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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사우디와 교전 중인 후티 반군, 왜 UAE 집중 공격하나
[글로컬 오디세이] 사우디와 교전 중인 후티 반군, 왜 UAE 집중 공격하나
  • 정진한
  • 승인 2022.02.17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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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후티 반군을 지지하는 예멘 시민들이 지난달 21일 예멘 사나에서 반미·UAE·사우디 시위를 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이던 1월 17일, 예멘의 후티 반군은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공항과 정유 시설을 공습해 9명의 사상자를 냈다. 분쟁지역이 많은 중동에서 그래도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UAE가 당한 테러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후티 반군은 지금껏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연합세력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집중적으로 타격했기에 이번 공격은 더욱 의외였다. 후티 반군은 이후 1월 21일과 24일, 31일에도 UAE를 잇달아 공격했다. 이제 미국은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인해 ‘최고 위험 등급 국가’로 지정한 UAE를 1월 27일부터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인한 위험’의 면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두바이 엑스포 개최로 한창 축제 분위기를 띄우며 외국인 초청에 열을 올리는 UAE의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국내 정부군, ‘남부 운동’, 알카에다 예멘 지부,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 등과 수년째 교전 중인 후티 반군이 2019년에 이미 대폭적인 철군을 단행한 UAE에 굳이 싸움을 거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UAE는 철군 이후에도 자신들이 지지하는 남부 운동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남부 운동은 2018년 후다이다(Al Hudayda) 항구를 놓고 후티 반군과 교전한 바 있으며, 후티 반군은 이때부터 자신들이 UAE를 공격해왔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부 운동은 그 이후로 후티 반군보다는 예멘 정부군과 싸웠고, 2019년 아덴을 정복한 이후로는 주로 남쪽에서 활동했다. 후티 반군 역시 이 기간에는 UAE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남부 운동은 후티 반군과 사브와에서 충돌해 후티 반군을 몰아냈고, 정부군 및 사우디 연합군과도 힘을 합쳐 후티 반군의 전략적 요충지들을 공격하고 있다. 즉 직접적 군사 충돌이 격해진 것이 UAE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세 수위를 올렸다.

보다 넓게는 양측의 충돌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대리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란에서 무기를 포함한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UAE는 2020년 아브라함 협정 이후 이스라엘과 군사적인 면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아부다비를 방문해 UAE 왕세자에게 보안과 군사정보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양국은 에어쇼와 엑스포, 각종 우주항공 프로젝트에 동참하며 군사적 협력관계를 과시해 이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은 반이란 전선의 확대를 천명했다. 이스라엘은 1월 25일, 미수교국인 역내 최대의 국가 사우디와의 수교 의사를 밝혔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1월 30일 사우디는 UAE를 방문하는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자국 영공을 통과하게 해주었다. 이어 지난 4일 국제 해상훈련 2022(IMX 22)에서 이스라엘은 사우디, 오만과 첫 해상훈련을 했다. 예멘에서 페르시아만을 돌아 레반트까지 시아 동맹을 통해 이스라엘을 포위하려는 이란에게 이스라엘과 순니 아랍국들의 동맹은 반드시 저지시켜야만 하는 위협 요소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잇단 공습을 통해 UAE에 상당한 정도의 물적 손실을 끼쳤고,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 그런데도 이번 공격은 반이란 전선을 더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네 차례의 비공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타진해온 사우디는 1월 17일 공습 직후 후티 반군에게 대규모 폭격을 가해 82명의 사망자와 265명의 부상자를 만들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 퇴출에 대한 이견으로 UAE가 F-35 구매를 중단하면서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졌음에도 UAE에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콜'과 최첨단 5세대 전투기 배치 및 군사정보 제공을 약속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UAE가 이스라엘과 아이언 돔, 스파이더, 바라크-8 등의 다양한 방공 시스템 도입을 협의 중이라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셰이크 타흐눈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란으로 보내 라이시 대통령과 안보 협력을 논의했던 UAE는 이제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을 끊지 않는 한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마침 이란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여기는 이라크의 민병대 ‘진실된 약속 여단(True Promise Brigade)’이 지난 2일 UAE에 공습을 시도했다. 후티 반군 공격에 이란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앞으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던 이란의 국제 사회 복귀는 요원해져만 간다.

 

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요르단대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명교류사와 중동학을 전공했고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람 세계관 속 신라의 역사: 알 마스우디의 창세기부터 각 민족의 기원을 중심으로」 등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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