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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벌어지는 생성형 AI 격차…사용 경험에 달렸다
점점 벌어지는 생성형 AI 격차…사용 경험에 달렸다
  • 전준
  • 승인 2023.12.27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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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과학 ⑨ 챗지피티 등장 1년 후

저숙련 고반복 육체노동 종사자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 앞에서

상대적으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인구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사의 챗지피티가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챗지피티의 초기 베타 버전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이 지난해 11월 30일이었고, 보다 안정화된 유료 서비스가 출시된 것은 올해 5월 24일이었으니, 올 한 해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경험한 원년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한 해 동안 생성형 AI 서비스의 기능과 성능 또한 파격적으로 개선됐다. GPT-4 기반의 유료 챗지피티 서비스는 ‘ADA(Advanced Data Analysis)’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텍스트나 엑셀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주는 파이썬 코드를 생성해 준다. 수년 전의 웹 텍스트만을 기반으로 하기에, 횡설수설하며 거짓 정보를 출력해 내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검색엔진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답변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사용자도 또한 서비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이제는 생성형 AI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팁이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다양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보고, 또한 이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보거나, 혹은 이로 인해 야기될 사회적인 변화에 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을까? 수많은 사회학자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대격변을 경고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 우리는 여전히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으로 기술을 인식하는 데 익숙하며, 기술로 인해 야기될 거시적인 사회적 변화를 수동적으로 ‘예상’하거나 그것에 ‘대응’할 방법을 피상적으로 고민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사회학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함께 수행한 연구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부분적이나마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전국의 1천100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실제로 업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비중은 22.4%이며, 이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라고 답한 사람은 5%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아직 생성형 인공지능을 ‘맛보기’로만 활용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공지능에 대해 더욱 배울 의향이 있는지, 사회 변화에 대비한 재교육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의 비율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일수록 높았다는 것이다. 또한 응답자들의 최종 학력이 실제로 이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지를 가장 강력하게 예측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즉, 최종학력이 높을수록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보았을 확률이 높았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에 대해 배워볼 의사 혹은 새로운 노동환경에 대비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의향 또한 높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챗지피티 베타 버전이 공개된 후, 여러 서비스가 추가됐다. 어떤 생성형 AI를 만 들 것인지는 사회집단의 여러 목소리를 반영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AI가 바꾸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인식

왜 이런 결과가 관찰된 것일까? 인터뷰 연구를 통해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은 “루틴한 기사는 AI가 쓰고, 나머지 소수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그런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분업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는 기자로서의 전문성을 넓히기 위해 대학원까지 뒤늦게 진학했지만, 코딩으로 소셜미디어를 분석하는 연구만 주로 수행하게 된 저널리즘 대학원을 경험하고는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통계자료를 자주 참조한다는 한 남성은 전략적으로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해 직접 자료를 찾는 수고를 덜고,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이점을 누린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니 직접 그 유용함과 위력을 느끼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를 자신의 업무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미래 대비에 대한 결심도 하게 된 케이스였다. 즉, 인공지능에 대비하는 준비성을 갖추기까지의 첫 단추가 인공지능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경험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장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매사에 활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학자들은 생성형 AI가 사무직과 전문직의 자리를 주로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막상 이들은 어떻게든 ‘사람의 자리’를 확보해 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자신들도 업무상에서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할 힘이 있고, 실제로 그러한 능력을 점차 배양해 나갈 동인이 크다. 그러나 저숙련 고반복 육체노동 종사자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 앞에서 상대적으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인구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짓말 안 한다고 윤리적 AI일까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진보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산업계와 학계의 반응은 모두 제 각각이다. 오픈AI사는 샘 알트만을 대표이사 자리에 복직시킴으로서, 사실상 인공지능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컴퓨터 공학자들은 설명 가능한 AI, 투명한 AI,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AI 등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며, 답변의 도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그리고 스스로의 답변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며 응답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공학자들이 목표로 하는 ‘기계적으로 진실하게 응답하는’ 인공지능이 사회적으로 윤리적인 인공지능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윤리적인 사람이라고 단순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실 윤리적인 AI는 개발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즉, 어떤 기능의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사회집단의 목소리가 골고루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러한 인공지능을 어떤 형태로 사회적 제도망 속에 위치시킬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단시간 내에 관찰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에 비해, 대중의 인식과 사회제도적 준비의 수준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지난 1년은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를 맛보는 ‘베타테스트’ 기간이었던 것으로 치더라도, 이제는 놀라움과 감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한 고민에 돌입해야 할 때다.

 

전준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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