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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캠퍼스, 지역대학의 미래
원도심 캠퍼스, 지역대학의 미래
  • 양진오
  • 승인 2021.11.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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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오의 거리의 대학 21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대학이 먼저 지역을 문화창조의 자산으로 간주하고 경험해야 한다. 
수도권과 차별화된 지역의 고유성을 주목하며 교육과정을 개발함은 물론 
가능하다면 지자체와 협의해 원도심에 지역대학 캠퍼스를 개원하는 협의도 할 만하다.”


요즘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뉴스이다. 11월부터는 방역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전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뉴스도 징글징글하다. 위드 코로나, 수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유지된다는 말인 게다. 말하자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인 것이다. 인류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패배했다는 전제가 위드 코로나 뉴스의 전제가 아닐까.

마음은 징글징글하지만 한편으로는 위드 코로나 뉴스가 반갑기도 하다. 서서히 일상이 회복된다고 하니 반가움을 뿌리칠 수 없다. 위드 코로나 정책의 본질은 중증 대응 체계의 확립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더라도 사망과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위드 코로나 정책의 핵심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과연 위드 코로나가 어떤 일상의 풍경을 만들어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대학은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그러면 이제 대학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 건가? 전면 대면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 이제 캠퍼스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게 되는 걸까? 대학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런데 이렇게는 얘기할 수 있다. 대학은 위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이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우스개가 있다. 인류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우스개 말이다. 그래서 기원전을 표현하는 BC가 더는 Before Christ가 아니라 Before Crona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이 우스개 같지 않다. 그리 틀린 말 같지도 않다. 대학, 특히 지역대학에게는 더 그렇다. 대학들이 거의 그렇겠지만 지역대학은 더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위드 코로나 정책이 집행된다고 하여도 지역대학의 일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지역대학들은 대개 학령인구 팽창기에 교외 지역에 캠퍼스를 설치해 학교 경영을 해왔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구대가 그렇다. 대구대 캠퍼스는 대구 시내에도 있지만 경산 캠퍼스가 본 캠퍼스에 해당한다. 영남대도 그렇다. 교외 너른 벌판에 대규모 캠퍼스를 만든 건 대구대만이 아닐 게다. 학령인구 팽창기 시대, 교외 지역에 대규모 캠퍼스를 설치해 학교 경영을 해온 지역대학의 학교 경영 방식은 이제 그 약효를 잃은 상태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여서 교외 캠퍼스가 학생으로 와글거리지는 않을 터이다. 

일단 학생들의 맘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기숙사 거주 학생은 예외로 하더라도 감염을 감수하며 장거리 통학하는 게 맘 편할 일이 아니다. 장거리 통학을 감수하고 학교에 오긴 하였으나 마음은 집에서 듣는 비대면 수업을 더 원할 수도 있다. 오히려 비대면 수업이 알바와 취업 준비 등 자기 일상을 더 용이하게 설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학생은 여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일과 놀이, 즉 자기 세대의 문화와 분리된 교외 캠퍼스가 더는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지역대학의 위기 해결은 재정에 있지 않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발상의 전환인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지역대학은 학생들이 캠퍼스로 오기를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지역대학이 먼저 지역 원도심을 찾아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지역대학 캠퍼스의 일부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일부라도 지역원도심에 터를 잡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대학이 먼저 지역을 문화창조의 자산으로 철저하게 간주하고 경험해야 하겠다. 지역대학이 지역을 더는 수도권의 복사판으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차별화된 지역의 고유성을 주목하며 교육과정을 개발함은 물론 가능하다면 지자체와 협의하여 원도심에 지역대학 캠퍼스를 개원하는 협의도 할 만하다.

대구 원도심에 있는 김원일 작가의 『마당깊은 집』 박물관 입구 전경. 대구 원도심에는 지역대학 캠퍼스로 네트워킹될 인문 자산이 풍부하다. 사진은 2020년 11월 10일 촬영. 사진=양진오
대구 원도심에 있는 김원일 작가의 『마당깊은 집』 박물관 입구 전경. 대구 원도심에는 지역대학 캠퍼스로 네트워킹될 인문 자산이 풍부하다. 사진은 2020년 11월 10일 촬영. 사진=양진오

대구 원도심은 이런 점에서 지역대학 캠퍼스의 최적지에 해당한다. 대규모 재정을 투자하여 건물을 새로이 만들라는 게 아니다. 기존의 원도심 문화기지를 네트워킹하여 캠퍼스로 활용하자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에는 독립영화 플랫폼인 오오극장과 인권 박물관인 희움위안부역사관이 개관해 있다. 또한 대구근대역사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등도 원도심 캠퍼스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어디 이뿐일까? 인문학 기반 사회적 기업 하루, 필자가 운영하는 지역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북성로대학도 지역대학 원도심 캠퍼스로 네트워킹될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 전경이다. 대구근대역사관은 대구의 근현대사를 기록한 로컬 역사관이다.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로 건립됐다. 1954년부터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이용되다가 지금은 대구근대역사관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1월 10일 촬영. 사진=양진오
대구근대역사관 전경이다. 대구근대역사관은 대구의 근현대사를 기록한 로컬 역사관이다.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로 건립됐다. 1954년부터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이용되다가 지금은 대구근대역사관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1월 10일 촬영. 사진=양진오

이처럼 대구 원도심은 지역대학과 지역문화를 혁신할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태계가 이미 구축되어 있다. 어디 이뿐인가. 대구 종로, 동성로, 북성로는 지역 MZ 세대들이 즐길 만한 놀이공간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놀이공간? 그렇다. MZ 세대들은 학습과 놀이를 분리하지 않는다. MZ 세대들은 카페에서 팀플을 협의하고 창업을 논의한다. 또한 문화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여 로컬 콘텐츠를 즐겁게 생산한다. 학습과 놀이를 병행하는 세대가 바로 MZ 세대이다. 그런데 대개의 지역대학 캠퍼스는 적막하고 한적하다. 이들에게 교외 캠퍼스는 재미없는 거대한 공간에 불과한 거다. 

지역 원도심이 위기에 빠진 지역대학을 살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대학과 지역은 이제 진정한 운명 공동체, 문화창조 공동체로 그 관계를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 어쩌면 지역대학의 위기 해결은 대규모 예산과 재정에 있는 게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 있을 수도 있다. 지역대학의 위기, 지역 원도심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양진오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과
한국 현대문학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 원도심에 인문학 기반 커뮤니티 공간 ‘북성로 대학’을 만들어 스토리텔링 창작, 인문학 강연 및 답사, 청년 창업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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