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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팬데믹 대응법’ 인도가 ‘손’을 주목하는 이유
[글로컬 오디세이] ‘팬데믹 대응법’ 인도가 ‘손’을 주목하는 이유
  • 신민하
  • 승인 2022.01.06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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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신민하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 정부가 기존의 요가처(Department of Yoga)를 확대해 인도 전통의약 부문 전반을 관장하기 위해 신설한 AYUSH(Ayurvda, Yoga, Naturopahty, Unani, Sidda, Homeopathy의 약칭)부 홈페이지의 첫 화면. 사진=인도 AYUSH부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습한 이래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패스’와 같은 용어는 일상어가 되었고, ‘주기적 환기 및 소독’,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은 전 지구적 캠페인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특히, 올바른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다른 감염병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하여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개인 위생수칙이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손 위생에 대한 관심

인도 정부는 2020년 3월 12일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자 선제적 예방 대책으로 같은 달 24일 전국적인 봉쇄령(락다운)을 시행했다. 이와 동시에 인도 정부 산하의 국가표본조사기구(National Sample Survey Organisation)를 비롯한 여러 조사기관은 인도인들의 손 씻기 습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각종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코로나19의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인도 전 국민이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서 손을 더욱 자주 씻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철저한 손 씻기가 코로나와 싸우는 데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양식 인사법인 악수를 피하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나마스떼(Namaste)’라고 말하는 인도 전통 인사법으로 돌아갈 적기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초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5만 명을 넘어서면서 1차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지난해 5월에 접어들어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7만 명에 이르면서 2차 대유행을 겪었다. 인도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의 국외 반출을 제한하고 의료용 산소와 같은 관련 장비 확보에 집중했고, 주 정부들은 봉쇄조치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일부 전문가들이 “감염자 옆에서 걷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 델타(Delta) 변이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인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 시기 인도의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인도와 같이 인구 규모가 거대한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동시에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관리가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2월 25일 진행한 대국민 담화의 서두에서 오미크론(Omicron)의 인도 상륙을 언급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가장 훌륭한 식사 도구로 주목받는 손

인도에서 올바른 손 씻기에 대한 강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흥미로운 현상은 손으로 밥을 먹는 인도의 전통 식사법을 예찬하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에 올라온 포스팅을 살펴보면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에서 언급하고 있는 손(엄밀히 말하면 손가락)을 이용해서 식사하면 좋은 점들을 세세하게 나열한 것에서부터, 근대 의학 지식을 근거로 든 것, 그리고 개인의 생각을 적은 것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포스팅에 올라온 손으로 밥을 먹으면 좋은 대표적인 이유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인간의 몸은 자연의 다섯 가지 원소(에테르, 공기, 불, 물, 흙)가 연결되어 있는데, 다섯 손가락은 각각 이 원소들을 지니고 있어 손가락으로 식사를 하면 자연과 합일하는 행위와 같다”, “손가락에 음식이 닿는 순간 음식이 몸으로 들어올 예정이라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위 분비액의 촉진을 돕기 때문에 소화에 도움이 된다”, “음식을 입에 넣기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도록 하여 과식을 방지하고 당뇨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누군가의 입에 들어갔다 나온
식기를 사용하느니 방금 무엇을 만졌고 얼마나 깨끗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내 손이 훨씬 더 위생적이다”, “보통 손은 식사 직전 씻지만 식기는 씻는 주기가 일정치 않으며, 내가 직접 씻지 않는 이상 식기 세제가 완전히 제거됐는지 알 수가 없다” 등.

그런데 사실 손으로 식사를 하는 전통에 대한 인도 사람들의 자부심은 최근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나 특별히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어느 인도인과 영국인이 나눈 대화의 한 토막에 잠시 귀를 기울이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인도의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라다크리슈난 박사는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라다크리슈난은 식사 직전 손을 씻었고, 이내 손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처칠은 라다크리슈난에게 “아니 왜 손으로 밥을 먹습니까? 숟가락이나 포크가 훨씬 더 위생적인데요”라고 말했다. 라다크리슈난이 대답했다. “제 손은 식사 전에 그 누구도 사용한 일이 없습니다. 그 어느 숟가락보다 훨씬 위생적이랍니다.”

 

신민하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 역사학센터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근현대 인도의 경제단체, 식민지 도시 형성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세계의 시장을 가다』, 『인도 대전환의 실체와 양상: 인도와 이슬람의 만남』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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