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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심리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까
AI는 인간의 심리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을까
  • 최기홍
  • 승인 2023.06.21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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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AI시대의 심리학’④ AI와 심리서비스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에 이어 다섯 번째 주제로 ‘AI시대의 심리학’을 다룬다. 최기홍 고려대 교수(심리학부)의 네 번째 글이다. 

AI 기술이 가져올 놀라운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과대 평가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마치 기술이 모든 심리서비스의 전문성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 예측은 안일한 기대이다.

지난 6월 초에 인지행동치료 세계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전 세계 55개 국가에서 3천여 명에 달하는 인지행동치료의 대가, 치료자와 연구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대회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AI 기술과 인지행동치료의 만남이었다. 

전 세계에서 디지털 치료의 선두에 있는 회사 대표들과 연구자들이 최신 챗GPT를 활용하여 마치 인간 치료자처럼 대화하는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앱은 전 세계에서 이미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고, 상용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과연 AI가 인간처럼 인지행동치료 혹은 심리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AI가 심리치료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AI 시대 심리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

AI 기반의 정신건강 서비스로 구글과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받는 유퍼(Youper)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호세 해밀턴 박사는 발표 첫머리에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는 항상 향후 2년 안에 일어날 변화는 과대평가하지만, 향후 10년 안에 일어날 변화는 과소평가합니다.”

챗GPT가 우리의 관심을 모으자 마치 조만간 심리치료는 AI에게 자리를 내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심리치료자들도 새로운 변화를 무시하거나 그 변화를 기다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무기력해 하기도 한다. 여기서 빌 게이츠가 이어서 했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다리기만 하지 말아야 합니다.”

“AI는 인간 심리치료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 혹은 심리치료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데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진품 판정을 받은 반 고흐의 1889년 자화상이다. 심리치료를 받는 와중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심리치료 서비스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AI, 심리치료 정보의 새로운 플랫폼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의 존 와이즈 박사와 동료는 2020년에 『정신건강서비스의 행정과 정책』이라는 저널에 낸 리뷰 논문에서 AI가 심리치료 분야에 미친 변화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우리 사회는 다음의 몇 가지에 주목하며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변화로 AI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예전에는 지역사회 복지센터나 상담센터 등에 가야만 접할 수 있던 정보를 이제는 AI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낙인과 높은 비용을 고려하면, AI기반 서비스는 심리서비스의 수혜 영역을 놀랍게 확장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로 단순한 정보의 제공이나 따뜻한 위로의 말로 해결되지 않는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들이 있다. 실제 심리치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1시간이 넘는 고강도의 인터뷰, 몇백 문항에 달하는 심리평가 등을 실시하고, 실제 2~3회기의 상담 세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심리치료자에게 제공된다. 기존에는 심리치료자가 이러한 정보를 그동안의 훈련과 수련을 통해서 개념화하고 해결할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치료를 선택하고, 치료를 제공하면서 실제 그 치료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모니터링한다.

만약 긍정적인 결과 데이터가 있을 때에는 치료 계획을 유지하거나 치료를 종결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치료계획을 수정해 가면서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치료 작업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dall-e에게 부탁한 그림이다. 필자의 요청은 “A oil painting picture depicting a scene in which a robot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performs psychotherapy to a person”이었다. 앞으로 이런 날이 올지 모르지만, 결국 치료자와 AI가 모두 내담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심리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AI는 이 과정에서 정보처리와 요약, 기존의 데이터와 매칭하는 작업을 인간보다 훨씬 정교하고, 오류 없이, 더 많은 양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런 AI를 활용하면 내담자는 오류가 적은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AI를 장착한 심리치료자와 그렇지 않은 심리치료자는 정보처리 양과 기억 용량, 치료 옵션을 선택함에 있어서 유연성을 갖게 된다. 심리치료의 소비자는 어떤 치료자를 선택할까?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AI가 심리치료를 개발하고 그 효과성을 검증하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심리치료 개발 과정은 ‘약물치료’를 개발하는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즉, 무선할당연구 패러다임을 따른다. 참가자를 모집하고 두 그룹 혹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무선으로 참여자를 할당하고, 그들에게 각각 다른 치료를 제공하여 그 효과를 비교한다.

이 패러다임에서는 하나의 치료기법 효과를 검증할 때, 최소 3년 이상 걸린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검증된 치료가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짧게는 10년 이상, 길게는 3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치료 기술과 과학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는 더 신속하게 정보와 치료적 요소, 치료 받는 사람들의 속성을 업데이트한다. 매 순간 그 효과를 검증하고, 검증된 치료가 실제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바로 AI기반의 심리서비스 개발과 검증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심리치료를 제공해온 치료자로서 AI 기술이 가져올 놀라운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속에서도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AI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과대평가해서 마치 기술이 모든 심리서비스의 전문성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안일한 기대이다. AI 기술로 기존의 전문심리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시도는 앞서 빌 게이츠가 경고한 것과 같은 방식일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10년 내에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변화의 커다란 그림 속에서 더 많은 국민이 전문가의 전문 심리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심리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심리서비스 전문가가 적극 참여하여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함께 증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기홍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임상심리학자. 고려대 심리학부 부설 KU마음건강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교원창업 기관인 마음건강케이유(주)의 대표로서 심리치료 개발과 치료 효과 검증 연구, 그리고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보급과 전문가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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