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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무늬만’ 부부라면
겉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무늬만’ 부부라면
  • 채규만
  • 승인 2024.03.1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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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_ 아홉 번째 주제 ‘가족이 제일 어려워’① 부부 관계
채규만 열린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 석좌교수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와 <교수신문>이 함께 ‘세상의 중심에서 심리학을 외치다’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주제탐구 방식의 새로운 기획이다. 한 주제를 놓고, 심리학 전공 분야의 마음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독자의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마음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몸과 MBTI, 학교 정글,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 AI시대의 심리학, 웰에이징 시대, 법에도 마음이 있다, 광고 심리학을 입다에 이어 아홉 번째 주제로 ‘가족이 제일 어려워’를 다룬다. 채규만 열린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 석좌교수의 첫 번째 글이다. 

부부는 결혼할 때,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결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 협상을 하면 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면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라는 말은 근본을 잊어버리고 피상적인 수단에 집착한다는 말이다. 가족에서 달에 해당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40년간 부부와 가족 상담하면서 목격한 바에 의하면, 가족이란 관계 안에서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서로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친밀감이었다. 부부가 살아가면서 흔히 강조하는 자녀의 성공, 경제적 안정, 신체적 건강, 사회적인 지위 등은 가족의 친밀감을 위한 수단이다. 

부부 관계의 본질은 서로의 정서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서로 신뢰하고 삶을 공유하고 동행하는 안정 애착의 관계이다. 부부 사이에 서로를 공감하고 수용하는 안정 애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부는 각자 부부 외적인 사건, 즉 동아리·동창회·음주·골프나 운동·취미 활동·사회적 성취에만 애착을 갖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자신이 죽을병이나 치매 등의 어려움을 당하면 가족 식구에게 외면당하고 죽음의 순간에 외로울 수밖에 없다. 부부의 어려움은 부부 애착 관계 스타일을 반영한다. 

어린 시절의 애착 스타일과 부부 관계  

발달 심리학의 애착 이론의 핵심은 영아가 0살에서 2살 사이에 주 양육자인 엄마가 영아의 심리적·신체적 상태에 조율하여 동시적 상호 작용으로 아동의 욕구를 충족해 주면 안정 애착이 형성되고, 안정 애착 경험이 영아의 뇌 발달과 성숙, 안정적 성격 발달과 대인관계를 맺는 스타일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신과의 영적인 친밀감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안정 애착을 경험한 사람은 부부 관계에서도 정서적인 교류, 공감과 수용, 배우자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나를 버리거나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서로 편안하고,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즐기고 함께 공유하는 행복을 누린다.

그러나 부모의 돌봄이 영아의 상태에 조율이 안 되고, 방치되거나 거부당하면 영아는 부모와 회피 애착 스타일을 형성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 대인관계에서 정서적인 충족과 공감을 추구하기보다는 성적 자위나 인터넷 포르노, 술·약물 등의 물질이나 도박·쇼핑·성행동 등의 행동에 애착을 형성해서 자신의 정서적인 충족을 만족하려고 한다고 한다.

부부 관계에서도 서로가 심리적인 거리를 두거나, 정서적인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어렵고 한 지붕 아래 각자의 삶을 사는 경향이 있다. 어린 시절에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스타일이 안정적이었다가, 회피하거나 불규칙하게 되면, 불안정 애착이 형성되어서 성인이 되어도 대인관계를 근본적으로 불신하거나 상대방에 집착하고 상대방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자신을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상대방에 집착한다. 

신랑이 신부의 손을 잡고 결혼 선서를 하는 모습. 둘 사이의 강아지는 가정의 화목을 상징한다. 모두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결혼을 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1434년,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어린 시절에 주 양육자인 부모가 자녀를 심리적·신체적으로 방치하고 학대하면, 아동의 처지에서는 부모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 방치당하고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에 다른 사람들을 불신하고, 정서적인 공감 능력이 거의 없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경계선 성격 장애나 심한 경우에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가 되기도 한다. 부부 관계에서는 신체 폭력, 정서 폭력, 경제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 관계는 애착 스타일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회피 애착 스타일과 불안정 애착 스타일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껴서 결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데이트 시절에 불안정 애착 배우자는 자신은 상대방에게 집착하고 불안한데, 상대방은 거리를 두고 혼자 있으면서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상대방을 쿨하게 보고, 매력을 가진다. 동시에 회피 애착 스타일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집착해 주면서 관심도 가져 주니까 새로운 경험을 해서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막상 결혼 생활을 하면, 회피 남편은 아내가 너무 집착하고 자신의 곁에만 있어 달라고 하니까 힘들고 짜증나고, 불안정 아내는 남편이 거리를 두고, 혼자서 자기 일에만 집착하니까 불만이다. 그리고 회피 애착 스타일의 남편은 정서적인 표현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부부 사이에 갈등이 심하다.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교수 남편의 대화 스타일

대체로 교수 부부들을 보면 회피 애착의 남편과 불안정 애착의 아내와의 만남이 가장 흔한 것 같다. 그래서 교수 부부들이 겉으로는 남들에게 행복해 보여도, 아내의 처지에서 보면, “무늬만 부부이지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다”라고 하는 부부들이 많았다. 

교수 남편은 부부 상담을 절대로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수 아내는 남편의 대화 스타일 때문에 상처를 받고, 속앓이하고 화병을 앓고 사는 아내들이 많았다. 

아내가 문제를 제시하면,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학생에게 설교하고 가르치는 식의 대화를 시도해서 아내는 힘들어한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힘들어하는 마음과 감정을 반영해 주는 공감과 수용을 원한다. 아내가 “애들이 성적이 떨어졌어요”라고 말을 하면, “평소에 애들을 어떻게 관리했어!”라는 말 대신에, “당신 속상했겠다. 나도 걱정이 되네.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아내의 감정을 알아주고 해결책을 추구하면 된다. 교수 남편이 가장 못하는 대화가 아내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대화였다. 

독심술로 상대방에게 선물이나 행동을 베풀어 주면 돈을 쓰고 욕을 먹을 수 있다. 물어 주고 해 주어라. 괴로운 가정이 아니고 즐거운 가정을 위해서는 상대방과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 교류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대화를 효과적으로 하는 것에 부부들의 사소한 행복이 달려 있다. 

평생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친밀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진=펙셀

건강한 부부 안정 애착을 위한 대화 기법

건강한 부부 생활을 위한 대화의 기법을 제안하자면, 첫째로 애정과 정서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표현되지 않은 애정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교수 남편들의 최대 약점은 아내에 대한 애정 표현이다. 제자들에게는 칭찬도 잘하고 친절한데, 자신의 아내에게는 애정 표현이 인색하다.

아내가 평소에 식사 챙겨 주는 것, 아이들을 낳고 같이 살아 준 것, 연구에만 종사하느라, 아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 주지 않았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곁을 지켜 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야. 당신 사랑해”하는 진심 어린 표현을 해 주어라.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부부만의 데이트도 즐겼으면 한다. 

둘째, 다투는 상황이라도 상처를 주는 말은 피해야 한다. 부부 관계와 상담의 대가인 전 워싱턴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가트만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부부 이혼 사유의 가장 큰 원인은 성격 차, 경제적 어려움, 남녀 성차, 가치관의 차이가 아니었다. 상대방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도중에 상대방을 비난, 경멸, 책임 전가, 벽 쌓고 대화 거부하는 부부는 90% 이상이 부부 관계를 끝냈다고 보고했다.

“당신은 집 안 청소를 형편없이 했어(평가적 사고). 당신은 행동이 항상 늦고 게을러(평가적 사고)!”라고 비난하며 이야기하기 보다는 “당신 청소해 주어서 고마워요(감사하기), 그런데 아직도 구석에 먼지가 있어요(구체적 행동 지적하기), 다음에 청소할 때면 좀 더 신경을 써 주세요, 당신 생각은 어때?(대안을 제시하기)”로 대화하면 된다. 

부부 성격 차이를 극복하자

부부는 결혼할 때,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결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 협상을 하면 된다. 예를 들면, 외향적인 남편은 주말에 밖에서 외식도 하고 친구들과 사회 활동을 즐기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향적인 아내는 집에서 음악도 듣고,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할 수 있다. 해결책은 한 주는 남편의 외향적인 방법, 한 주는 아내의 내향적인 방법으로 가정에서 보내면 된다. 

채규만 열린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 석좌교수
일리노이 이공과대학에서 임상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후, 성신여대 심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열린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 석좌교수,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한국심리건강센터장으로 재임 중이다. 한국과 미국 임상심리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부부 및 성치료 전문가다. 대표 저서로 『성행동 심리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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