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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의 미래, 지역 ‘안’에서 답을 구하다
지역대학의 미래, 지역 ‘안’에서 답을 구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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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오의 거리의 대학 ① ‘거리의 대학’을 시작하며

‘양진오의 거리의 대학’ 연재를 시작합니다. 양진오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과)가 대구 원도심에 인문학 기반 커뮤니티 공간인 ‘북성로대학’을 운영하며 경험하는 지역 현장의 생동감있는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입니다. 로컬의 재발견, 도시재생, 창업 등 생생한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지역대학과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함께 나눕니다. 

“지역대학의 위기를 앞당긴 건 학령인구 감소가 아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근대적 방식으로 작동하던 캠퍼스를 타격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이 전방위적이다. 그 공격이 2020년을 넘기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은 과거 시제로 마무리된 사건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 사건이다. 11월 말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까지 확진자 반열에 올린 코로나19 바이러스. 그 공격이 가히 전방위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진짜 파괴력은 다른 지점에 있다. 코로나19는 호모 사피엔스가 창안한 여러 제도와 관행마저 공격한다. 교육 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이 칼럼을 쓰는 11월의 주요 뉴스를 보더라도 그렇다.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인터넷 공간을 도배하고 있다. 어떤 대학에서는 학생이, 또 어떤 대학에서는 교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연일 속보로 전해지고 있다. 뉴스에 거론된 대학은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내일은 어떤 대학이 폐쇄 조치를 단행할지 예측할 수 없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의 본격적인 3차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아니 예고가 아니라 이미 3차 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는 감염에서 자유로운 안전지대가 없다고 한다. 지역대학은 어떨까. 이제 대구 이야기를 해야겠다. 올해 2월 18일의 일이다. 대구시가 첫 코로나19 확진자를 발표했다. 추가 확진자 속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월 18일, 대구는 일시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였다. 지금도 그날의 스산함이 잊히지 않는다. 재난영화의 한 장면에 이입된 기시감마저 들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약국에 몰렸다. 귀가하는 발길이 빨랐다. 대구의 지역대학들은 문을 닫았다. 폐쇄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2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는 전적으로 대구·경북의 지역 재난이었다. 국무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며 이 초유의 재난에 대응해야 할 만큼 코로나19의 대구 공격은 극심했다. 그 공격은 정확하게 지역대학을 표적으로 삼았다. 지역대학의 위기를 앞당긴 건 학령인구 감소가 아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

코로나19, 대학 존재방식에 시비를 걸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반갑긴 하다. 치료제 뉴스 역시 반갑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이 징글징글한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 한다. 전문가들은 더 독한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팬데믹보다 더 큰 재앙이 10년 내로 온다는 불길한 전망을 말씀하시는 전문가도 있다. 기후 위기가 진정 역대급 재앙이 될 거라는 경고다. 무시할 수 없는 예고이며 주장이다. 지역과 대학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이렇게나 불길하다. 지역대학을 포위한 불길한 외부 환경은 일회적인 사건이나 현상 같지 않다. 지역대학은 이 불길한 외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존재 방식에 시비를 건다. 그 존재 방식의 요체는 집적화된 규모의 경제로 요약되는 근대적 방식이다. 대학의 하드웨어는 흔히 교문, 단과대학, 대학본부, 도서관, 기숙사, 식당 등으로 구성된다. 대학의 소프트웨어는 흔히 학과, 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교육과정 등으로 구성된다.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운영 주체는 학생, 직원, 교수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저마다 캠퍼스로 불리는 분리된 장소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켜 왔다. 대학이 지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작동하는 동력이 바로 규모의 경제이다. 지역대학도 그렇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근대적 방식으로 작동하던 캠퍼스를 일시에 타격했다.


과연 지역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이 질문은 바이러스 재난이 발발하면서 정말 어려운 질문이 되어 버렸다. 수도권은 불문가지로 하고 학령인구 감소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은 한 군데도 없다. 대구, 부산도 그렇다. 대구, 부산의 학령인구 감소도 시간이 문제다. 이 문제만도 지역대학이 감당하기 어렵다 싶은데 바이러스 재난이 터지고 말았다. 게다가 기후 위기를 준비하라고 하니 지역대학의 위기가 첩첩산중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앞당긴 지역대학의 위기는 근본적이며 전방위적이다. 그렇다면 지역대학의 미래에 대한 성찰도 근본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 서서 필자는 지역대학의 미래를 지역 ‘안’에서 찾는 글쓰기의 여정을 본 칼럼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강의실은 캠퍼스 안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역 원도심 답사가 올해로 10여 년 되어간다. 시작은 대구 원도심이다. 대구 원도심 답사를 시작으로 서울, 인천, 대전, 부산, 전주, 목포, 제주 원도심을 여러 차례 답사했다. 개인 관심으로 시작한 원도심 답사에서 배움의 화두를 생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미국의 미네르바스쿨은 배움의 화두와 교수학습법을 확장하는 데 괜찮은 참고 모델이었다. 원도심 답사를 하며 지역대학의 교육내용과 과정이 지역의 광장과 거리, 골목으로 스며들면 어떨까 이런 궁리를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지역의 원도심 거리, 골목, 주택, 건물이 캠퍼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 지역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지역 청년의 멘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런 궁리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향촌동 골목 풍경. 향촌동 골목의 풍경은 대구 번화가와 다르다. 향촌동에는 지역 어르신들이 찾는 단골 식당과 카페가 골목마다 숨어 있다. 향촌동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대구 번화가의 시간이 직선이라면 향촌동의 시간은 곡선이다. 
향촌동 골목 풍경. 향촌동 골목의 풍경은 대구 번화가와 다르다. 향촌동에는 지역 어르신들이 찾는 단골 식당과 카페가 골목마다 숨어 있다. 향촌동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대구 번화가의 시간이 직선이라면 향촌동의 시간은 곡선이다.  사진=양진오

이 궁리는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의 눈물겨운 우정이 베인 대구 원도심 향촌동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향촌동 골목은 한국 전시문학의 산실이다.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만이 향촌동을 출입한 게 아니다. 마해송, 박영준, 최정희, 양명문도 향촌동 골목을 출입했다. 이들의 출입과 연대가 죽어가던 한국문학을 소생시킨다. 한국 전시문학은 강의실에서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비참하면서도 거룩한 삶의 영역이 아닌가.

향촌동 골목 입구. 향촌동에는 식민지 시대부터 식민지 요정, 여관, 술집이 많았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 향촌동 골목에는 백록, 녹향, 르네상스, 호수, 모나미 다방이 있었다. 대구로 피난을 온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 다방을 출입하며 교류했다. 
향촌동 골목 입구. 향촌동에는 식민지 시대부터 식민지 요정, 여관, 술집이 많았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 향촌동 골목에는 백록, 녹향, 르네상스, 호수, 모나미 다방이 있었다. 대구로 피난을 온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 다방을 출입하며 교류했다.  사진=양진오
한국전쟁기 구상 시인과 마해송 아동문학가가 자주 묵은 화월여관 입구이다. 식민지 시대, 화월여관(花月旅館, 가즈키 여관)은 일본식 다다미방 설비를 갖췄다. 이 건물은 현재 지역 어르신들이 애용하는 콜라텍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전쟁기 구상 시인과 마해송 아동문학가가 자주 묵은 화월여관 입구이다. 식민지 시대, 화월여관(花月旅館, 가즈키 여관)은 일본식 다다미방 설비를 갖췄다. 이 건물은 현재 지역 어르신들이 애용하는 콜라텍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양진오

향촌동 골목은 전쟁의 비극과 우정의 깊이를 환기하는 강의실이었다. 원도심의 진실을 모른 채 학생들을 가르친 게 아닌가 하는 뜨거운 반성이 따라왔다. 강의실은 캠퍼스 경계 내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 경계 밖에서 강의실은 발견될 수 있다. 캠퍼스 경계 밖에서, 달리 말해 지역 ‘안’에서 크고 깊은 배움을 보증할 강의실이 발견되기를 기대한다. 지역대학의 미래, 멀리서 찾을 게 아니다. 우선 지역 ‘안’에서 찾아야 한다. 

양진오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과
한국 현대문학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 원도심에 인문학 기반 커뮤니티 공간 ‘북성로 대학’을 만들어 스토리텔링 창작, 인문학 강연 및 답사, 청년 창업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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