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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몰리는 대입·취업, 초저출산 이어져
수도권 몰리는 대입·취업, 초저출산 이어져
  • 박강수
  • 승인 2021.09.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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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 분석 보고서

한국의 인구변화를 암울한 방향으로 이끄는 두 축은 출산율과 수도권 집중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 0.96명이고 수도권 집중도는 지난해 기준 50.1%다. 지난달 13일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결과보고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Ⅰ(지역)」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이 2067년에는 55%까지 심화된다. 감사원 보고서는 대학과 일자리를 쫓아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몰릴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경쟁이 격해지며 출산율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집중도, 영국의 4배, 프랑스의 2.7배

한국은 이미 수도권 인구가 전체 과반을 넘었다. 면적은 전 국토의 11%인데 인구는 절반이다. 작년 기준 2천596만명이다. 1990년 1천834만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온 수치다. 비율 상승은 더 가파르다. 1960년대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20%였으나 1990년 42%, 2010년 49%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현재의 수도권 집중도는 영국(12%), 프랑스(18%), 일본(28%)보다 약 2~4배 높다.

 

출처=감사원
출처=감사원

특히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거주비율이 높다. 2000년 48%에서 2019년 52%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약 4%p 높다. 감사원 보고서는 현재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2047년 51.6%, 2067년 53.2%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하게 완화되는 것은 약 100년 뒤인 2117년(52.8%)의 일이다. 다만 청년층의 경우는 2047년 54.4%, 2067년 55.2%, 2117년 56%까지 치솟는 것으로 예측됐다.

출처=감사원
출처=감사원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는 자기장은 대학입시와 취업이다. 청년이라는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히는 요소들이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입학 경쟁률은 13.5:1이었던 반면 지방 대학은 6.9:1이었다. 약 2배 차이다. 편입학 경쟁률도 수도권 대학이 3배 가까이 높다.

수도권에 일찍 자리잡을수록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할 확률도 증가한다.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 졸업생의 70%가 수도권 대학에 가고 지방 소재 고등학교 졸업생의 85%는 지방 대학을 간다. 다시 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88%는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지방 대학 졸업생은 60%가 지방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대입보다 취업 국면에서 수도권을 향하는 지방 출신 청년이 많아진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고용정보원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권 대학 졸업자의 첫 일자리 월평균 소득은 전라권 대학 졸업자보다 14%(28만원) 높다.

자산총액 상위 일자리 73%가 수도권

이러한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는 경쟁력 있는 대학과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 84개가 수도권에 소재한다. 전체의 37%다. 지방 소재 대학은 140개로 62%다. 단순 숫자로는 약 4대 6 비율이다. 이 격차는 경쟁력 지표에서 역전된다.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기관 순위에서 최근 3~4년간 500위 안에 들었던 국내 대학 19개 중 서울 소재 대학이 13개, 지방 대학은 6개다.

일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 2천278개 중 수도권에 1천661개가 자리한다. 전체의 73%다. 지방은 충남 79개(3.5%), 경북 63개(2.8%), 경남 63개(2.8%) 순이다. 업종의 다양성도 수도권이 우위다. 위 회사들을 업종별로 18개 산업으로 분류한 결과 수도권에는 13~17개 산업이 자리하고 지방에는 10개 미만인 곳도 있었다. 특히 교육 서비스업의 경우 서울과 인천, 부산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같은 요인들이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와 쏠림, 나아가 초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일부 도시국가들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를 보이는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기준 0.85명, 서울은 0.72명으로 지방 1.01명보다 낮았다. 2000년 이후 변화 추이를 비교해도 지방은 20여년간 출산율이 34% 떨어졌는데 수도권은 40%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서울의 청년층이 혼인연령대도 높고, 자녀 없는 부부 비율도 높다.

출처=감사원
출처=감사원

높은 인구밀도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는 여럿이다. 심리학자 올리버 승 등이 2017년에 발표한 인구학 연구는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높은 인구밀도는 사회적 경쟁을 심화하기 때문에 개인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투자에 집중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 인구밀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은 만혼, 저출산, 교육열 등의 특징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한국의 현실을 집약한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보고서 말미에 “초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청년층이 양질의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고, 수도권 청년들은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비혼, 만혼을 선택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중앙부처 및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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