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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디지털 양극화’, 노인-청년 멘토링이 나선다
‘고령화·디지털 양극화’, 노인-청년 멘토링이 나선다
  • 김재호
  • 승인 2023.02.28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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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 ⑤ 김현경 아동·가족학과 교수

연세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인 ‘어깨동무사업’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 지역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의 연구역량·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나선 것이다. <교수신문>은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교수를 만나 지역과의 협업 연구가 어떻게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 알아봤다. 김현경 연세대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지역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청년과 노인 사이의 세대갈등을 통합하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 매개체는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다. 지난 20일 김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48곳이 40대도 청년으로 규정하는 조례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사회는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청년층이 없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노인과 청년 사이에 세대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세대가 지역사회에 많이 없는 것이다.

김현경 연세대 교수(아동·가족학과·사진)는 한국 사회 내 노인의 ‘디지털 소외’와 지역사회의 세대 분리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과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 해결을 위한 노인-청년 멘토링 프로그램 개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그는 디지털화와 세대차이라는 청년과 노인의 이슈에 공감한다. 그래서 분리된 두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연구를 통해 청년과 노인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포용 사회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김현경 연세대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지역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청년과 노인 사이의 세대갈등을 ‘디지털 양극화’의 관점 에서 연구 중이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청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김현경

 

디지털 양극화, 세대 갈등·차별로 확대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계기에 대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고령화·디지털화라는 두 가지 사회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젊은 세대와 디지털 기기가 어려운 노인 세대 간의 디지털 정보 격차는 디지털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나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청년 세대와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 세대가 함께 만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노인 세대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서로 다른 두 세대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1997년 폴 길스터에 의해 제시된 용어다.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습득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비판적 사고력, 또한 목적에 맞게 새로운 정보를 조합해 올바로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김 교수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능력, 콘텐츠의 속성을 이해하는 능력, 정보를 검색하고 메시지를 해석하는 능력 등 다양한 차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해 사용되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충청북도는 2013년에 14.1%의 고령화율을 기록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에는 고령화율이 2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북도는 디지털 취약층의 소외 현상이 경제적·교육적·문화적 불평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신나리 충북대 교수(아동복지학과)가 공동 연구팀으로 합류했다. 신 교수는 충북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 생애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해온 전문가이다. 또한 이계식 국립한경대 교수(컴퓨터응용수학부)는 디지털 교육·학습 전문가로 참여했다.

이번 과제의 연구책임자인 김 교수는 청소년기와 청년기 적응, 디지털 사회화 중개연구, 프로그램 개발·효과성 검증을 맡는다. 주수산나 연세대 연구교수는 성인기 사회적 관계와 적응, 디지털 일상, 양적·질적연구 혼합연구설계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각기 다른 전공으로 인해 대부분의 다학제 연구팀처럼 초반에는 소통이 어려웠다. 그러나 교류 시간이 쌓이면서 어려움은 점차 줄었다. 김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서로 질의응답을 주고받거나, 전문지식을 교류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다른 전문 영역에 관한 낮은 이해와 낯선 용어가 주는 소통의 장벽이 허물어졌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실제 활용될 멘토링 프로그램

김 교수는 1차년도에 문헌 조사, 온라인 설문 조사, 공공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322명의 청년, 315명의 노인 데이터를 출생 연도부터 주관적 건강상태 등까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국내논문 1편을 출판했고, 국내학술대회에서 6회 발표했다. 현재까지 연구 성과로는 △국내논문 4편 출판 △국내 학술대회 6회 발표 △해외 학술대회 6회 발표 △우수포스터상 2개, 우수논문상 1개 수상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과학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체계를 확장한 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학술성과뿐만 아니라 기초연구를 토대로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사회문제를 지역사회에서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디지털 조력자’와 멘토링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의 ‘사이버 시니어스’, 캐나다의 ‘유스 티칭 어덜트’, 싱가포르의 ‘러닝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노인들은 더욱 어린 세대와의 상호 작용으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세대격차·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어려운 점은 준비 단계에서 발생했다. 청년기와 노년기는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경험하고 성장한 사회적 배경이 너무나도 다른 세대이다. 김 교수는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세대 통합인 만큼 두 세대가 가진 각각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이들이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어깨동무사업 과제는 인력 양성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공감, 공존, 공생하는 사회를 위한 혁신적 디자인 교육연구단’은 매년 연구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소그룹 콜로키움팀을 선발·지원하고 있다. 또한 각 연차별로 콜로키움 성과발표회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회문제 해결과 관련한 주제들로 자유롭게 콜로키움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연구 주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콜로키움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에서 수집한 양질의 기초데이터를 공유한다”라며 “정기적인 세미나와 연구 미팅으로 데이터 분석 방법과 학술 논문에 대한 작성 방법 등을 고도화하고, 실제 논문 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프로그램 개발 직전 단계에서 기본 정보를 탐색하는 데 주력했다. 김 교수는 “올해 3차년도 연구부터는 기존 선행 프로그램을 분석해 프로그램 요소를 도출하고, 기존 기초연구들에서 도출된 내용과 함께 종합할 것”이라며 “이후 지역사회 통합과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 해결을 위한 노인-청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제로 개발하고 지역사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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