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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산물, 얼마나 좋을까?…세포부터 동물·임상까지 규명한다
국내 농산물, 얼마나 좋을까?…세포부터 동물·임상까지 규명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02.20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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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 ② 변상균 생명공학과 교수

연세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인 ‘어깨동무사업’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 지역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의 연구역량·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나선 것이다. <교수신문>은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교수를 만나 지역과의 협업 연구가 어떻게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 알아봤다. 두 번쨰는 변상균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다. 그는 국내 농산물인 마·쌀겨·프로폴리스의 건강기능성을 규명해 부가가치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농업 수익률이 높아지면 농촌 인구 유입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6일, 변 교수의 연구실에서 얘기를 나눴다.

 

면역의 핵심은 바로 ‘균형’이다. 면역이 너무 강해지면 우리 몸을 공격할 수 있다. 세상만사 중도와 중용이 그만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암에 걸릴 수 있다. 나쁜 세포에 대항하는 면역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질병을 막아내는 힘이 약해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면역력이 높아지는지가 고민이다. 

 

 

변상균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는 국내 농산물의 건강기능성을 밝혀 부가 가치를 높임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자 한 다. 궁극적으로 농촌 인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사진=김재호

변상균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사진)는 ‘국내 농산물의 고부가 가치화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 시스템 구축’ 과제를 수행 중이다. 쉽게 말해 어떤 농산물이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지역 농산물의 건강기능성 규명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 소득 제고에 기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세포 모델을 활용해 지역 농산물별로 면역기능 조절 효과를 규명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특정 질환에 효과가 좋은 국내 농산물을 세포 단위에서 발굴하고 이후에 세포, 동물, 임상 연구를 수행하여 건강기능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삼은 면역력 증진과 항산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홍삼을 찾아 먹는다. 만약 홍삼이 아무런 건강기능성이 없다면 지금처럼 비싸지 않을 것이다. 변 교수는 “홍삼의 건강기능성으로 인해 상업적 가치가 올라가면서 홍삼을 생산하는 농가에서도 고가에 판매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건강기능성이 공식적으로 규명되고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증대될 수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변 교수가 규명하려는 건강기능성은 △면역기능 증진 △아토피성 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 △대사질환 등이다. 면역기능 분석은 하상준 연세대 교수(생화학과)의 도움도 받고 있다. 또한 공동 연구팀을 통해 지역별 농산물을 확보하고, 가공과 성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국내 농산물은 마·쌀겨·프로폴리스 등 이다. 

변 교수의 고민은 좀 더 멀리까지 나아간다. 그는 “농촌 인구 감소 및 청년층의 농업종사 기피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진입 과정의 가장 높은 장벽인 ‘낮은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기피로 인해 농촌 인구가 고령화·가속화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국내 농산물의 건강기능성을 인정받고, 이에 따라 국내 농가가 고소득을 올린다면 농촌 인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과학연구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의 촉발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변 교수는 “농업에 의한 수익성 증대가 일차적으로 실현돼야 청년층의 유입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에,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국산 농산물들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2021)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9년을 기준으로 3조7천257억 원에 육박하며 2015년과 비교해 연평균 13.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증대하는 만큼 고령화가 점점 빨라지면서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삶의 질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 효능 비교하는 ‘라이브러리’ 구축

연세대 생명공학과는 식품 소재의 건강기능 효능과 작용기전 규명 역량이 매우 우수하다. 그 효능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산업적으로 실용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변 교수 연구팀은 농산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이 라이브러리를 토대로 특정 질환에 대해 효과가 있는 좋은 소재를 1차로 선발한다. 공동 연구에 참여하는 서울과기대, 경북대, 가천대, 원광대 연구팀은 선별된 소재의 수급과 가공 등을 담당한다. 공동 연구팀에서 추출물을 만들어 제공하면 변 교수 연구팀이 그 효능을 증명한다. 

그런데 농산물 라이브러리란 무엇일까? 변 교수는 실제 라이브러리를 보여줬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농산물들의 추출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여러 농산물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가장 우수한 농산물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과학적·객관적으로 여러 농산물의 효능을 비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농산물 수백 가지에 대한 추출물을 라이브러리화하는 것이다. 라이브러리에는 농산물 수백 개에 대한 각각의 추출물이 들어 있다. 변 교수는 “농산물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동시에 같은 실험 조건에서 모든 농산물의 효과를 평가해 가장 우수한 농산물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이것은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고속 스크리닝 방식(high-throughput screening)’을 통해 여러 물질의 활성을 비교해 가장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을 찾을 때 적용하는 방법을 유사하게 응용하는 것이다.

 

블랙라즈베리 추출물, 혈압조절에 도움

최근 연구성과가 나왔다. 이번 어깨동무사업과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의 국산 소재 기능성 규명사업으로 블랙라즈베리 추출물이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았다. 또한 농촌진흥청과 함께 국내 양봉 농가의 프로폴리스 추출물이 피부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 기대하는 성과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국산 쌀 가공의 부산물인 쌀겨의 혈중 콜레스테롤·지질(물에 녹지 않고 유기용매에 녹는 생체 구성 물질) 개선에 대한 기능성 규명이다. 둘째, 국산 프로폴리스의 과민성 피부염(아토피) 개선 효능을 규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승인을 추진하는 것이다.

연구에 어려움은 없을까? 변 교수는 연구비 수급을 꼽았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이 소재로 개발돼 그 농산물이 고부가 가치화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그 소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세포, 동물, 인체 실험 등을 수행해 자료가 충분하게 준비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향후 변 교수는 수준 높은 연구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건강기능식품을 해외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이미 한국의 건강기능식품은 해외에서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농가와 산업계가 발전하도록 오늘도 연구실은 분주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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