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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지표 관리' 넘어서 '체제 개편' 나서라
교육부, '지표 관리' 넘어서 '체제 개편' 나서라
  • 양승훈 경남대 교수
  • 승인 2021.04.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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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내일을 말한다 4. '지역산업 생태계' 연구자가 본 대학구조조정

지방대와 대학구조조정 문제는 지역과 교육의 격차가 겹쳐진 한국사회의 급소다. 교육부가 이달 내 대학 정원 관리 방안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지방대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자인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지방 제조업에 대한 진단을, 『추월의 시대』(공저)에서 한국사회 공론장의 재정비를 위한 분석을 내놓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사회의 가장 영민한 관찰자 중 한명인 양 교수의 글을 통해 현재의 구조조정 논의가 놓친 부분을 짚어본다.

 

2017년 6월 7일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전국대학구조조정공대위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2021학년도 대학입시 결과로 인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수도권 대학 및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들은 어느 정도 빗겨나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일련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의 폭은 예년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구조조정 작업은 2022학년도 입시 정원이 결정되는 4월 중순까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안팎에서 특별한 찬반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정원을 턱없이 모자라게 채운 효과가 컸기 때문일까. 출생자 수가 50만 명이 깨졌기 때문일까. 이대로라면 각 대학 본부 주도의 구조조정안 대로 확정될 것이 분명하다. 지방 국립대는 비교적 소극적인 정원 축소를, 지방 사립대는 적극적인 정원 축소를 추진할 확률이 크다. 수도권 정원 문제는 논의가 안 되니 지역간 대학 정원 불균형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문제는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뻔하다는 데 있다. 한편에서 인기가 없는 전공, 즉 인문학과 사회과학 계통의 전공과, 학생들이 잘 지원하기 어려워 하는 전공, 즉 이공계의 ‘어려운 학과’ 정원과 전공을 줄인다. 다른 한편에서 인기가 있는 전공, 즉 실용적인 전공을 조금 늘린다. 그 사이 종합대학의 이름을 걸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취업사관학교’가 되는 학교들이 늘어날 것이다.

 

핵심은 수가 아니라 ‘교육의 질’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연구직이든 전문직이든 사무직이든 확실하게 노동시장에 진입시킬 수만 있다면 그게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우선 ‘취업사관학교’가 만들어 내는 ‘쉽고 재밌게 배워 써먹을 수 있는’ 이라는 구호 아래 생겨나는 전공만 마쳤을 경우, 졸업생들의 일자리가 저숙련∙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일 확률이 높다. 둘째로 대학에서 만들어 내야 할 ‘고등교육 졸업자’의 ‘품질관리’가 되기 어렵다. 학생을 받는 데 치중하다 보면 당장 고등교육을 이수하기 힘든 학생들을 입학시킬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재학생 충원율’을 고민하다 수업의 내용을 타협할 수밖에 없다. 강의를 학생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밌게 하는 것은 교수의 할 일이 맞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최종적으로 졸업할 때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역량 편차가 대학교육을 통해서 전혀 좁혀지지 않거나, 오히려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나은 직업을 기대하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는 전공과 상관없을 수도 있다.

“공부는 알아서 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기주도학습’ 역시 재능을 갖춘 소수를 제외하면, 특정한 훈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대학에 진입하는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역량 역시 초등, 중등 교육 경험의 누적에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크다. 결과적으로 모든 점을 고려하면 현재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은 수량적인 구조조정보다 교육의 질이다. 한 가지 구조조정의 아이디어를 내보자면, 먼저 국공립대 학부 폐지와 연구중심 대학원으로의 재편이다. 국공립대 대학원을 확대해 정원과 전공 다양성을 늘려서 지식기반사회로 바뀌는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특정한 전공의 전문가를 구하지 못해서 공공부문과 기업들의 정책 및 자문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경남 함안군이나 전남 신안군 같은 지역 마을의 고민은 어느 전문가가 함께 풀 수 있는가? 시도 단위 연구원에서 특정 전공을 구하지 못해 임용 공고를 반복해서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 대학 연구자들의 전공분야 다양성 확보는 지역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거점 국립대 대학원과 과기원의 다양한 전공 과정으로 연구자들을 배출하여 임용∙채용하고 처우를 보장할 수 있는 일련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공립대의 소속을 시도단위 지자체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학원 수업의 질 제고를 위해 지역 사립대 교수들을 강사로 초빙하는 방식으로 사립대와의 학술적 연계를 지속할 수 있다.

같은 시점 사립대에는 학부 교육 중심의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사립대들을 특성화 교육보다 고등교육 본연의 교양대학의 목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지방사립대들 중 교육을 강조하는 학교들은 많지만, 현재의 서열화된 대학 구도 하에서 교원들과 강사들은 ‘교육의 질’의 문제에 있어서 타협하기 쉽다. 이러한 타협을 깨자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특성화 교육’으로 인해 형해화되어 버린 인문사회계열 ‘기초교양’ 과목을 시대적 요구에 맞춰 복원할 필요가 있다. 학부제 기준 1년에 마치던 과목들을 2년 정도로 확대하여 편성할 필요가 있겠다. 전공 진입을 3학년으로 1년 늦추는 것이다. 지역혁신 플랫폼 체제를 통해 기초교양 교육은 각 지역 대학들이, 3~4학년의 대학-지자체-산업 연계 특성화 과정은 공유 대학 과정을 통해서 이수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졸업시 필요한 전공 교육이 부족하다면 심화전공에 한해 1년 연장을 설계할 수도 있다. 경상남도 공유대학 USG의 성공적 운영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기존의 사립대 대학원들은 학부교육을 마친 재직자들의 좀 더 고도화된 역량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평생교육체제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소멸은 지역 소멸의 신호

 

여러가지 반론이 예상된다. 우선 “대학이 너무 많고 대학을 너무 많이 가니 대학을 좀 줄여야 한다”는 반론.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벌어지고 있고, 실제로 앞으로 만들 수 있는 ‘괜찮은 직업’은 “고등학교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좀 더 고도화된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다. 인문사회 계열 학부 졸업생의 경우 전공 특화된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현업에서 필요한 인문사회계열 출신은 사무 능력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포함한 리터러시를 갖추고, 비판적 사고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구직자일 때가 많다. 어차피 업종에 특화된 직무역량은 기업 인턴십이나 OJT를 통해서 만들 수밖에 없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기초역량은 여전히 중요하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논의를 함에 있어 난점은 현재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지표가 ①신입생 충원율, ②재학생 충원율, ③졸업생 취업율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선택지는 충원율과 취업율을 확보할 수 있는 전공을 만들고, 나머지 학과를 차례대로 정리하는 것밖에 없다.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경우, 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과 구조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지방 사립대는 사멸하여 지역의 교육과 연구 역량은 축소되고 메가시티나 지역균형발전 등 지역혁신 의제 등도 탄력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대학이 사라지는 것이 곧 특정 지역 소멸의 신호다. 교육부가 잠시 ‘지표 관리’에서 벗어나 중지를 모아내는 전향적인 ‘체제 개편’에 나섰으면 한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

건국대에서 정치학, 연세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고 현재 경남대 사회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우조선에서 5년간 근무한 경험으로 산업도시 거제와 조선산업에 관한 책인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썼다. 현재는 울산으로 현장 연구를 다니는 동시에 엔지니어 연구를 함께 수행 중이며 경상남도 도정자문위원회 메가시티 분과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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