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4:10 (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2] 생식방법에 따라 떠돌기도 정착하기도 하는 멍게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2] 생식방법에 따라 떠돌기도 정착하기도 하는 멍게
  • 권오길
  • 승인 2022.03.21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멍게
멍게(Halocynthia roretzi). 사진=위키미디어

옛말에 “남자가 팔십이 넘었어도 마누라한테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면, 가장 행복한 일이다.”라고 했다. 아내도 나이 팔십이 넘으니 여러모로 옛날과 달라져 걱정이 태산이다. 기억력도 가물가물하고, 제일 먼저 밥하기가 그렇게 싫단다. 그럴 만도 하지. 새삼스럽게 결혼하고 나서 아내에게서 몇 끼를 얻어먹었는지를 계산해 본다. 한 해를 360일, 하루에 2끼로 잡고, 결혼한 지 54년이니, 쉽게 계산하여 360일 x 2끼 x 50년=36,000끼가 된다. 우스갯소리지만 한 그릇에 5,000원이면 얼추 2억 원!? 

암튼 밥해 주느라 고생하였고, 더는 밥을 하고 싶지 않다니, 요새는 내가 김밥, 통닭도 사서 들고 들어가고, 짬 나면 코로나바이러스도 무릅쓰고 외식(外食)을 한다. 신세타령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오늘 저녁 밥상에는 생뚱맞게도 깨끗이 손질한, 비닐 팩에 든 멍게가 올랐다. 아마도 본인이 우렁쉥이가 먹고 싶었던 것이리라.

멍게(Halocynthia roretzi)는 척삭동물(脊索動物) 중에서 미삭동물(尾索動物, urochordata)에 드는데, 멍게과(科) 멍게속(屬)에 속하는 동물로 파인애플과 비슷한 모양이며, 표면에는 젖꼭지 모양의 돌기가 많이 나 있다. 멍게를 먹는 나라는 한국, 일본, 프랑스, 칠레 정도라 한다.

그리고 멍게는 경상도 사투리였지만,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자 표준어로 받아들여진 말이다. 이는 우리말 표준어 사정 원칙에 따른 것으로,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경우,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표준어로 남겨 두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해서 멍게와 우렁쉥이는 둘 다 표준말이다. 

우렁쉥이(sea pineapple/sea squirt)는 얕은 바다의 암석, 해초, 조개 등에 붙어서 살고, 위쪽에는 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入水孔, inhalent opening)과 물을 내뿜는 출수공(出水孔, exhalent opening)이 있는데,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으면서 물속에 있는 산소로 호흡하며, 함께 들어온 플랑크톤을 먹는다. 입수공 구멍이 출수공보다 크기에 물이 몸으로 드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더 빠른데, 사람도 들숨(흡기, 吸氣)보다 날숨(호기, 呼氣)이 더 빨라 이산화탄소가 많이 든 더러워진 공기를 멀리 내뱉는 것과 같은 이치다.

멍게는 속살은 부드러우며, 셀룰로오스(섬유소)로 된 겉껍데기는 딱딱하다. 유생일 때에는 올챙이 모양으로 헤엄쳐 다니고, 성체는 바위에 붙거나 해저 바닥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몸통은 보통 붉은색 또는 오렌지색이고, 식물의 뿌리처럼 족사(足絲)를 뻗어 고착생활을 시작한다.

멍게는 자웅동체로 가을부터 봄철이 산란기이며, 5월쯤 들어서 초여름부터 제맛이 난다. 양식인 경우는 2년 정도 지나야 먹을 수 있고, 자연산은 3년 이상인 것이 맛있으며, 20cm 정도로 자라고, 수명은 5~6년이다. 멍게는 상큼하고 쌉쌀한 맛과 함께 단맛이 어우러진 바다의 풍미가 난다.

유성생식에 의해 산란 된 알은 해류를 타고 떠다니다가 부화하여 자라기에 개체가 따로 떨어져 자라지만, 무성생식인 출아법(出芽法)으로 생식한 것들은 모체 바로 옆에서 자라기에 군체(群體, colony)를 형성하게 된다. 멍게 유충은 뇌, 안점 등이 있는 머리와 척삭(脊索, notochord) 있는 꼬리로 나뉘며, 올챙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멍게가 회 등 여러 요리로 인기가 많아서 양식을 한다. 한국의 멍게 양식은 1970년대 중반 거제도와 통영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양식이 확대되었으며, 양식은 생후 3년 이상 된 멍게를 어미로 삼아 산란을 유도하여 양식한다.

멍게(우렁쉥이)는 해안지방에서는 예전부터 식용하였는데, 날(멍게회)로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멍게비빔밥을 해서 먹으며, 또한 멍게 젓갈도 맛깔나다. 멍게의 특유한 맛은 글리신(glycine)과 같은 아미노산과 불포화 알코올인 신티올(cynthiol) 때문이며, 글리코겐(glycogen)의 함량(약 11.6%)이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편인데, 여름철에는 다른 철에 비해 글리코겐의 함량이 많기에 단맛이 난다. 그리고 우렁쉥이와 유사 종(친척 종)으로는 매우 비슷한 미더덕(Styela clava)과 오만둥이(Styela plicata)가 있는데, 재래종인 미더덕과는 달리 오만둥이는 양식을 위해 일부러 들여온 외래종이다. 미더덕이 길쭉하다면 오만둥이는 둥그스름하고, 오만둥이는 미더덕보다 살이 적고 향이나 식감 등에서도 좀 못한 편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