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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1세 ‘국민과 함께·국민을 위해’
엘리자베스 1세 ‘국민과 함께·국민을 위해’
  • 김충현
  • 승인 2022.04.0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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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⑤_김충현 충남대 연구교수·리더스피릿연구소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계획이 발표되자,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 이전 환영과 반대 현수막(사진)이 걸렸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는 수많은 갈등을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계획이 발표되자,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인근에 이전 환영과 반대 현수막(사진)이 걸렸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는 수많은 갈등을 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광복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룬 보기 드문 국가다. 그러나 전후 복구를 위해 경제성장에 중심을 둠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했으며 최근 그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에 따른 계층 분열, 자연 난개발로 인한 환경문제 및 차별과 혐오의 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모두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층 성숙한 사회를 만들고,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사적’인 것보다는 ‘공적’인 것, ‘나’와 더불어 ‘모두’의 행복과 발전을 생각할 때이며, 그렇기에 바로 지금이 공공성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다.

엘리자베스 1세. 사진=햇필드 하우스

공공성이란 무엇일까. 매우 모호하고 논쟁적인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개인과 사회가 함께’(common)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적인’(public)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과 가치를 말한다. 공공성은 행위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과정과 가치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의 공공성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지도자가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과 함께(with the people) 통치하고, 국민을 위해(for the people) 통치할 때 실현될 수 있다. 16세기 영국을 통치했던 엘리자베스 1세(1533~1603·사진)는 국가의 공공성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엘리자베스는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영국인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군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물려받은 영국은 강력한 국가가 아니었다.

당시 영국은 유럽의 끝자락 섬나라에 불과했으며, 프랑스와의 백년전쟁, 왕권을 둘러싼 장미전쟁 그리고 뒤이은 신·구교의 종교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스스로는 어머니 앤 불린(1501~1536)이 간통 혐의로 처형된 후 사생아로 강등되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어떻게 영국을 강대국으로 이끌었을까. 우선 엘리자베스는 국민과 함께 통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영국에는 1215년 대헌장(Magna Carta, 왕의 의지가 법으로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 이후 이어져 온 의회제도가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이를 존중하며 의회와 함께 통치했다. 물론 45년의 통치 기간 동안 단 10번, 총 2년 4개월 의회가 소집된 것은 많은 횟수가 아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양보와 타협을 적절히 구사하며 의회와의 공치(共治)를 저버리지 않았다.

둘째,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처녀 왕(Virgin Queen)’이라는 별명처럼 엘리자베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당시 여성의 독신은 핸디캡이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켜 이미지 구축에 이용했다. 바로 아들 예수에 대한 복종과 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마리아에 자신을 투영시켜, ‘국민에 대한 섬김과 사랑의 여왕’임을 강조했다. 즉 엘리자베스는 국민이 자신의 왕권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국민에게 어머니로서 다가가고자 했다.

셋째, 엘리자베스는 국민을 위한 통치에 힘썼다. 국가 차원에서 공공성은 책임의 문제다. 책임이란 곧 타인의 고통과 비참함을 돌보는 것, 특히 보호막이 없는 나약한 존재들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가톨릭 국가였던 영국은 헨리 8세(1491~1547)에 의해 개신교 국가가 되었고 다시 메리 1세(1516~1558)에 의해 가톨릭 국가로 바뀌었다. 이러는 사이 왕들은 각자의 종교에 따라 상대 종교를 박해하면서 국민을 두렵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1559년 통일령(Act of Uniformity)을 통해 종교를 통합하고 국민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렇듯 엘리자베스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돌보면서 통치했고, 결국 약소국이었던 영국이 강대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여러 갈래로 갈등이 나타나는 한국 사회가 엘리자베스의 공공리더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선도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그리고 ‘국민을 위해’ 역량을 발휘할 리더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김충현 충남대 연구교수·리더스피릿연구소

충남대에서 프랑스 종교전쟁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에서 교양강의를 하고 있다. 공저서로 『공공성과 리더스피릿』(2022), 『고전의 창으로 본 리더스피릿』(2021)가 있으며, 「17세기 후반 위그노 망명과 영국의 명예혁명」(2020), 「루이 16세의 <관용칙령>과 얀센주의 운동」(2019) 등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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