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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화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지역대학의 위기
물리·화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지역대학의 위기
  • 정민기
  • 승인 2021.06.04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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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학회협의체, ‘지역대학 위기의 현실과 해결방안 모색’ 포럼 열어
정옥상 대한화학회 회장
정옥상 대한화학회 회장이 포럼을 시작하며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한화학회(회장 정옥상)는 4일 오후 2시부터 기초과학학회협의체(회장 정옥상)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우일)와 함께 ‘지역대학 위기의 현실과 해결 방안 모색’을 주제로 고려대에서 교육정책포럼을 진행했다. 기초과학분야 교수들의 대학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홍기민 충남대 교수
홍기민 충남대 교수

첫 발표에 나선 홍기민 충남대 교수(물리학과)는 “2022년은 UN이 지정한 기초과학의 해”라며 “이렇게 중요한 자연과학이 우리나라에서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2018년에 대학별 교수-학생 비율을 비교해보면 “거점국립대 교수가 받는 연구비는 서울대, 과기특화대, 수도권 사립대에 비해 절반 이상 적다”고 했다. 한국의 연구지원 시스템은 한국연구재단이 중추를 구성하고 있다. 홍 교수는 “2013년에 한국연구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소속되면서 학술진흥재단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했다. 또한 “자연과학계열은 다른 공학계열과는 달리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기업벤처부,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했다. 

홍 교수는 몇 해전 교육부에 여러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 방안은 과제 중심형이 아닌 연구자 중심형 지원이었다. 두 번째는 박사후 연구원 지원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각 대학별 기초과학연구소를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다. 홍 교수는 “인력 부족 문제로 현재 기초과학연구소를 제대로 운영하는 대학은 없다”고 했다. 홍 교수는 “전국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소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지방대 자연과학대학은 우수인력을 양성해 타 대학에 공급하고 공학, 농업, 의약학 계열로 이어지는 인력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대 자연과학대학의 강의와 실험을 강화하고 연구실 단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이동현 전북대 교수
이동현 전북대 교수

두 번째로 발표한 이동현 전북대 교수(화학과)는 ‘지역대학의 위기와 유학생 유치’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교수는 “향후 노동력 부족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유학생 유치를 잘 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분야에는 유학생이 많이 없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류의 영향과 반값 등록금 때문에 대학이 유학생 유치를 더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유학생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하지만 최근 한국 대학의 외국인 전임 교수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대학이 국제화에 크게 힘 쓰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 대학은 특정 국가의 유학생이 지나치게 많고, 그 학생들도 특정 과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유학생도 똑같다”며 “수도권 대학은 유학생 유치가 생존의 문제가 아니지만 지방대는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지방대의 위기와 코로나19가 겹쳐 언론에서 지방대가 해외 유학생 유치가 힘들어지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 지방대 유학생 비중은 수도권보다 적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많은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특성화해서 특정 지역의 특정 조건의 유학생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특성화될 경우 학위 취득 조건이 약화되고 ‘학위 장사’ 성격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체 학부 유학생 중 자연과학의 비중은 6% 밖에 안 된다”며 “진학 희망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진학하고자하는 학생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수업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대학이 앞으로 이런 학생들을 잘 이끌어줄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 대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며 “유학생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진오 대구대 교수
양진오 대구대 교수

‘지역대학 위기의 진실과 지학협력의 미래’는 양진오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부)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양 교수는 “최근 광주 대학발전협력단이 출범했다”며 “이처럼 지자체가 지역대학과 함께 상생하는 협력단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해서 대구, 부산, 인천에서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협력단을 더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지학협력은 지역대학 학생들이 겪는 지역의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척 바람직 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예견된 위기도 위기라고 볼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의 대학의 위기가 더 가속된 것 같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인문학 분야는 자연과학보다 더 먼저 위기를 맞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다”고 했다. 양 교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와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교과목을 조금 더 지역과 연계될 수 있게 바꾸고, 교육 내용을 학생들의 성장 배경에 맞게 바꾸고, 강의와 같은 공식 활동 뿐만 아니라 비공식 활동을 통해 교수법을 확장했다. 또한, ‘북성로대학’ 인문학 공간을 통해 지역 원도심 기반 활동을 하고 MOOC 교과목을 개설해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강화했다.

양 교수는 학과 창업동아리 스토리 공방을 통해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스토리 맵북 『향촌』을 만들었다. 양 교수는 “참여학생들은 독립출판사를 창업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산학협력에서 지학협력으로 재구조화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학과 지역과 연계되지 않으면 지역대학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양 교수는 “지역 대학은 평생학습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토론시간에는 네 명의 지정토론자가 발표에 나섰다. 

박진해 충남대 교수
박진해 충남대 교수

우선 박진해 충남대 교수(수학과)는 학생의 교육 관점에서 바라본 지역대학의 위기 및 극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고교교과정 개정과 입시제도 변화로 신입생들의 수준이 많이 저하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수준별 교과 운영이 필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현실적으로 수준별 운영에 한계가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부전공, 복수전공으로 인해 전공교육 수강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며 “이를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성래 울산대 교수
조성래 울산대 교수

두 번째 토론 발표자인 조성래 울산대 교수(물리학과)는 “교수 1인당 학생수, 연구비 등을 비교해보면 거점 지역대학들 보다 과학기술특화대학이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적절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지방사립대 물리학과의 경우 영남대와 울산대 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울산대 물리학과는 2004년부터 고민을 해온 결과 ‘본질’에 출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지난 16년 간 국가지정연구실과 기초연구실로 선정되는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다. 그는 “울산대는 여러 물리학 분야 중 응집물리학에 특화했다”며 “교수 12명 중 11명이 응집물리 연구자”라고 했다. 조 교수는 “울산대 물리학과는 연구 교육 장비 개발을 중시한다”고 했다. 그는 “교수들이 직접 장비를 설계한다”고 했다. 

황의욱 경북대 교수
황의욱 경북대 교수

세 번째 토론 발표자인 황의욱 경북대 교수(생물교육과)는 “근본적인 문제는 출산율 감소, 학령인구 감소”라며 “훌륭한 교수님들과 관계자 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대학을 바꾸려고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외부 환경이 바뀌는 환경 속에서 대학 혼자 그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기에도 힘들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지역이 살아나는, 지역이 협업해서 지역이 필요로하는 대학으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최근 QS 세계대학평가를 보면 500위 내 국내 대학 중 카이스트, 포스텍, 지스트를 제외하면 지방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며 “지역대학은 나름대로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지역과 함께 협업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정은희 강릉원주대 교수
정은희 강릉원주대 교수

마지막 토론 발표자인 정은희 강릉언주대 교수(화학신소재학과)는 “학과 이름을 현대적 감각을 지닌 학과로 바꾸고,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및 학사구조를 혁신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튜터 시스템, 상담, 학습동아리 멘토 등을 통해 교육 환경을 개선한 것이 학생들의 이탈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제 대학은 갑이 아니라 을”이라며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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