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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정보는 ‘뭉쳐진 거미줄’... 집단지성 해친다
편향된 정보는 ‘뭉쳐진 거미줄’... 집단지성 해친다
  • 유만선
  • 승인 2022.04.06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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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⑫

정보가 널리 퍼지지 못하고 거미줄처럼 뭉쳐진 네트워크
정치경제에 예속돼 가는 인터넷은 디지털 자본주의에 불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이 넘었고, 그사이 많은 민간인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내 방송국과 같은 통신시설도 파괴하여 시민들 사이에서의 정보교류를 막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의 정보공유도 제한하고 있는데 시민들의 SNS 접속차단이나 방송통신 관련 법의 개정을 통한 언론자유 제한 등이 그러한 행위이다.

 

돈과 권력 때문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러시아의 자국 내 정보제한 활동과는 정반대로 전 세계에는 빠른 속도로 각종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웹페이지나 SNS 등에 이번 전쟁과 관련된 각종 사진이나, 동영상, 글들이 게시 및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보들 중 일부가 러시아 정부나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의도에 따라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경우 전쟁의 정당성을 세계 사람들에게 지속 주입시킴으로서 세계 여론이 악화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의 경우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에서 정보왜곡을 일으킨다. 그 이유는 바로 ‘돈’이나 '권력'인데 지금처럼 거대해진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이슈 선점에 따른 영향력은 현실세계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댄 쉴러(Daniel Shiller)라는 미국교수는 2000년 초에 이미 정치경제에 더욱 예속되어가는 이러한 인터넷 세상의 모습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이를 가리켜 ‘디지털 자본주의(Digital Capitalism)’라 불렀다. 그렇다면 과연 초기 인터넷은 어떤 환경에서 탄생했을까?

초기 인터넷이라 불리는 아르파넷(ARPA NET,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은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시기, 미국에 핵공격이 있을 때 지속적인 통신이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서 개발한 것이다. ‘분산형 네트워크’는 아르파넷 기술의 핵심요소들 중 하나인데 거미줄과 같이 얽히고설킨 다수의 경로(통신선)를 통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정보가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외부의 공격으로 일부의 통신경로가 파괴되어도 통신이 중단되지 않는 구조이다.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자유토론이 주기적으로 열렸다. 이곳에서 분산형 네트워크가 탄생했다.  사진=컴퓨터 역사 박물관

아르파넷에는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 소속 연구원들이 영향을 주었는데 이들은 레이저프린터, 그래픽 사용자환경(GUI, Graphic User Interface) 등과 같이 지금 우리가 공기를 들이마시듯 당연시하고 있는 혁신적인 IT기술들을 상당수 개발했다. 이 연구소는 관료적이었던 모기업 제록스와는 정반대로 상당히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연구하는 문화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분산형 네트워크’ 기술의 초기모델은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개발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연구원들이 당시 유행하던 게임 ‘스페이스워(Space war)’를 여럿이 하기 위해 만들어 낸 기술이라고 하니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덕업일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순간이라 하겠다.

 

즐거움에 이끌려 혁신 추구하는 해커

이곳을 방문했던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의 기자 스튜어트 브랜드(Stewart Brand)는 팔로알토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가리켜 ‘해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그는 매사에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사람을 ‘플래너(Planner)’로 이와 반대로 즐거움에 이끌려 새로운 혁신을 하는 사람을 ‘해커(Hacker)’라고 구분했다.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베트남과 전쟁을 하는 등 엄혹한 사회분위기였는데 초기의 네트워크는 기술적인 혁신과는 별도로 당시 미국사회가 주는 압박감을 가상공간에서 해방하고자 했던 해커들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였다.

한편, 순수한 인터넷의 효용성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멧칼프의 법칙’이란 것도 있다. 법칙에 따르면 어떤 네트워크의 효용성은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용자 숫자의 제곱이다. 즉, 사용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네트워크 효과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며, 이것은 네트워크가 누군가의 소유로 있을 때보다 널리 이용되어 사용자가 늘어날 때 그 효용성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진정한 ‘집단지성’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터전으로서 인터넷의 장점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초기 인터넷 속에 녹아있던 팔로알토 연구소의 ‘개방성’이나 ‘해커정신’, 멧칼프 법칙에서 알 수 있는 다양성을 통한 ‘집단지성의 믿음’이 현재에도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적지 않다. 앞에 언급한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정보왜곡 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거대 IT기업들이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으며, 고도화시킨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편향된 정보를 지속해서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에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이용자들은 이러한 ‘정보의 편식’에 취해 확증편향적 사고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검토되고 있는 정보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정부규제나 공공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우리나라도 생각해 볼 때이다.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뭉쳐진 거미줄(web)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말이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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