 문명사에서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한번 흝어보고 싶어진다.

 

사물에 기록한 최초의 문자정보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와 별도로 인간의 진화를 돕는 요소로서 문화적 유전자인 밈(MEME)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인간이 개인 혹은 집단의 생각을 후대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데 이러한 정보의 저장 및 처리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간의 문화적 진화를 가능케 하여 현재의 문명이 있게 했다.

인간이 뇌가 아닌 사물에 기록한 최초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보리 29,086자루 37개월, 쿠심’ 

기원전 3천400년에서 3천년 사이 수메르 문명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점토판에 적힌 이 메시지는 현재까지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인간 이름이 ‘쿠심(kushim)’임을 알게 해주었다. 또한, 쿠심은 백성을 이끌던 위대한 왕이나 하늘의 뜻을 좌지우지 하던 제사장이 아닌 그저 보리를 장기간에 걸쳐 거래하던 사람으로 초기의 문자기록은 인간의 기억을 보조하는 실용적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을 또한 알게 해 주었다. 

수천 년 전 인간들의 소유와 거래의 모습들이 수많은 점토판들에 기록되어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다고 하니 현재까지 다양한 인간문명을 거치며 얼마나 많은 정보들이 축적되어 왔을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앨런 튜링과 최초의 정보처리 기계

한편, 정보의 기록을 넘어 정보처리를 인간 대신 가능하게 한 첫 기계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탄생했다. 당시 독일군에서는 ‘애니그마’라는 암호기계를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암호를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 이유는 암호를 깨기 위한 암호정보의 처리량이 인간이 해내기에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었다. 

 

앨런 튜링이 개발한 최초의 컴퓨터 봄브. 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단순 반복적인 정보처리를 인간 대신 할 수 있도록 ‘봄베(bombe)’라는 기계장치를 고안하여 독일군의 암호를 훌륭하게 해석해 내었다. 이것이 인간이 처음으로 만들어 낸 자동화된 정보처리 기계, 즉 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비록 전쟁 목적으로 개발되긴 했으나, 이후 컴퓨터의 발달로 인간은 축적된 수많은 정보들을 통합하고, 처리하여 그 쓸모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현재 인간의 손에는 엄청난 양의 디지털 정보가 쥐어져 있다. 2020년 생성된 디지털 정보량은 44ZByte(Zeta byte)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서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의회도서관 약 6천만 개의 자료규모에 해당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보량은 2년 마다 약 2배씩 증가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은 이렇게 방대한 양의 정보(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그들이 사고하는 방식을 모사하는 뇌 신경망 모델을 컴퓨터에 적용했고, 이를 통해 어떤 면에서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사고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소프트웨어적인 신경망 모사를 넘어 반도체 회로구현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신경모사 트랜지스터의 개발도 함께 하고 있다.

‘뇌’ 밖에서 정보를 기록하고 또 단순하고 반복적인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해온 인간이 이제는 ‘코딩’과 같이 훨씬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정보처리의 영역마저도 기계에게 넘길 것 같은 분위기이다.

‘정보의 늪’에서 해방되어 보다 여유있어질 미래의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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