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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끝섬 혹은 자장면의 섬
남쪽의 끝섬 혹은 자장면의 섬
  • 김재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 승인 2012.12.0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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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야기 23 마라도에서 산다는 것

 

200여년 전, 주식으로 해조류나 생선 등을 먹던 마라도 주민은 농사를 짓기 위해 원래는 원시림으로 나무가 풍부했던 이곳에 불을 내서 모두 태우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2m가 넘는 나무가 없고, 모두 초지로 바뀌었다. 사진=김재은
2012년 6월6일부터 15일까지 약 열흘에 걸쳐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 WCC)에는 전 세계 약 180여개 나라와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필자가 속한 도서문화연구원의 연구원과 한국생태학회, 한국자연보전협회가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아시아태평양 섬-연안 지역의 생물문화다양성과 전통생태지식 확산’이란 주제로 제출한 발의안이 전 회원들의 95%이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제주도 자체가 전통생태지식을 기반으로 해 다양한 생물과 그 생물을 이용하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 속한 여러 섬 가운데 국토의 최남단 유인도로 알려진 마라도는 인간의 생존방법에 따라 섬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고, 또한 바뀐 자연환경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섬 중에 하나이다.

마라도는 면적이 약 0.3㎢로 남북길이 1.3㎞, 동서길이 500m, 섬 둘레는 4.2㎞로 남북으로 긴 형태인 타원형의 섬이다. 제주도로부터는 약 11㎞ 떨어져 있고 모슬포항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배가 운행되고 있다. 2000년 7월 18일에 마라도 면적의 85%가 천연기념물 제 423호로 지정돼 마라도천연보호구역으로 보전되고 있다. 이 지역은 제주도에서도 볼 수 없는 난대성 해조류가 서식하는 조간대(潮間帶)와 조하대(潮下帶)가 아주 잘 보전돼 있고 한국 미기록종도 다수 발견됐다. 상주인구가 30~50여명이고 주민등록상 인구는 약 100여명이다.

마라도의 생성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분화구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수중에서 독립적인 화산이 분화해 이루어진 섬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반암은 현무암질 암석이고 절리가 매우 잘 발달돼 있다. 해안가는 거의 대부분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급경사로 접근이 쉽지 않다. 북서쪽 해안과 동쪽 해안 및 남쪽해안은 고도 약 20m 정도의 단애가 발달했고 해식 동굴을 많이 볼 수 있다. 지형은 해발고도 34m로 매우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마라도는 원래는 무인도였다.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게 된 경유 등에 대한 문헌이나 기록 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전설 등에 의해 마라도에 사람이 정착하게 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라도에 사람이 정착하게 된 시기는 약 200여 년 전인 1883년부터라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당시 대정골(아마도 현재 대정읍지역)에 살던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도박 등으로 모든 재산을 탕진해 살 길이 막막해지자 주변의 친지들이 마을 수령에게 마라도의 개척을 부탁해 1883년 제주목사 심현택이 마라도를 개척할 수 있는 허가를 주어 김씨와 함께 이씨, 라씨 등이 최초로 입도해서 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라도의 등대 사진이다. 사진=김재은

하지만, 이들이 도착한 마라도는 사람이 살기에는 그 당시 매우 힘들었음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주식으로 해조류나 생선 등을 먹던 주민은 농사를 짓기 위해 원래는 원시림으로 나무가 풍부했던 곳에 불을 내서 모두 태우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이 난 이후에는 다시 나무가 자라지 않고 더불어 뱀과 개구리 등도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에는 식목 행사 등을 열어 나무도 심어 봤지만, 아직 2m가 넘는 나무는 없다고 알려졌다. 현재는 드넓은 초지가 조성돼 마라도를 찾는 사람들은 바다와 하늘이 한꺼번에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마라도가 유명해진 것은 국토 최남단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언젠가 개그맨이 마라도에 자장면과 관련된 내용이 방송에 나갔고, MBC의 유명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다시 마라도를 찾아 광고 아닌 광고를 하면서부터 마라도의 자장면은 대중적으로 매우 유명해 졌다. 이후에 마라도를 찾는 사람들이 자장면을 찾으면서 이곳에 여러 종류의 불법건축물 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불법 건축물이 12채에 이르는데, 정부에서는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라도의 이미지는 국토 최남단 섬이거나 자장면일 것이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국토 최남단으로서의 이미지가 좀 더 강할 것이고 젊은 세대는 자장면으로 더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과거 울창했던 원시림은 인간이 정착하면서 모두 사라지고 농경지로 바뀌었다가 농사를 더 이상 짓지 않고 외부에서 유입이 가능해진 현재는 모두 초지로 바뀌었다. 마라도는 섬이 작고 자연환경이 열악해서 인간이 살기 위해 필요한 먹을 물조차 제공되지 않는 곳이다. 현재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정수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부족하게 제공되는 자연자원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원시림을 파괴하고 농사를 지었다. 그 후 더 이상 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것 보단 주변에 풍부한 바다생물들을 잡거나 채취해 외부와의 교환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이후에는 남쪽의 끝섬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근래에는 자장면의 섬이라는 이미지가 보태져 관광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라도는 분명 사람이 살아가기 편한 곳은 아니다. 거센 바람과 한 여름 뙤약볕을 나무 한그루가 주는 그늘도 없이 온통 맞으며 견뎌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한해 관광객이 10만 명 이상 찾고 있고 이를 이용한 주민들의 관광 수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은 탁 트인 초지와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을 즐긴다. 더불어 그 먼 곳까지 가서 자장면의 추억에 잠긴다.

국토 최남단 유인도. 그 먼 섬에서 조차 자장면을 맛 볼 수 있는 곳 마라도. 그곳 사람들이 자연에 적응하고 자연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작은 섬 마라도를 더 빛나게 한다. 200여 년 전 불탔던 숲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거센 바람과 열악한 물리적 환경이 숲을 되돌리기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곳 주민들도 이제 알 것이다. 마라도가 줄 수 있는 자연자원이 많지 않음을 잊지 않고 거칠고 힘겹지만 또한 아름다운 마라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를 창출해 갔으면 한다.

김재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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