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8:15 (토)
“지방 고사 직전인데 연구·기금은 따로따로”...극복보단 적응으로
“지방 고사 직전인데 연구·기금은 따로따로”...극복보단 적응으로
  • 김재호
  • 승인 2023.12.08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차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 ‘지방소멸과 이민정책을 중심으로’

국내 ‘지방소멸·이민정책’에 대한 연구·기금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임동진 순천향대 교수(행정학과)는 “해외는 이미 해결책을 다 쓰고 있는데, 국내에는 각자 논문만 쓰며 분절적 연구를 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지방소멸·이민정책에 대한 연구는 거의 안 돼 있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호주의 지방대학 붕괴 문제를 극복한 유학생 지역유학비자와 지역 정착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예로 들었다. 

김의준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지역·공간분석학)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하 기금)으로 쓰이는 1조 원의 재원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기금은 평균적으로 192억 원이 13개 광역자치단체, 80억 원이 89개 인구감소지역, 21억 원이 18개 관심지역에 배분되고 있다. 기금이 실제 필요한 지역에 집중 투자되지 못하고 분산돼 있는 형국이다.  

윤두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부소장은 “그동안 진행된 무수히 많은 연구·정책에 사일로(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운영 체계)가 존재하기에 이제는 칸막이를 거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난제 대응을 위해 다양한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제안되는 대안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라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국책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난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배로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럴타워의 필요성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부소장은 “지방소멸과 인구 등의 난제에 대해 대응과 해결책에만 관점을 두기보다는 적응의 관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과연 국내 지방소멸과 이민정책은 칸막이 없는 연구와 기금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8일,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제3차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 ‘지방소멸과 이민정책을 중심으로’가 열렸다. 사진=김재호

지난 8일,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제3차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 ‘지방소멸과 이민정책을 중심으로’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이태규·조승래 국회의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사협과 국립순천대 인문학술원이 공동주관하고, 인사협 165개 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수용성 문제로서, 우리가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 이민들을 받아들이고 더불어 잘 살 수 있을까. 둘째, 중앙집중화로 인해 지방소멸이 야기되고 있는 만큼, 이민 외국인이 서울과 수도권의 중앙이 아니라 가능한 한 지방에 정착토록 하는 문제.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재외동포 규모가 약 750만 명으로 190여 개 국에 나가 살고 있다”라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우리 역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더불어 사는 일에 보다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순천대 사학과)는 “제2회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우수성과공유확산학술대회(2023. 7. 11.) 기획섹션에서 대표적 거대위기의 하나인 ‘지방소멸’과 ‘저출산/고령화’를 다루었다”라며 “오늘 정책토론회를 통해 거대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갈 정책적 단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수도권·비수도권의 이원 구도에서 다원 구도로

김의준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지역·공간분석학)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융복합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지방소멸은 이제 서울-지역 간 이원 구도를 넘어선다. 김 교수는 “수도권·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중심부와 주변부 등 이원적 구분에서 다원적 지역 구조로 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80%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었다. 2047년 이후에는 소멸 위험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지방소멸 문제의 융합적 주제 연구를 제안했다. 즉, 공간요인(계획·개발, 부동산, 공간분석, 도시공학), 구성요인(가족, 인구, 교육, 보건, 교통공학, 경제·경영, 지방재정, 행정, 교통공학, 건축·조경, 지리, 갈등관리, 스마트농업 및 팜, 도시 및 지역학 등), 정책요인을 종합하는 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가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의 「지방소멸 해결책을 위한 효과적인 이민정책: 다문화 활성화를 위한 융복합 연구 방안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김준표 연구교수, 강진구 전임연구원, 김진선 전임연구원이 나눠서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이 정주하는 다문화사회다.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그래도 조금 나이지는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의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다. 그래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인구 문제를 이민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본 유의미한 논의가 부족하다. 그래서 출산율 제고를 통한 인구의 자연증감이 어렵다면 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표에서는 다문화 융복합 교육과 제주의 쿰다 문화와 쿰다인문학이 제안됐다. 

토론에서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이주·사회통합연구소 소장)은 헌법에 규정된 지역의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헌법 제34조 제1항) 환경을 국가 전체에 균형 있게 분배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주자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독립된 인격(주체)으로 목적 그 자체이지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의준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지역·공간분석학)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융복합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사진=김재호

 

수도권 집중이 지방이탈의 근본적 원인

유지아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는 2014년 일본에서 발표된 일명 ‘마스다 보고서’를 언급하며, 보고서의 결론으로 “지역에서 유출된 인구는 출생률이 낮은 도쿄로 집중되어 일본 전체의 인구감소를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도식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즉, 한국의 상황 역시 서울 집중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방소멸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이 제시한 쿰다인문학에서의 공동체 대신, ‘공생체’ 혹은 ‘공통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화학교육과)는 인문사회학의 활성화와 문화의 변화, 여성의 경력단절 극복 등을 제안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