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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3] 상어가 아니다. 잉엇과의 작은 민물고기 돌상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3] 상어가 아니다. 잉엇과의 작은 민물고기 돌상어
  • 권오길
  • 승인 2021.11.15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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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상어. 원작자: 최승호, 사진=국립생물자원관
돌상어. 원작자: 최승호, 사진=국립생물자원관

돌상어란 물고기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바닷물고기인 상어(shark)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돌상어는 모래무지와 비슷하게 생긴 잉엇과의 작은 민물고기이다.

돌상어(Gobiobotia brevibarba)는 몸길이 12cm 정도로, 몸은 약간 길며, 몸의 앞부분은 원통형으로 굵지만 배는 평평(판판)하다. 다시 말해서 몸의 뒤쪽으로 갈수록 약간 가늘어지면서 옆으로 납작해진다. 머리는 작고, 또 작은 눈은 머리의 중앙부보다 조금 뒤에 있으며, 두 눈 사이는 넓지 않고, 콧구멍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 돌 밑에 잘 숨고, 이 돌에서 저 돌로 재빠르게 옮겨 다니며, 육식성으로 주로 수생(수서)곤충을 먹이로 한다.  입은 옆으로 넓으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훨씬 짧다. 입수염은 4쌍이지만 모두 짧고, 아가미구멍은 아가미뚜껑 뒤에서 열리며, 비늘은 크지 않고, 측선(옆줄)은 완전하다. 꼬리지느러미는 얕게 갈라지고 아랫조각이 윗조각보다 약간 크며, 끝이 둥글고, 지느러미에 아무런 무늬가 없다.

돌상어는 5월경에 산란하는데, 산란기 때의 수온은 18∼20℃이다. 수심이 20∼50cm이고, 유속이 0.6∼1.3m/sec로 매우 빠르며, 바닥이 크고 작은 돌로 이루어진 곳에 알을 낳는다. 암컷은 몸길이가 5cm 이상, 수컷은 4cm 이상이 되어야 어른 고기가 되고, 돌상어의 알을 받아서 실험실에서 인공으로 수정했을 때, 23℃의 수온에서 120시간이 지난 후 알에서 깨어났고, 부화 후 100일이 지나면 몸길이가 약 3.6cm까지 자라서 어른 고기와 비슷한 모양과 무늬를 띤다고 한다. 몸길이가 5cm 이하인 어린 개체는 주로 파리와 하루살이 종류의 애벌레는 먹고, 커서는 날도래와 같은 좀 더 큰 종류를 먹는다.

몸 빛깔은 붉은빛을 띤 황갈색이며, 등 쪽 옆구리에 불규칙한 5∼18개의 암갈색 가로띠가 있다. 모래무지를 닮은 작은 민물고기로 물이 깨끗하고(1급수), 바닥에 큰 돌이 많은 하천 상류의 물살이 아주 빠른 여울에 산다. 그래서 몸은 전체적으로 유선형이지만, 배 바닥이 평평하고, 가슴지느러미가 빳빳하며, 좌우로 퍼져 있어 바닥에 붙어살기에 적합한 체형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체형 덕분에 돌상어는 빠른 여울(물살)에서도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생뚱맞게 돌상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바다에 사는 상어를 한자로 사어(鯊魚, 沙魚)라고 하는데, 피부가 모래(沙)처럼 까끌까끌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모래무지 종류도 사어라고 불렀으니, 모래무지는 모랫바닥에서 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돌상어라는 이름은 돌상어가 모래무지를 닮았으면서 돌이 많은 곳에 살아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금강 상류(내금강 계곡), 북한강 상류인 회양, 임진강 상류인 연천에서 채집되는 한국의 특산 어종이다. 쉽게 말해서 금강, 한강, 임진강에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固有種, endemic to South Korea)이다.

최근에 하천 개발과 정비 사업으로 하천들이 자연스러운 빠른 여울이 없어지면서 돌상어도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한다. 그래서 현재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간 계곡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들어 분포 지역이 계속 줄고, 개체 수도 급감하여 2005년부터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돌상어는 한강과 금강 수계의 일부 하천에만 분포하고, 서식할 수 있는 환경도 아주 제한적이라서 원래부터 개체 수가 많지 않은 종이다. 또 과거에는 하천 오염이 돌상어가 줄어든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서식지 파괴가 주된 원인이다. 

돌상어의 습성과 생활사에 관해서 알려진 것이 매우 적다 한다. 몸길이는 태어나서 1년이면 약 4cm, 2년이면 6∼8cm, 3년이면 10∼12cm 정도로 자란다. 주둥이는 뾰족하고, 아래로 향한 입은 바닥에 사는 수서곤충을 잡아먹기 좋고, 편평한 배는 바닥에 붙이기 좋아서 여울의 빠른 물살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돌상어는 유기물이 쌓이거나 흔들말(남조류)과 해캄 같은 녹조류가 끼면(물이 더러워지면) 사라진다. 그래서 돌상어는 하천의 수질을 나타내는 지표종(指標種, indicator species)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민물고기 200여 종에서 50여 종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 특산종이다. 돌상어 같은 고유종(固有種, endemic species)은 생물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생물자원으로서도 값어치가 아주 높다. 또 이들이 한국에서 사라지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어찌 안타깝고 서럽지 않은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 귀한 생명인 것을!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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